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려요! 임신입니다~!"
확인되면 이미 임신 4-5주.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더니 6주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평소 먹던 대로 삶은 계란을 준비하고, 사과를 깎는다. 계란 찍어먹을 소금까지 준비하고 식탁에 앉아서 삶은 계란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마치 계란 한 개 제사상에 올려놓고 고사라도 지내듯이. 매일같이 먹던 계란인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가고, 뽀얗고 고운 하얀 자태가 보면 볼수록 기분이 안 좋아지고 속이 불편해진다. 처음 있는 일이라서 잠깐 당황했지만 오늘은 계란을 안 먹고 싶나 보지, 하며 계란을 스리슬쩍 밀어 두고 사과만 와그작하고 먹는다.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급하게 허기가 밀려오더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아, 그래 매일 먹던 계란을 안 먹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두유와 견과류를 밀어 넣으니 속이 편안해진다. 그러고 30분쯤 지났나, 또 속이 울렁울렁... 찬장에서 카스텔라빵을 꺼내다가 문득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폰으로 서칭을 열심히 해봤다. 결과는, 네- 먹덧 당첨입니다! 무슨 음식이든지 맛있게 먹어서 먹덧이 아니라 안 먹으면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억지로 무언가를 먹게 되는 입덧 중 하나, 살찌는 건 덤인 공포의 먹덧이었다.
입덧을 검색하다 보니 종류가 참 다양하기도 다양하다. 먹든 안 먹든 위액까지 다 토하는 토덧(많은 임산부피셜 가장 괴롭다는), 본인 침냄새가 역겨워 침을 삼키지 못해 침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5분마다 뱉어야 하는 침덧, 양치하는 행위에 구토가 쏠리는 양치덧, 뭘 먹어도 체한 것처럼 답답한 체덧, 종이 냄새가 역해 책도 못 읽을 정도인 냄새에 민감한 냄새덧, 등... 영화에서 가족 다 같이 있는 식사자리에서 밥 먹다가 여주인공이 우아하게 '우욱~!' 하면서 놀라던 장면을 생각해 보면 정작 현실은 훨씬 더 끔찍하고 처절하다. 하지만 입덧을 하는 게 아기가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라니, 산모들은 오늘도 그렇게 아기를 위해 하루를 참아낸다.
입덧 완화를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 어느새 내 책상엔 임산부 입덧캔디로 유명한 레몬사탕이 가득 쌓여있다. 속이 울렁거리거나 입이 쓰다고 느껴질 때, 한알 두 알 먹으면 그래도 두어 시간은 버틸만하다. 달라진 건 책상 위뿐만이 아니다. 매일 고기반찬을 먹지 않으면 뭔가 속이 허하고 아쉬웠는데 이제는 육고기만 보면 속이 안 좋아진다. 자연스레 매콤, 시원, 새콤한 걸 찾게 된다. 열무김치 꺼내어 비빔국수 해 먹으니 오랜만에 아주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급격히 바뀌어버린 식단에 놀라는 것도 잠시, 그래도 뭐라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다.
임신한 아내가 한밤중에 딸기를 너무 먹고 싶어 하고, 남편은 새벽에 딸기 찾아 발을 동동 구르던 그런 드라마 속 장면은 아직 나에게 펼쳐지지 않았지만, 임신 중에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그거 하나라도 꼭 찾아서 먹여주고 싶은 남편의 따뜻한 마음과 그 과정을 함께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임신한 아내에게는 위안이 되는 일인 것 같다. 어쩐지 자꾸만 감성적으로 변하는 건 내가 임산부라서일지, 어른이 돼 가고 있어서 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