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 day 1 scene

11월 3일, 오늘은 겨울이 시작된 날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겨울의 시작점

by 김승

몸에 열이 많다. 어제는 남방에 가디건을 걸치고 나갔는데, 퇴근할 때쯤 보니 남방에 땀이 묻어났다. 원래는 티셔츠에 가디건만 입으려다가 혹시 몰라서 남방을 입었는데, 역시나 내겐 더웠다.


하루 만에 날씨가 바뀌어야 얼마나 바뀌겠어. 이런 생각으로 오늘도 남방에 가디건을 입고 나왔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바람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지하철과 사무실은 따뜻하지만, 밖에 나와있는 순간에는 춥다는 걸 느꼈다. 곧 있으면 코 안에 살얼음이 낀 것 같은 온도에 얼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칼바람이 찾아올 것이다. 깊은 겨울의 시작점이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켜보니 오늘은 11월 3일이다. 시간이 빠르게 가는 요즘이라 날짜를 잘 기억 못 하지만, 오늘은 기억해야겠다. 11월 3일, 겨울이 시작한 날.


아직 집에 있는 반팔들을 집어넣지도 않았는데. 니트들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단풍을 제대로 본 적은 있나. 출퇴근길 외에는 바깥 풍경에 무심해서 단풍을 잊은 걸까. 가을을 좋아하지만 가을이라고 특별할 건 없다. 오히려 두꺼운 옷으로 내 몸을 가리는 게 더 편하다. 겨울에는 가릴 수 있다는 이유로 내 살을 조금이라도 더 좋아할 수 있을까.


추워지면 제자리에서 열심히 발을 구른다. 주변을 둘려보면 다들 각자의 스텝을 밟고 있다. 여름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계절이고, 겨울은 발을 구르는 계절이다. 초겨울은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추울 줄 알고 두꺼운 옷을 입었다가, 생각보다 더워서 땀을 흘리기도 한다. 외투라면 벗어둘 수 있지만, 히트택처럼 안에 입은 옷은 마음대로 벗지도 못한다.


2020년이 두 달 남았다. 두 달은 온전한 겨울일 것이다. 겨울은 내년 몇 월까지 가게 될까. 겨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움츠러들게 된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마음이 더 움츠러드면 어쩌지. 겨울에는 따뜻한 데자와나 두유를 사 마신다. 온기로 가득한 캔음료처럼,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온기가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겨울이 좋은 이유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추위 속에서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1월 3일, 온기를 기대하게 되는 계절이 시작되었다.



*커버 이미지 : 클로드 모네 '눈 덮인 라바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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