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Aug 02. 2023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된다.

10. 아프지 않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법


우리는 아기를 갖기 전부터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아이는 그 자체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니까,

우리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어렵겠지만 그렇게 노력해 보자.


그런데 아기가 성장하면서 몸무게가 늘어나고, 몸무게를 근거해서 분유량과 시간 텀을 측정하고,  대소변 양, 낮잠, 하루 총 수면시간 등을 보면서

 “지금 우리 아기가 정상적인 것일까? 너무 과도하거나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들게 되었다. 이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를 종합해 놓은 앱이 있었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내 아기가 정상적으로 크고 있는 것인지, 다른 아기에 비해서 성장 속도가 늦진 않은지 등등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리 둘레, 키, 몸무게 등등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출생일 기준으로 다른 아가들의 평균 데이터를 보여준다.. 그 결과를 보면서 내 아기가 ‘이 정도면 정상적이구나, 과도하구나, 부족하구나’라고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인 것이다.


다른 아기와 비교하지 말자고 해놓고 새까맣게 까먹은 셈이다.

우리는 벌써부터 다른 아기와의 성장속도를 비교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내의 경우 아기를 키우면서 외부와의 교류가 끊길 수밖에 없다. 친구들 간에 간간이 안부를 묻는 교류가 아니라, 아기를 키우면서 생기는 그때그때의 궁금증, 바로 알아내기 힘든 것들, 혹은 경험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사람들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도 결혼 전과 후, 아기를 가지기 전과 후로 그룹이 나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아내의 경우 그나마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가진 친구 한 명과 조리원에서 한 분과 친해져서 이 두 명과 거의 실시간으로 일상을 주고받는다. 그나마 주변에 아기를 가진 친구 두 명을 제외하면 지금 성장시기에 하는 고민이나 알아야 할 것들 등등 정보 교류의 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네이버 카페 같은 곳에서 많이 물어보곤 하지만 그래도 실시간으로 수다 떨듯 아기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속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두 명의 친구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인 셈이다.

결국 우리 아기의 성장에 대한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는 그 두 명의 아기에 대한 데이터뿐인 것이고, 아기의 성장에 대한 평균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앱을 꽤나 자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곧 그 앱을 지워버렸다.


아기가 천천히 크면 어떻고 잘 크면 어떠한지, 그게 뭐 대수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앞으로 평생을 성장하면서 커갈 텐데 지금 몸무게, 키 같은 것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그걸 자꾸 비교하게 되는지, 나도 모르게 그것을 보면서 평균에 속함으로써 안도를 하게 되는 그 심리변화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아기가 하루에 섭취하는 분유의 최대량을 1000ml로 제한하고 있다. 이것은 절대적인 수치인 것으로 안내되고 있는데, 이 양을 넘어가면 소아비만이 걸릴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아기는 아슬아슬할 정도로 1000ml에 가깝게 먹기도, 때로는 넘어가기도 했다.

아내가 이 부분을 걱정했다. 병원이나 유튜브에서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분유량을 너무 가득가득 채우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는 것이다.

글쎄, 나는 아기가 잘 먹어주고 더 먹고 싶다고 하는 걸 왜 멈춰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잘 먹어주고 소화 잘 시키고 대소변 잘 보고, 잠도 편안하게 자니까. 다만 의사들이 말하는 근거가 있으니 신경 쓰면서 조금씩만 조절해 보자고 했다.


아기가 잘 먹고 잘 커주면 고마운 것 아닌가.


우리 아기는 다행히도 아직 한 번도 아픈 일 없이 잘 성장해주고 있다. 이제 두 달 남짓 되었는데 키가 4달 된 아기만큼 크다나.. 사진을 보면 벌써 돌 된 애기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이다. 요즘 1회 분유량을 160ml 정도 먹고 있는데 거의 한 번에 다 먹는 편이다. 꿀꺽꿀꺽 잘 먹어주는 아기가 너무 이쁘기만 한데, 이게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는 일이 있었다.


우리 아기와 한 달 정도 차이가 나는 지인이 있는데, 이 지인의 아기는 적은 양의 분유를 먹는데도 소화를 잘 못 시켜서 2~3회에 나눠서 계속 트림 시키면서 분유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덕분에 잠도 못 자고 힘들겠다며.. 맘마텀이 3시간 정도일 텐데 분유를 먹이는데만 1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새벽에는 틈틈이 눈을 붙여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될 것이다. 


결국 잠과의 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고통은 겪어본 사람은 다 안다. 다음날 하루 컨디션까지 영향을 주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그만 아기가 밥을 먹는 시간을 대충 할 수도 없고. 정말 힘든 시간이 된다 게다가 트림을 못 시키면 분유를 게워내기 때문에 무조건 트림까지 시켜야 남은 분유를 먹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맘마 잘 먹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아셔야 한다고.. 우리 서로 힘내자고 했다. ㅎㅎ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된다



아직 100일도 되지 않은 아기를 돌보면서 나는 늘 감사하다.

아기가 잘 먹어주는 것에 감사하고, 잠을 잘 자주는 것에 감사하고, 대소변을 잘 보는 것에도 감사하다.

칭얼대면서 놀고 싶어 하면 놀아주면서 계속 말을 걸어준다. 한 달 여전처럼 무작정 울지 않아 줘서 고맙다.

무엇보다 아기가 아프지 않아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출생 직후에도 신생아 응급실에 며칠 있었었는데, 그때도 참 어찌나 마음이 안 좋던지. 그 자그마한 몸에 주삿바늘을 꽂고 이것저것 달리는 모습을 보면 어느 부모라도 마음이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아기는 건강이 최우선이다.

예전에 직업상 신생아중환자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 마음이 안 좋았다. 그 아기들의 모습은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만 아기의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을까 싶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우리 아기가 아프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다시 느껴본다.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된다는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모는 아기의 건강을 체크해야 하고 열이라도 날 때는 새벽을 불사하고 응급실을 가야 한다. 그런 일을 아직까지는 겪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이렇게 아프지만 말아다오.

나는 너의 건강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아 줌에 감사하고 나는 네가 아프지 않을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전 10화 아빠의 한계가 곧 아이의 한계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