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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Apr 26. 2019

단헐적 간식/간헐적 간식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우선  이 글의 제목을 생각하고 혼자 낄낄 거리다가

'단헐' '단헐적'이라는 단어가 있나 없나를 확인해보고 싶어 져서 검색을 해봤다.

그런 단어는 없나 보다. '간헐'로 다시 검색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나에게 되묻는 걸 보니 말이다.




단짝 친구와 정확히 3월 19일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 너도나도 다 한다는 그것. 요즘 한창 사람들이 빠져드는 그것. 간헐적 단식.

(참고로 내 친구와 나의 나이를 합치면 대략 백 살. 나이 먹고 늙어 이게 무슨 짓인지)

서로 사는 나라가 달라 시차도 어마어마한데 매일 같은 시간에 체중계에 올라 사진을 찍고 그걸 서로에게

공개하며 의지를 북돋우며 흐릿해지는 결심을 단단히 붙잡기로 약속했다.


우리가 원래 이렇게 한다면 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놀라며 이 프로젝트를 한 달간 지속해왔다.

중간에 몇 번 사진 전송을 빼먹은 날도 있지만 서로 체중을 솔직하게 말해주고 서로에게 채찍질해주고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상대방을 일으켜 세워주는, 우리는 그렇게 긴긴 한 달의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같은 피아노 학원 가방을 들고 룰루랄라 비슷한 곡을 배우고 연습했고

'00아, 7월 26일 날 비 왔니? 맑았니?' (방학 일기 몰아서 쓰려면 날씨 알리바이가 필요)

'더하기 곱하기 빼기 나누기 할 줄 알면 사람이 사는데 별 문제는 없지 않나?' 라며 (우린 둘 다 수학을 못하는 사람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우리는 그런 친구 사이었다.

알고 지낸 세월이 무서워서. 우리가 얼마나 의지가 약하고 끈기가 없으며 한번 뽑을 칼은 귀찮아서 칼집에 다시 넣기도 싫어하는 타입인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언 한 달을 계속해서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니. 놀라울 수밖에.




그런데.

남들 다 휙휙 쭉쭉 잘만 빠지고 효과가 만점이라는 이 '간헐적 단식' 이 왜 나와 친구에게는 작용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 달을 신경 쓰며 조심하느라 얼마나 뾰족하게 지냈는데 우리는 정확히 체중이 딱!!! 1 킬로그램이 줄었다. 사실, 이것도 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찬찬히 생각을 더듬어보니 나의 문제점은

단식 시간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다는 점 (12시간 했다가 14시간 했다가 어떨 땐 10시간)

살짝살짝 무언가 한 입을 먹는다는 점 (바나나도 한 입, 과자도 한 개)

합법적으로 먹을 수 있는 시간엔 결사항쟁의 정신으로 와구와구 먹는다는 점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확, 집어치울래?


라고 우리 둘 중 누군가 먼저 말하면

그래, 그러자


라고 덥썩 붙잡고 싶은데. 아직 우리 입에서 집어치우자는 말은 안 나왔다. 중년 여자들의 자존심 같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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