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빅식>
보편적인 사랑을 특별하게 그려내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는 '겟아웃', '쓰리빌보드',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레이디버드' 등 국내 개봉 전부터 주목받아온 작품들의 이름이 보였다.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 외에 후보작으로 한 작품이 더 있는데, 바로 지금 이야기할 영화 '빅식'이다.
아카데미 외에도 여러 시상식 각본상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린 '빅식'의 각본가는 쿠마일 난지아니와 에밀리 V. 고든이다. 두 사람은 실제 부부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본 작업을 했고, 쿠마일 난지아니는 직접 주연까지 했다.
로맨스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좋은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랑에 대한 작품이 너무나 많기에, 특별한 지점을 만들지 못하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빅식'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500일의 썸머' 못지않게 좋은 로맨스 영화다.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순간을 아주 특별하게 그려냈으니까.
사랑의 장애물을 딛고 도약해버리기
쿠마일은 파키스탄 사람으로, 가족이 정해준 여자와 정략결혼하는 전통 때문에 압박감을 느낀다.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는 쿠마일은 어느 날 관객 중 한 명인 에밀리와 사랑에 빠진다. 분명 사랑함에도 자신들의 둘러싼 상황으로 인해 갈등하다가, 에밀리가 갑작스럽게 혼수상태가 되면서 쿠마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은 대부분 힘들고 위기에 처했을 때다. 즐거움을 타인과 나누는 건 어렵지 않지만, 상대와 아픔을 나누고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는 건 서로에 대한 확신 없이는 어렵다. 힘든 순간조차 단단한 관계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믿음은, 서로에게 확신이 있다는 가장 큰 증거가 될 것이다.
언제나 행복한 사랑은 없다. 오히려 무수히 많은 장애물을 이인삼각 하듯 함께 넘는 게 사랑에 대한 적절한 비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장애물을 상대와 손 잡고 함께, 느릴지언정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확신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면 닮는다
영화가 끝나면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각본을 담당한 쿠마일 난지아니와 에밀리 V. 고든의 모습이 나온다. 사진 몇 장이 전부지만 그들은 많이 닮아 보인다. 쿠마일과 함께 또 다른 주연배우인 조 카잔은 '루비스팍스'에 함께 출연한, 실제 연인인 폴 다노와 닮았다. 이들이 풍기는 비슷한 분위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각자의 빈틈을 상대의 모습으로 채워나가는 게 사랑이기에 이들은 더욱 닮아가지 않을까. 이젠 상대에게서도 제법 많은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진심은 농담처럼 나오니까요
쿠마일은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농담을 즐긴다. 자신을 보고 무슬림이기에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농담으로 대꾸를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전통과 종교 때문에 고민한다. 그런데 그에게는 전통과 종교 이전에 사랑에 대한 욕망이 존재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 마음에 새겨진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솔직한 사랑을 에밀레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사랑만큼 복잡한 감정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복잡하게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득실을 따지며 합리화하기보다는, 여러 경우의 수들을 지워나가고 가장 쉽게 떠오르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 늘 투쟁하듯 고민하는 삶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중요한 결정은 툭하고 쉽게 결정되곤 한다.
잔뜩 계산한 고차원 유머 대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농담처럼 툭하고 던져보자. 그 말의 관객이 되어줄 상대방에게 가장 솔직하게 닿을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