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심 11일을 해내다니

장하다 나여

by 푸른밤

별 별것을 다 측정해 준다는 체중계를 산 것은 어언 몇 달 전이었지만

'막달 몸무게'를 찍은 나는 그 별난 체중계를 본척만척하였다.

그래서 2020년에 늘어난 체중을 2020년이 끝나는 날까지 제거하지 못했다.


반백년을 살다가 이제야 얻은 나 자신에 대한 깨달음 중에 한 가지는

내가 무척이나 끈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 부인할 수가 없다.

나는 어떤 일을 쭈욱 진득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뒷심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 힘도 모자라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작심삼일 작심삼일 그러면서 호들갑이지만 솔직히 나는 그 작심삼일도 제대로

끝내본 적이 거의 없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2021년 1월 1일. 우리 집 마루 한 구석에서 시작한 나의 작심이 오늘까지 11일째 이어져오고 있다.

1월 1일 내가 한 '작심'은 이것이었다.


가진 것 중에서 가장 멀쩡한 운동복을 갖춰 입고

요가 매트를 곱게 펴고

같은 포즈로 정면 사진과 뒷모습 사진과 카메라에 바짝 붙어 앉은 사진, 3장의 사진을

매일 찍는다.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공짜 비디오 중 필라테스나 요가 관련 영상으로 30분 운동한다.


나를 30년 이상 알고 지낸 남편은 내가 벌이는 기괴한 일에 코웃음을 쳤다.

3일째 되던 날, 그는 요가 매트 위에 우뚝 선 나에게

뭐니 뭐니 해도 작심은 역시 삼 일이 제격이지. 암만.

이라고 말했다.


'작심'을 11일째 이어가는 건 내 평생 처음이다.

50일을 넘기고 어찌어찌 100일을 넘기고 나면 마음속에 품었던 독기-작심을 제거해도

하던 일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망상을 해본다.

그게 되겠냐. 그렇게 쉽게.



이 글을 시작할 때 계획은

이 글 말미에 나의 첫날 사진과 오늘 11일째의 사진을 나란히 붙여서 비교하려 했다.

그러나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가늘게 떠서 아무리 요리조리 살펴봐도

별 반 변화가 없다. 갑자기 확 때려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사진으로 이글을 읽고 있는 고마운 독자들에게 테러를 해서는 안된다는 하늘이 주신 깨달음이 왔다.


작심 100일까지만 한번 쭈욱 잘 해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년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