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비교의 시작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결혼을 준비할 즈음부터 유독 다른 집과 비교되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결혼을 한 후에도.
"다른 집은 어땠다더라~ 뭘 했다더라~" 등등 다른 집의 이야기들을 그렇게나 들었다. 내 주변뿐만 아니라 어머니 주변의 집까지 통 들어서 비교가 되니 서서히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는 아내도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결혼 준비하다가 싸우는 커플들도 많고, 집안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은데 사연을 들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각자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이다. 이 기준이 대부분 남의 말, 남의 집과의 비교로 만들어진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집은 남자가 해야지.', '혼수는 최소 어느 정도 해야지' 등등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의 여건에 맞게 결혼을 하는 것이고,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결합을 의미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인데, 그것을 주변에서 참견을 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른 집은 다른 집이다.
나는 나의 삶에 충실하고 있는데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유독 결혼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렇게 훈수를 두고 다른 집은 어땠는지 정말 하나하나 오지랖을 부리기 시작한다.
혼수, 집, 차, 인테리어, 애기 계획, 직장, 급여, 기타 등등.. 아휴.
결국 그 어떤 형태로든 비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모든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밥 한 숟갈에도 행복을 느끼면 행복한 것이고, 아내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들, 아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것들이 행복하다면 그게 전부인 것이다.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가정 또한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고 우리 역시 우리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굳이 행복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
육아를 하다 보면 다른 가정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나의 고민을 이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맘카페 등에서 내가 궁금한 것들을 찾고 육아를 하면서 적용해보기도 한다. 내가 세우고 있는 기준이 올바른지 잘못되었는지 판단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되는데, 이때 상대적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경제적 여건, 환경에서 열심히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유독 내가 아기에게 사주고 싶었던 것들이 있는 집을 본다거나, 우리 집과 환경이 너무나도 다른, 내가 원하는 집에서 살고 있다거나, 아기의 교육을 위해 살고 싶었던 지역에 살고 있다거나.. 등등의 상대적 비교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SNS 인 것 같다.
SNS를 살펴보면 각자가 삶 속에서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기록해서 올린다. 해외여행, 비싼 호텔에서의 식사, 호텔 수영장, 수익을 잘 내서 돈을 벌었다는 인증, 명품 자랑, 아기 자랑, 남편 자랑, 아내 자랑, 자동차 자랑.. 끝도 없다.
에이, SNS 보는 게 뭐 그렇게까지 느끼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놀랍게도 대학생의 SNS 사용으로 인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들이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우울증 증상이 증가하고 있다.
나는 알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해외여행 가서 올리는 사진, 나는 아기 보느라 꾸미지도 못하고 밥도 제때에 못 먹는데 명품 가방과 좋은 차를 타고 이동하며 여유롭게 올리는 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 역시 일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협찬이거나 일회성 순간인 경우도 많기에 그것을 우리의 일상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만일 정말 일상이라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그 일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의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고 과정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나는 과연 그만큼 노력을 했는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마냥 부러워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순간들이 존재하고 지금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순간들을 더 자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전글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된다]에서도 얘기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아기를 만나고 매일매일 아기와 함께하는 순간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 순간에는 그 어떤 비교도 할 필요가 없다.
아기가 아프지 않아 주고 잘 먹고 잘 크고 잘 싸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 아기가 웃어주는 순간에는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 조그마한 아기가 더 자주 웃어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이 순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기를 웃겨주려고 그 앞에서 정말 별짓을 다한다.
SNS를 끊어라
나는 아기를 가지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럽게 SNS를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게 되었다. 바쁘기도 바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분별하게 제공되는 사진들만 보는 것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들을 볼 시간에 나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종 들어가긴 하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서핑 영상을 보기 위해서다. 평소에 레저와 바다를 좋아했던 터라, 서핑 영상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조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일상을 잠시 본다.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서 SNS를 통해서 근황을 보는 정도로만 사용을 하고 있는데 SNS 접속 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각보다 나에게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유튜브를 통해 예능도 보고 이런저런 영상들도 많이 봤는데 일상이 바빠지다 보니 이렇게 새어나가는 나의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지금은 자기계발 관련된 채널, 뉴스 채널, 딱 이 정도만 보는 것 같다.
나에게 집중하고 그 시간에 우리 가정과 아기에 집중하는 것이 백배 효율적인 것 같다.
이전 글 [새벽, 아기와 나만의 특별한 비밀]에서도 얘기했었지만 요즘에는 새벽 수유를 맡아서 하다 보니 고요한 새벽 시간이 새삼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수유를 하고 아기를 재우고 나면 5~6시가 되는데 이때를 활용해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아니면 이렇게 평소에 떠올랐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매일 하면 좋겠지만 2일에 한번 정도는 하고 있는데 이렇게 했더니 낮에는 조금 피곤해도 이 시간이 또 기다려지기도 한다.
나를 되돌아보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이런 시간이 쌓여서 우리 가족을 잘 지켜줄 수 있는 강인한 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