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한방에 잘도 생긴다던데

by 디어살랑

친언니부터 친한 친구, 가까운 지인들까지 모두 임신을 계획하고 아기가 한방에 생겼고 심지어 태명이 한방이인 친구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왠지 모르게 임신은 준비, 요이땅! 하면 바로 되는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했었나 보다.


임신시도 첫 번째 달, 생리가 규칙적인 편이라 그냥 여성 생리 캘린더를 보며 시도했다. 생리일자를 기다리면서 이번에 바로 임신되었으면 어떡해! 뭘 준비하지? 하고 설레발치며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기다렸었다. 테스트기 결과는 처참히 실패. 이 기간에 흔히 임신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하는 증상놀이도 꽤 했던 것 같다. 왜 아랫배가 콕콕거리지? 왜 갑자기 식욕이 없지? 왜 갑자기 열나지? 등 지나고 보면 그냥 생리전 증후군 증상이었음에도 그때는 증상 하나하나가 민감했었다.


임신시도 두 번째 달, 배란테스트기라는 걸 사봤다. 소변검사 하듯이 검사를 하고 어플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오늘이 배란일인지, 배란에 임박한 날인지 다 알려준다고 했다.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임신을 시도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실패. 그래, 남녀가 아무 이상이 없어도 자연임신 확률은 25% 내외. 긁는 복권을 사도 네 번 중에 한번, 겨우 이천 원 당첨되곤 하는데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임신이 빨리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임신시도 세 번째 달, 산부인과에 가면 배란초음파라는 걸 봐준다고 한다. 배란테스트기가 잘 맞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신문물을 경험 안 해볼 수가 없지. 의사가 직접 난포의 크기를 재서 난포가 하루에 이만큼씩 자라니까 언제쯤 터지겠다 하고 예상을 해서, 며칠에 사랑을 나누라고 소위 말하는 '숙제'를 내주신다. 의사가 말한 숙제날에 열심히 숙제를 하고 병원을 다시 방문했더니 '아직 난포가 안 터졌어요.'라고. 의사 선생님 생각보다 난포가 천천히 자랐던 것이다. 요 몇 달 은근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이 달은 생리도 일주일이나 늦게 터졌다.


임신시도 네 번째 달, 병원 가서 계속 배란초음파 보기도 싫고, 이래저래 바쁘고, 그냥 배란테스트기에서 말해주는 배란일쯔음 해보고 안되면 하반기에 도전하자 하고 부부 둘 다 마음을 내려놓은 달. 이제 증상놀이도 지겨워서 안 하고, 생리시작일이 다가올 때쯤 고열량 음식도 당기기에 이번 달도 실패인가 보다, 하고 치킨이나 시켜 먹으며 파티나 하자고 했다. 그렇게 부부가 편안히 닭다리를 뜯던 달,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살랑이가 찾아왔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침에 혼자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봤을 때 기분을 잊지 못한다. 정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내가 임신을 많이 기다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살랑이한테 미안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품게 되었다는 사실보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라는 게 기뻤다. MBTI 파워 J 인 나에게 임신 준비 기간 동안 제일 힘들었던 건 인생 모든 건 대부분 계획할 수 있지만 딱 하나 임신만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였기 때문이다. 됐네, 됐어! 이제 출산까지 쭉쭉! 계획을 세울 수 있어,라고 좋아했다.


남편과 저녁식사 데이트가 있던 날이라서 어떻게 임밍아웃할까, 하다가 손가락만 한 귀여운 미니 피규어를 사서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우리 아기야.'


남편은 눈이 동그라지고 너무 놀라 하며 연신 진짜냐며 물었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온몸에 털이 다 서는 기분이야.'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얼싸안고 기쁨을 같이 나눴다. 임신을 시도하지 않았으면 나누지 못할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충만한 감정이 우리를 휘몰아쳤다. 손톱보다 작은 존재가 이토록 행복감을 줄 수 있다니.


살랑아, 엄마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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