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기와 함께하는 밤 10시의 댄스파티

by 디어살랑

임신 초기, 중기 병원을 다닐 때만 해도 흑백 초음파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꼬물이만을 봐서 그런지 내 아기인데도 그다지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까만 화면에서 보이는 뼈랑 장기 같은 게 가끔 해골 같기도 하고 (...) 저게 얼굴인지 엉덩이인지 어버버 하면서 찾다 보면 진료가 끝나있었다. 근데 28주 들어서 입체초음파란 걸 하고 나니 정말 내가 사람 아기를 품고 있구나가 실감 나기 시작했다.


입체초음파를 한다고 해서 아기가 바로 얼굴을 보여주진 않는다. 쉴 새 없이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얼굴을 가리거나, 아예 등 돌려서 누워서 자고 있거나 하면 보기 힘들다. 그래서 나도 처음 한 번은 실패하고 병원 복도를 끊임없이 걸어 다니고 물도 마시며 아기의 움직임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다시 들어간 초음파실에서 살랑이를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입체초음파.png

살랑이의 28주 입체초음파 사진.


보자마자 깜짝 놀랐던 건 제 아빠를 너무 닮았기 때문. 특히 코와 입술이 영락없이 내 남편 모습이었다. 아니 열 달 품고 있는 건 난데 왜 붕어빵 부자의 탄생이란 말인가. 첫째 아들은 엄마랑 많이 닮는다던데 그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전자의 신비는 둘째치고 우리 아기 피부가 정말 사람 피부색깔이라서 놀랐고, 눈 코 입 다 알맞게 붙어있는 진짜 사람 같아서 신비로웠다. 진료가 끝나고도 연신 사진을 들여다보며 우리 아기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신기해했다.


아기에게서 사람의 향기를 느껴서일까, 입체초음파 이후로 나는 아기와 부쩍 친해졌다. 그리고 요즘 강해지는 태동에 우리 부부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안에서 댄스파티가 열리는 모양인지 밤 10시부터가 가장 활발하다. 태동이 심할 때는 그냥 육안으로 보아도 배가 꿀렁거리는 게 보인다. 가끔 조용할 때는 살랑아 뭐 하니, 하고 톡톡 건드리면 툭- 하고 배를 치면서 대답한다. 남편은 밤만 되면 내 배를 붙잡고 '살랑아~ 살랑아~' 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우리 부부의 즐거운 저녁일과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잠들기 전, 배 속 아기와 나란히 누워 있으면, 이 작은 생명이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믿기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오늘도 하루가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하루의 끝, 배 속에서 들려오는 리듬이 우리 부부를 미소 짓게 한다. 이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들이 쌓여 살랑이와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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