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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초록 Oct 23. 2021

8화. 그래서 쿠팡 어떻게 됐다고?

대국민팀플: 잘못한 기업 끝까지 기억하고 지켜보기. 봐주지 말기.

브런치북 9회 응모작

대국민팀플

8화. 그래서 쿠팡 어떻게 됐다고?     




검색창에 ‘쿠팡’을 검색해보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021년 10월 8일 새벽이다. 포털 검색창 뉴스 카테고리에서 ‘쿠팡’을 검색해 일주일 간 쿠팡과 관련한 기사들을 스캔했다. 먼저 2021년 10월 7일이다. 중앙일보 권유진 기자가 보도한 기사 일부를 옮긴다. ‘물류센터 화재와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으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네 곳의 상임위원회에 출석한 쿠팡이 이번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같은 날 경향신문 오경민 기자는 지난 5년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온라인플랫폼 분쟁 신청과 관련하여 10건 중 6건이 쿠팡과 관련되어 있다고 썼다. 역시 같은 날 조선비즈의 양범수 기자는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일반인이 물품을 배송하는 ‘쿠팡플렉스’의 안전 문제를 다뤘다. 법규상 자가용을 이용한 운송사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안전 및 적재 관련 규정이 전무한 상황에서 쿠팡플렉스 운송사업이 운영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와 조속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10월 6일에는 국내 기업 중 세 번째로 많은 고용을 하고 있으나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 중 70% 이상은 계약직, 비정규직인 사실(머니S 연희진 기자), 쿠팡의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위반(한국일보 신은별, 조소진 기자)등을 골자로 하는 기사들이 보도됐다. 10월 1일에는 한국일보에서 쿠팡의 쪼개기 계약, 야간노동 문제 등을 다루기도 했다. 약 일주일간 쿠팡과 관련된 부정 이슈는 이 정도인 듯하다.

  9월로 넘어가보자. 2021년 9월 28일에는 미디어 닷페이스에서 과로사로 사망한 고 장덕준 씨 부모님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된 바 있고 같은 날 SBS에서는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 쿠팡 측의 조치가 직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사 안에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당시 최초 목격자가 화재를 목격하고도 휴대전화가 없어서 신고할 수 없었다는 김한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지부장의 인터뷰가 함께 담겼다. 기사에 따르면 휴대폰 반입 금지 정책과 관련해 쿠팡 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것은 9월 초의 일이다. 경기 광주 소방서 고 김동식 구조대장의 순직 사실이 알려지며 쿠팡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던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9월로부터 3개월 전인 지난 6월에 일어났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건은 쿠팡 사측의 일상적인 안전불감증, 직원들에 대한 휴대폰 반입금지 정책, 사고가 일어났음을 알고서도 작업을 멈추지 못하게 한 관리자들의 잘못된 대응, 스프링클러 미작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길이 더 커져 진압이 어려웠다. 사회적으로 쿠팡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사건으로부터 3개월이나 지난 9월이 되어서도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에는 변화가 없었음을 SBS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투데이 안경무 기자는 10월 7일 작성한 기자수첩에서 화재 발생 이후 쿠팡의 안전 수칙 강화 여부 등을 문의했지만 쿠팡은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변만을 얻었을 뿐이라며 사실상의 추가 조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8월과 7월 보도를 살펴보았다. 6월 17일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소방관 1명이 순직하고 1년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중 사망자가 아홉 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불매운동이 일었지만 이런 사회 현상은 얼마 가지 못하고 오히려 쿠팡은 1분기보다 고객 수가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고 8월 19일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세계일보에서는 7월 7일에 ‘불매운동 여파…쿠팡 앱 지우는 소비자들’을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보도했고 8월 12일에는 헤드라인이 ‘물류센터 화재 후 불매운동 거셌지만…쿠팡 고객, 되레 100만명 늘었다’인 기사를 보도했다. 여기까지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 시점인 6월 중순으로부터 10월 초까지를 역순으로 되짚어보았다. 아, 쿠팡이츠 임금체불 문제나, 쿠팡이츠 입점 음식점 사장님이 고객의 갑질과 쿠팡이츠 측의 압박성 대응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 등도 이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다. 약 4개월간의 쿠팡 관련 보도를 뒤적이며 부정 이슈는 줄을 잇는데 쿠팡 측의 진정성 있는 해명이나 개선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업계 최초로 쿠팡이 선보인다는 유급 건강증진 프로그램 ‘쿠팡케어’를 통해 배송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돕겠다는 것 정도? ‘산적한 문제를 개선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이미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필수불가결한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쿠팡 불매운동의 여파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이 나와 직접적 관련 있는 일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라는 게 쿠팡의 2분기 실적 증대 사실을 다룬 여러 기사 속 소비자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평이자 기자들의 시선이었다.      


