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꽃다발

by 우승

남편의 생일이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뒤로 우리는 서로 선물은 하지 않고 상대를 위해 미역국과 생일상 정도만 차려준다. 미역국을 끓이고 고기를 구우며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던 무렵에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방금 학원 차에서 내렸는데, 아빠 선물 사러 동네 한 바퀴 돌고 오겠다고. 아이는 작년 내 생일에 학교 앞 문구야놀자에서 주먹만 한 인형 열쇠고리를 사서 선물로 내밀었었다. 이번에도 그 정도일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7시가 넘어 컴컴한 시간에 집에 도착한 아이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혼자 마을버스 타고 나가서 세뱃돈 받은 용돈으로 꽃다발을 샀다고 했다. 2만 원이나 했는데 아무래도 어른 없이 혼자 간 거라 바가지를 쓴 것 같다며, 아빠에게 더 큰 꽃다발을 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마을버스는 퇴근 시간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석에 끼어서 오느라 힘들었단다. 나는 요즘이 입학 졸업 시즌이라 바가지를 쓴 것 같지는 않다고 우선 달랬다. 그리곤 뒤돌아 울컥했다. 언제 우리 아기가 이렇게 컸나. 내가(우리가) 아이에게 이런 과분한 선물을 받아도 되나.


남편은 워낙 가정적인데다가 완전히 아들 바보라 특히 아들에 관한 모든 일에 진심이다. 나는 성격도 예민하고 아이에게도 너그럽게 대하지 못하는 편이어서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말로는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고 당연히 사랑하기는 하지만, 종종 나는 아이가 나를 더 많이 사랑한다고 느낀다. 아이의 마음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온전해서, 때때로 아이의 사랑 앞에서 나의 사랑은 한없이 작아 보이고, 그 사랑은 종종 내게 버겁기까지 하다.


밤이 되어 남편과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말했다. 당신이 아이에게 쏟은 마음을 아이가 다 알고 있다고. 그동안 당신이 준 사랑을 아이가 되돌려 준 거라고. 그리고 당신은 그걸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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