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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May 22. 2024

13. 육회 말고 티라미수

의외의 복병

어느새 근무를 시작한 지 여러 날이 지났고,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는 중이다. 내가 있는 부서는 데이 근무에서는 간호사 1명당 2-3명의 환자를, 나이트 근무에서는 3-4명의 환자를 케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을 환자에게 할애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가족상태나 누구와 함께 거주하는지 까지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곧 퇴원을 앞둔 환자를 맡게 된 일이 있었는데 면역력이 아직은 조금 낮아 퇴원 이후에도 많은 것들을 조심해야 했기 때문에, 관련 사항에 대해 교육이 필요했었다. 그렇게 환자에게 방문하기 전에 내가 교육해야 하는 것들 및 확인해야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정리하고, 그날의 프리셉터에게 확인 차 한 번 더 물었다. "환자가 퇴원 후에도 피해야 할 음식의 예를 들면 초밥 말고 뭐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프리셉터는 초밥도 물론 피하는 게 좋고, 익히지 않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니 티라미수나 에그 베네딕트도 주의하는 게 좋다고 설명해야 해"라고 답해주었다.


에그 베네딕트는 서양에서 자주 먹는 아침메뉴인데, 보통 토스트 위에 소스, 야채 그리고 계란을 함께 곁들여 먹는 음식인데 대부분 반숙계란 (poached egg)를 선택해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메뉴를 선택해 먹거나 혹은 계란을 완숙 혹은 스크램블 에그로 변경해서 먹어야 한다고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티라미수 역시 티라미수 크림에 계란 노른자가 함께 들어가므로 주의하는 것이다. 프리셉터가 들어준 예시에서도 문득 내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간호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종종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이 피해야 할 음식을 설명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로 들었던 예시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주로 먹는 육회, 회, 게장 등이었다. 이렇게 작은 것들에서도 많은 것들이 한국과는 달라 흥미롭기도 하고, 또 아직은 배울 것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껴졌다. 혹시 내가 또 놓치는 것이 있을지 몰라 관련 자료들을 한 번 더 살펴보고 환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내게 웃어주었고, 나는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안부를 물으며 퇴원교육을 시작했다. 먼저 아직은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될 수 있으면 피하도록 하고,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도록 하는 등등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음식에도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일러주었다. 되도록이면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하고, 샐러드 바나 뷔페처럼 음식을 진열해 두고 파는 곳보다는 레스토랑을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뒤이어 초밥, 에그 베네딕트, 티라미수 역시 주의해야 하며, 스테이크 역시 늘 잘 익혀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자 환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죄다 금지네! 라며 웃었다. 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정크푸드에 설탕 가득한 밀크셰이크 먹기야 라고 농담을 하며 교육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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