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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 설렘이 필요해!

by 웃는샘 이혜정
나혼자그냥철학 21.jpg


살면서 간혹 느끼게 되는 설렘은

나이와 상관없이

참 좋다.

낯선 ‘좋음’?이라고 하면 될까……?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나 보다.

이 ‘설렘’을 위해……




난 자주 설렘을 느낀다. 그렇게 큰 이유도 없다.


날씨가 화창했다.

‘이런 화창한 날씨에 뭘 해보지?’

‘산도 바다도 너무 예쁜데?’


어떤 날은 날씨가 흐렸다.

‘실내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 하기 좋네.’

‘어둑어둑, 뭔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


또 비바람이 몰아치게 될 때면

‘이런 때에 실내에서 문 딱 걸어 잠그고 우리끼리 있으면 더 아늑한걸.’


나는 이렇게 별 큰 이유는 없이 사소한 날씨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익숙한 출근길도 그렇다.


해석도 안 되는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그래도 이런 나 혼자만의 시간이 참 좋아.’


바다 풍경을 보며,

‘바다가 곳곳에 있는 이곳에 살아서 이런 선물도 받는 거지.’


멀리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보이면,

‘그래도 내 일이 있어 참 다행이야.’


교사 수업 대회에 참가할 때에나 학생들과 시대회, 연극대회 등에 나갈 때에도 그렇다. 힘든 것보다는 나를, 내 아이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두근댄다.


그러고 보면, ‘설렘’ 은 어떤 상황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교원 연수 강좌 목록을 보며 ‘와, 배울 것들이 많은걸. 뭘 해보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나처럼 설렘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에휴, 또 들어야 하나? 귀찮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기 마련이다.

자라는 아이를 보며 ‘에고, 언제 다 키우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가 짜증스럽기 마련일 테고, ‘어떻게 잘 키워볼까? 저 아이는 어떤 아이로 자라게 될까?’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하루하루가 설렐 수밖에 없다.


아이가 좀 큰 것 같다. 확실히 느껴진다. 분명 작년만 해도 퇴근 후, 아이들 돌보고 가르치느라 쉴 틈이 없었는데. 올해가 마무리되는 이쯤, 아이들도 이제 5학년, 3학년을 앞두고 있으니,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저녁식사 후, 나는 거실에 있는 내 의자에 앉는다. 그 앞에는 아이들이 그날 해 놓은 숙제가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아이들은 온라인 학습내용을 시간별로 기록해 놓은 자율학습장과 교과서들, 그리고 나와 약속한 매일 공부 흔적들을 고스란히 쌓아 놓았다. 형과 동생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좌우로 높이 쌓아져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습관을 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더욱이, 올해처럼 코로나로 인해 등교를 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 생활 습관을 갖게 하기까지 좀 많이 애태웠었다. (사실 내가 실천해 오는 나만의 ‘아이 자기 주도 생활습관 만들기’ 노하우가 있다. 큰아이와 약속했다. “네가 중학생이 되어도 이렇게 스스로 잘 해내 간다면 엄마는 너를 키운 내용으로 꼭 책을 쓸 거야. 좋은 것들은 공유해야지. 안 그래? 뭐라고? 왜 지금 안 내냐고? 아직은 엄마 방법을 증명하기에는 네가 너무 어리잖아. 엄마가 그런 책을 내길 바란다면 지금의 모습 꼭 유지해줘.”)


암튼, 결국 난 이리 편해졌다. 나는 아이들의 숙제 확인을 끝낸다. 간혹 틀린 부분이나 보충할 부분이 있다면 아이를 불러 잠깐 가르칠 뿐이다. 그렇게 내 일을 다 하면 7시가 넘는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내가 잠자리로 갈 때까지 약 2시간이나 남아있다니, 좋아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이렇게 된 대에는 아이들 공도 있으니 1시간 정도는 아이들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드게임을 하든, 놀이를 하든, 만들기를 하든, 독서를 하든, 아이들에게 나의 한 시간을 인심 쓰며 줄거라 마음먹었다.


그럼, 남은 한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갑자기 너무 설렌다.


새로운 일을 해볼까? 자격증을 준비해 볼까? 그럼 무슨 자격증?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정해야 하는데. 그림을 그릴까? 글을 쓸까? 하루에 1시간이면 한 달이면 30시간, 1년이면 365시간? 이 엄청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함께 취미를 공유할 친구는 없을까?


그냥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다. 낯설어서 안절부절 못 하고, 실수도 해보며 어이없어 멋쩍게 웃어보고도 싶다. 그러면서 익숙한 일들에 소중함도 느끼고, 새로운 일들에 다른 꿈도 꿔보고 싶다. 그렇게 나는 설렘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오늘 난 2021년 새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일’이란 제목으로 메모를 해보았다. 가짓수가 참 많았다. 그중 90% 이상이 실현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참 좋았다.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그리고 갑자기 이렇게 또 설레는 나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 고마웠다.



내일이면 2021년이 시작된다.


꿈에서도 상상 못 할 무서운 일들이 가득했던 끔찍한 2020년이었다. 2021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진 생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 ‘낯선 것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이길 바란다. 설레면서 말이다.


우리 집 세 남자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두근거림’…….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다.

다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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