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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Jan 25. 2021

인스타 대신 부동산 앱을 보다

독립을 준비하다

주변에 꾸준히 말하고 다니는 올해의 목표, 바로 독립이다. 말하고 다니면 창피해서라도 지키고 다니는 나의 성향을 이용해 보고자,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하곤 한다. 올해는 독립을 할 거란다. 막연하게 독립을 생각하면 혼란과 기대가 함께 온다. 미지의 세계이므로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남들 다 하는 거 보면 결국 어떻게든 되겠다 싶고. 물론 이왕 하는 거 얼렁뚱땅 휩쓸리기보다는 좀 더 잘 개척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무엇인가 새로 시작할 때 할 일은 일단 이것저것 해보는 거다. 혼자 이것저것 해보고 안 된다면, 그때 주변에 묻기로 한다. 막연한 사실을 주변에 물으면, 주변 사람들도 답답하다. 그래서 일단 직방, 다방, 집토스 등 집을 구할 때 사용하는 다양한 앱을 깔고 실행해보았다. UI/UX를 분석하기 위해서 다운로드한 게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앱들을 비교하게 된다. 결국에는 얼마나 편리하냐 보다 얼마만큼이나 적당한 매물을 보여주느냐로 판가름이 날 것 같지만.


집을 구할 때 어떤 조건을 봐야 하나. 기준을 이리저리 잡아보려 했으나, 애초에 내가 구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 전세 대출이 가능해야 한다는 최초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게 우선인데 이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수시로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부모님 집의 세입자로서, 지금 내 방 정도 크기의 집에 가게 될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방 크기의 집조차도 나의 자금으로는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나름대로 몇 가지 옵션을 정해 본다. 반지하와 옥탑은 안 갈 거고, 회사에서 너무 멀면 안 되고. 어차피 교통비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니까 회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회사 근처는 저렴한 동네가 아니어서 아주 가까이에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만 되어도 만족할 텐데, 매물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은 복덕방을 가야 할 거다. 생애 첫 복덕방. 나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이 걸려있는 문제이다 보니, 나의 서툰 모습을 들켜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숨길 수 없을 만큼 서툰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다. 결국 강제로라도 공부를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 거다. 장밋빛 미래까지는 아니어도, 회색빛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을 차릴 필요가 없다. 자꾸만 주변에서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부터 집을 잘못 골라 각종 문제로 계약 기간 내내 고생한 이들이 떠오른다. 집도 결국 운칠기삼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동산 앱을 보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빈집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세입자의 집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옷 헹거가 공간을 크게 차지하고, 사실상 누울 공간을 제외하면 발 디딜 공간도 없는 원룸이 보인다. 나도 비슷한 사정일 텐데, 저기서 어떤 공간배치를 하고 짐을 줄여야 할까. 집이 넓을 수 없기에 다들 근처에 공원과 산책로가 있다는 걸 장점으로 어필해놓은 걸까.


당분간은 인스타보다 부동산 앱을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고, 거의 없던 외출에 부동산이라는 일정이 추가될 것 같다. 엄청난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제발 무탈하기를 바라게 된다. 저 놈이 설마 진짜 독립할까,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은 얼마 뒤에 내가 진짜 나간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할까. 


"다 준비하면 늦어, 일단 시작해."


독립을 추천한 지인의 말을 믿어본다. 내 기준에서 완벽하게 준비하려면 몇 년이 훌쩍 지날지도 모른다. 마구 저지를 사안은 아니므로, 적당한 선에서 진취적으로 움직여보자. 과연 나의 독립, 첫 집은 어떤 모습일까. 독립할 때 챙겨야 할 목록 1번으로 '바퀴벌레약'을 적어본다.  



*커버 이미지 : 빈센트 반 고흐 '노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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