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교사는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비선호 지역에 첫 발령이 난다.
그 까닭은 교사는 수시로 학교와 지역을 옮겨야 하는데, 신규 교사는 발령 순서가 꼴찌이기 때문이다. 기존 교사들이 점수에 따라 희망 지역과 희망 학교에 배치되고 나면, 신규 교사는 마지막으로 남는 자리에 배치된다. 참으로 불쌍하다.
신규 교사가 불쌍한 이유는 이것 말고도 수십 가지를 더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 점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나에게도 신규 시절이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발령이 났고, 운이 없게도 드센 곳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학교에 발령이 났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첫 인사말이 “2년 동안 잘 부탁해요.”일 정도이니 말 다 했다. (교사는 최소 2년을 채운 후에 학교를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저 인사말은 최소 기간만 채우고 다른 학교로 가겠다는 뜻. 교사들 사이에선 관용구처럼 쓰인다.)
교사로서 업무를 시작한 지 1달쯤 됐을 때였나, 우리 반 한 아이가 등교하자마자 들뜬 표정으로 다가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저 오늘 치킨 먹어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치킨이라니.
왜냐하면 이곳은 집에 전기가 끊기고, 빨간 딱지가 붙고, 불법 건축된 옥탑방에서 사는 아이들이 사는 동네였기 때문이다. 탈북 가정의 자녀들도 많이 살았는데, 갓 탈북하여 온 가정은 한겨울에도 덮을 이불이 없어 교사들끼리 돈을 걷어 이불을 사주기도 했다.
그런데 치킨이라니.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나는 정말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래? 좋겠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니?”
“아빠가 어제 출소했어요.”
“그렇구나….”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제 앉아서 책 읽자.”
그게 24살인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의 말이었다.
교사로 근무하다 보면 여러 지역을 돌기 때문에 다양한 가정을 많이 접하게 된다.
가족 중 수감자가 있는 가정, 이혼을 진행 중인 가정, 외국인 아내와 결혼했는데 아내가 도망간 가정, 가족 중 회복이 불가능한 병에 걸린 환자가 있는 가정 등등. 그리고 그 가정에 속한 아이가 겪는 온갖 일들.
아이들은 특유의 적응력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커간다. 교사는 아이의 인생에서 고작 1년 머물다 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을 목표로 1년을 조심스럽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렇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선생님의 도움으로 나쁜 길에 빠져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내겐 까마득히 먼일처럼 느껴진다.
큰 불행과 고통에 덤덤한 아이들을 보면 감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손을 내밀기도 전에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혹시나 상처를 주게 되면 어쩌지, 동정처럼 보이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파도처럼 덮쳐와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1년을 흐지부지 보내게 되는 것이다.
최고의 선생님은 되지 못해도 최악의 선생님은 아니었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금 비겁하게 아이들을 대한다.
*본 글에 나오는 일화, 인물, 단체, 지역은 각색과 재구성을 거친 것으로 특정 일화나 특정인을 지칭하고 있지 않습니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도 모두 가명임을 밝힙니다. 가벼운 소설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