네 안에 도태되어 가던 나의 마음이 너무나 안쓰러워
나 소리 내어 울지를 못하고 그 길을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과연 사랑이었을까
그건 어느 사랑을 닮기는 하였던가
여느 사랑에 도달하기는 하였을까
이건 분명 사랑일 것이라고, 지나친 허상을 믿었던 게 아닐까
내가 어리석어 입을 꾹 닫은 수화기 너머에 그리 세게도 소리를 쳤던 것일까
나의 물음은 내일쯤엔 나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이렇게 아프도록 사랑을 말한다면, 어제의 나는 정말 사랑을 사랑한 게 맞는 것일까
사랑은 원래 이리도 아픈 것일까
나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사랑은 서러이 아프기만 해서, 누군가 날카롭게 빚어놓은 유리 바늘로 가슴을 조각내듯 아주 저리게 또 저리게, 그립기만 해서. 나는 내 어제의 사랑을 더 이상 사랑할 수가 없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그럼에도 나의 사랑은 벗어날 수가 없는
겁 많은 꿈이었을지도.
모르겠어.
누군가는 쉽게 너의 이름을 악몽이라 부르며
그저 깨고 나면 곧 사라질 꿈이었으리라. 하고 나의 사랑하는 너를 감히 부정하려 들지만
그 누군가가 진정 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한들 나는 그것을 여전히 악몽이라 할 수가 없겠거든.
사랑아 이제는 믿을 수 있겠니.
그때의 너를 두드리던 외침을 이제는 기억할 수 있겠니.
나도 알아.
너를 향해 나 사랑한다 너를 여전히. 라며 처절하게 빌어보아도, 닿지 않는 수면 아래 깊이 잠기어 사라져 가는 나의 마음은 닿지 않는 하늘의 손길을 그리워하다 그 끝내 영원히 흐려져 눈멀어가고.
꺼져가는 눈앞을 휘저어 물속의 작은 아지랑이가 만들어낸 여린 빛을 탐하며 그 실낱같은 희망마저 진득이 소유하려는 나의 욕심. 나의 욕망. 나의 꿈. 나의 사랑.
그날 내게 말했잖아. 저기 저 하늘을 수놓은 별을 보듯 닿지 않아도 사랑할 용기만이 우리를 이룬다면, 우리 영원히 저 하늘을 수놓을 서로의 꿈이 되어주자고. 천진난만한 어린애처럼 내게 노래했어.
이제와 보니 네가 노래하던 그 용기라는 건 너무나도 나약하기만 한데, 뒤돌아서던 너의 발걸음은 너무도 세차게 단단하여서 나 그 등을 탓하지도 못한 채 되려 흘러내리는 뜨거운 빗방울을 탓하며 이내 턱 끝에 맺힌 서러움을 아프게 쓸어내기만 했다.
세상은 그만 사랑에 아파야 하는데,
그만 사랑을 울며 그리워해야 하는데.
나 그 세상의 먼지만도 못한 나약한 인간이라는 이름의 어리석은 인간도 되지 못한, 그저 희멀건한 몸체뿐이라. 나의 바람은 그 누구도 들어주지를 않더라.
그럼에도 이제는 제발 울지 말아 달라고. 어느 창문 없는 지하방의 울음소리만큼은 그만 뚝 그치고 일어나 다시는 아프지 않게 사랑하기를 바랐다.
너만큼은 울지 말고 사랑해 줘
지난겨울, 거세게 파고든 거친 바람 탓에 잔뜩 찢어진 빨간 우체통이 흘리었던 적갈색 눈물길. 그 안에는 이름 없는 마음이 도착했다.
울지 마,
여전하게도 여전히 너를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어.
<여전하게도 여전히> By초록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