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에는 귀신이 산다/초록慧

by 초록




나의 작은 방에는 귀신이 산다



희멀건한 몸 발이 없고 표정이 없는 그런 것이겠지. 하던 겁먹은 상상과는 다르게



제법 나와 비슷한 모양.



인간의 그림자를 닮은 듯 익숙하기만 한데

너의 얼굴은 나의 어제를 살던 누군가를 닮아있고.



적색 지붕 건너 불쌍하게 엎어져 누워있던

핏덩어리가 다 빠진 열 손가락 파란 풍선



너도 그와 같이 안쓰럽게 느낄 것.



그저 사랑하고 싶은 마음.



그런 너를 나 안쓰럽게 사랑하려는 마음.



바람이 몽땅 빠져 죽어버린 것일까.

괜히 우산으로 이리저리 건드리다 주인아저씨의 헛기침에 놀라 나자빠졌다.



뒤돌아 오는 길

그런데 그 애는 분명 눈을 뜨고 있던 것 같아. 하며 피식- 웃어버리기. 그 잠깐 스친 너와 나의 이름을 추억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런 슬픈 얼굴의 너를 오늘도 떠올린다는 건 어쩌면 유일한 나일 테니. 우리의 이름을 울며 추억하기라고 불러주자.



그러니까 이건 어제의 기억. 울부짖는 추억.



참 어색하기도 하지 우리를 그저 우는 추억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야. 우리의 이름을 까먹어버린 건 아닌데 또 잃어버린 건 맞아. 그러니 지나간 것이라고 울며 말할 수밖에



그러니 툴툴거리지 말어라 이 사랑아.



그런 너를 두고 온 날부터 나의 작은 방에는 귀신이 살고 있다.



보이는데 분명 보이는데 전혀 잡히지를 않고 주위를 떠오르기만을 수십 개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걸어 사랑아 라고 부르면 막이 오른 영화를 조심스레 되감기 하듯 내게 웃어주고.



익숙해질까 싶으면서도 멍하니 천장을 뚫고 있으면 어느새 나의 눈은 뜨거운 거품을 물어버리니 이건 슬픔이겠지. 그럼 이것도 사랑이 아니겠네. 슬픔은 사랑이 아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처음 본 순간 멍청해져 가는 나의 뇌에 새겨진 것은 바로 사랑. 그가 너에게 지어준 이름처럼 나는 너를 사랑이라 불러야겠지.



뚝- 뚝- 바닥에 떨어지는 나의 머리칼을 타고 흐르던, 다급한 마음에 채 다 씻어내지를 못한.



집안을 가득 채우는 라일락 향기.

점점 젖어드는 나의 나무 바닥. 우울을 삼킨 나의 마음과 맞장구를 치며 슬퍼지는 나무 바닥의 설움. 젖어든다 또 젖어든다 습해진 기운에 메말랐던 콧등이 다 시큰하다. 잘근거리는 심장의 메아리가 자라난다.



어느새 집어삼킬지도 몰라.

사랑이라 부르니 내 하루에 일어난 모든 비극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더욱더 자라난다.



나의 작은 방, 나의 마음, 나의 기억

다 들어찬대도 괜찮아



이미 이런 비극마저 사랑하려는 게 나의 슬픔이거든. 어쩌면 그건 내가 꿈꾸던 사랑일 테니.



너를 온몸으로 느끼고 나서야 알았다



그리움마저도 사랑하려는 나를.



나 이리도 많이 사랑했구나



너를.




<나의 방에는 귀신이 산다> By초록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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