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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Aug 04. 2023

.. 좀 어때요? 아기 생기면?

11. 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궁금한 분들에게.


아기 가지면 어때?



아기를 가지고나서 아직 결혼을 안한 친구나 동생들에게 슬슬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기 가지면 어때?”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아기가 없는 친구도 있고 아직 싱글인 친구도 있어서 결혼 이후에 아기를 키우는 내 모습을 보며 궁금 한 것 같았다.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한번씩 받긴 할 것 같다.

뭐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없이 단순할 수 있지만 이곳은 한문장으로 끝내버리면 아쉬운 브런치스토리 아닌가.

오늘은 아기가 생기면 어떤 일상의 변화가 생기고, 어떤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어느 정도의 결혼 생활 후, 아기 계획을 가지면서부터 느끼는 많은 것들을 적어보고자 찾은 매개체가 이 ‘브런치 스토리’였다. 블로그를 따로 운영하고 있기에 육아템 관련해서 포스팅을 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아기에 대한 것은 조금 더 감정적이고 디테일한 정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순간들을 그때그때 적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아빠가 되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들이 사실은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면 그만인 것들일 수 있다. 단순하게 “아기 분유를 타고 먹이고 잠을 못 자서 힘들다. “ 같은 한 문장으로 끝내기에는 그 순간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도 크고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아기 계획부터


사실 모든 시작이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브런치 초반에 작성한 글처럼, 아빠와 엄마는 아기를 준비하는 시작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아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일상 속에서의 준비 자체가 달랐다.  과정에서 아내는 꽤나 서운해하기도 했으나 나는 그것을 캐치하지 못하기도 했다.  역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아기를 본다 선입견 가득한 사고방식나도 모르게 ‘나는 일을 하니까라는 것을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평소에도 크게 싸우는 일이 별로 없었다. 서로의 기준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 기준에 배우자가 맞거나 만족스럽지 않다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요구한다. 정말 사소한 것들은 빨래를 벗어놓는 위치, 사용한 물건은 치워주는 것까지도 같이 살다 보면 은근히 거슬리는 것들이 꽤나 많은데, 우리는 이런 것들을 서로에게 맞춰가려고 대화하고 맞춰가는 편이다.

그래서 배 속에 아기가 생기면서부터 우리는 대화하는 시간을 조금씩 더 갖기 위해 노력했다. 아내의 배가 불러오면서 남편이 챙겨야 할 것들 남편이 도와줘야 할 것들을 미리 학습하고 준비했고 아내는 내가 해주면 좋겠다, 혹은 내가 알아두면 좋겠다 싶은 정보의 링크를 미리 보내주곤 했고 나는 틈틈이 읽어보면서 아내를 따라갔던 것 같다.


진통과 출산, 본격적인 시작


진통을 하는 순간은 여자가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남편은 그 고통을 가늠할 수 없다. 그렇기에 무조건 아내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필요한 것은 다 갖다 바쳐야 하는 순간이 된다. 그 순간 남편은 대역죄인이다. ‘너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잖아~’ 느낌이랄까.. 나에게 말은 안 해도 그냥 받아들이면 정신건강에 좋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조금만 더 버티면 만날 수 있는 아기를 기대하면서 계속 격려해 주며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텨.’ 등의 말을 끊임없이 해주었다. 아내는 진통을 조금 오래 겪은 편이긴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자연분만으로 끝까지 이어나갔다. 진통만 겪다가 결국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건 고생은 다 해놓고 막판에 수술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그런 일은 없길 바랐다. 아내는 진통을 잘 버텨주었고 자연분만으로 우리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해 주었다. 아내도, 아기도, 둘 다 건강하게 만날 수 있었고 나는 지금도 그 감격스러운 순간이 생생할 정도이다.


육아 시작. 잠과의 전쟁.


 조리원 생활 이후 본격적인 육아에 돌입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다름 아닌 잠과의 전쟁을 이기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이긴다’는 표현보다는 ‘적응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우리는 지금도 만족스러운 만큼 잠을 잘 수 없으니까.. 아내와 나는 체력적으로 끝을 맛보면서 육아를 시작했고 서로가 가장 예민했던 시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말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의 힘든 순간들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해야 하고 서로를 끊임없이 격려해주어야 한다. 너도, 나도 힘들다. 다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잘 이겨내고 있다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존재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아기가 있다. 신생아부터 아기를 보다 보면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을 처음 마주하고 그 무게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부터 훅 다가온다. 남자들은 보통 이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기를 보다 보면 이토록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내 품에 안겨서 잠을 잘 때, 자다가도 씨익 웃음을 지을 때, 심지어 우는 모습도 이쁘고 사랑스럽다. 생후 30일 전까지는 무조건 강성울음으로 우리를 부르기 때문에 그때는 울음소리가 정말 힘들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작정 울지 않고 칭얼 해고 아기가 나름대로 우리를 부르는 소리를 내준다. 그러면 얼굴을 마주하면서 “잠 깼어~? 쉬야했어? 아빠가 놀아줄까?” 등등의 인사말을 건네면 애기가 좋다고 웃는다.


나도 결혼하기 전, 아기를 가지기 전에는 주변에 많이 물어봤었다. 대부분 일관된 대답이 돌아왔는데


“정말 고된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근하면 아기를 보잖아? 딱 3분 동안 좋아.”


이런 대답이 많았다. 아기를 마주하는 순간은 하루의 고됨이 사라지지만 다시 육아의 노동을 해야 하는 현실에 다시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하긴 힘들긴 힘들겠지~ 라며 대답을 했지만 내가 직접 겪어보니 분명 육아라는 것은 육체적 노동이 수반되긴 하지만 아기라는 존재는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하거나 견줄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분명 육체적 노동을 수반하지만 반면 정신적인 힐링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아기를 마주 하는 순간부터, 아기를 안고 있는 순간까지 참 기분이 좋다.


내 품에 안긴 아기는 모든 것을 내게 맡기고 안겨 있는 것이다. 나는 내 품에서 아기가 최대한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안아준다. 그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내 티셔츠를 붙잡는 모습이나 내 품 안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리고 곧 눈이 꿈먹꿈먹 닫혀가면서 졸려하는 모습. 모빌을 보면서 혼자 놀고 있다가도 아빠가 오면 고개를 돌려 나는 찾는 모습, 내가 뭐라 뭐라 하는 말들을 이해하지도 못할 텐데도 앙앙거리면서 이제는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하는 모습. 정말 단 한순간도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다. 나를 닮은 아기가 내 품에 안겨 있는 순간은 정말 좋다. 다만 팔이 조금 아려올 뿐이다.


우리는 아기를 가지면서 모든 삶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또 다른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이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 같다. 한 겨울 눈이 내리는 때를 상상해 보면, 눈송이 하나가 날아와 내 손에 앉으면 사르르 녹아버리지만 하늘을 보면 수많은 눈송이가 하늘을 가득 메우면서 하늘을 눈꽃으로 수놓는다. 


아기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은 그런 것 같다. 우는 아기를 달래는 순간이나 재워야 하는데 애기가 잠이 안 들고 보채거나 하는 순간들만 보고 있으면 참 힘들다. 하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하늘을 수놓은 눈들처럼 귀여운 아기의 모습만 내 기억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기를 가지면 어떻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한다.


“힘들죠, 많이 힘들어요 요즘 잠 자기 힘든 시즌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이 있어요. 힘든 걸 한순간에 잊게 해주는 힐링의 연속이에요.”


힘들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듣는 사람은 뭔 소린가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힘들기도 한데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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