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런 걸 배웠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책 펴는 방법.
“책 왼쪽을 보면 접는 선이 있어요.”
“없는데요?”
“어디요?”
“접는 선이 뭐예요?”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눈이 좋은 사람에게만 보여요.”
“난 찾았는데!”
“나도!”
“난 아까 찾았어!”
성공한 아이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기를 쓰고 찾아낸다. 귀엽다.
이때 찾았다는 아이들의 말을 믿고 수업을 진행하면 하수다. 못 찾은 아이들은 입을 꾹 닫고 가만히 있으니 말이다.
“짝꿍에게 내가 찾은 선을 보여주세요. 짝이 못 찾았다면 대신 찾아주세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어영부영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을 발견한다.
“그 선을 따라 책을 한! 장! 만! 펼쳐서 종이접기를 하듯이 접으세요.”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접는다.
하지만 꼭 이런 아이가 하나 있을 것이다. 종이접기라는 말에 꽂혀서 책 표지를 네모 접기해 버리는. 그냥 냅다 절반 접어버리는 그런 아이.
잘 기억해 뒀다가 다음 자리 바꾸기 시간 때 그 아이를 맨 앞에 앉히시길 바란다. 일년내내 교사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가 될 것이다.
비슷한 예로, 가방 거는 방법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다.
“가방에 달린 고리를 책상 옆에 있는 걸이에 거세요.”
실제로 거는 모습을 한 번 보여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 명 정도는 이런 아이가 생긴다.
“선생님, 도와주세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꽤 흥미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책상 모서리에 책가방을 걸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는 최선을 다해서 책상 모서리에 가방을 긁는다. 걸릴 때까지 할 기세다.
친절하게 도와준 뒤, 이 아이는 조금 전 책 표지를 네모 접기 한 아이와 짝을 만들어 주면 좋다.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을 하든 못하든 모든 경험은 축적된다. 그 경험들은 지식이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되기도 하고, 습관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아무리 작은 생활 습관이라고 하더라도, 또 대부분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짚어주고 넘어가려 노력하는 편이다. 풀 뚜껑을 닫기 전에는 사용한 풀을 밑으로 집어넣은 다음에 뚜껑을 닫아야 한다든지, 지우개를 사용하고 나면 바로 필통에 넣어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꼭 짚어주는 편이다.
덕분에 잔소리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잘 따라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본 글에 나오는 일화, 인물, 단체, 지역은 각색과 재구성을 거친 것으로 특정 일화나 특정인을 지칭하고 있지 않습니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도 모두 가명임을 밝힙니다. 가벼운 소설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