상관관계: 나의 소비와 타인의 죽음 사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쿠팡 이용자다. 월 2900원을 내고 쿠팡 와우 서비스를 구독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쿠팡 서비스를 전폭적으로 이용하다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럽게 이용 횟수를 줄이게 되었다. 정의롭고 인식이 깨어 있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나의 소비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쿠팡 어플로 군침이 도는 밀키트와 싱싱한 채소들을 클릭하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한 번 그 이질감을 느끼고나니 쿠팡 어플에 자주 들어가지 않게 됐다. 이제는 다른 사이트로 대체하고 아주 급할 때에만 쿠팡을 사용한다. 이런 상황은 옳지 않다. 불편부당한 일이다. 기업이 제 할 일을 다 하지 않은 탓에 개별 소비자가 생활필수품목들을 소비하면서 누군가의 죽음에 기여하는 구조가 되는 상황. 이 상황에 민감하고 예리하게 반응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불매해야 하거나 매번 죄책감과 불편함을 느끼며 소비하는 경우에도 소비자는 피해를 입는 것이고,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기업의 윤리의식 부재에 둔감해져 이런 기업의 서비스와 재화를 문제 인식 없이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우리의 비극이다.

  가치 소비, 윤리적 소비, 정의에 부합하는 기업 문화의 촉진, 업무적·사회적으로 부정 이슈를 몰고 다니는 기업 경영진의 퇴출… 이런 일들이 공기처럼 당연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아마 2021년에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을 보면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니다. 기업은 이윤을 따르는 개체이니 기업의 일을 하게 두자.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말로만 요구하는 시대의 효율과 효력이 크지 않음을 우리는 지난 수 십 년간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알아서 양심적이고 노동자를 존중하는 기업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낭만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모르기가 어렵다. 기업은 이윤 추구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만났을 때에만 움직인다. 정치인이 표심 중요한 시기에 유독 서민적 입맛을 가진 성찰적 인간형이 되는 것처럼. 선거를 달에 한 번씩 한다거나 다들 달에 한 번은 우르르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불려 나와서 이번 달 의정보고를 하게 만든다든지 … 이렇게 우리가 못 살게 굴어서 매달 매시간 열심히 눈속임 없이 일해야 한다면 다들 국회의원 안 하려 들거나 굉장히 지금과는 다른 성격의, 진정한 인재들이 모이는 국회가 될 것 같다는 재미난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기업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좀 못살게 굴자. 조금만 부지런하게 힘을 보태서 맘 편한 소비 하며 살자. 커다란 이슈가 터졌을 때 잠깐 행동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기업의 정책과 문화와 윤리와 개선의 과정을 지켜보는 사회적 생태계가 생겨나야 한다. 그 생태계라는 것이 추상이기보다는 눈에도 보이고 손에도 잡히면 더욱 좋을 것이다. 더불어 영원히 멈추지 않는 눈이어야 한다.      


차라리 돈을 더 내라고 하든가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무엇이 된 것은 ‘경험’ 때문이다. 이미 한 번 경험한 것은 되돌리기가 힘들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경험 앞에서 도덕, 윤리, 양심 같은 것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기업은 그 사실을 잘 안다. 쿠팡은 2분기에 늘어난 100만의 이용자를 보면서 소비자와 노동자에 대한 존중의 정도와 선을 다시 한 번 낮게 설정했을 것이다. 자신들이 사회에 내놓은 ‘새벽배송’이라는 경험의 힘을 예찬하고 확신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 개선의 의지가 없는 모르쇠를 예나 지금이나 모든 기업들이 답습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것을 이용해 돌려주어야 한다. 경험. 여태까지처럼 모르쇠로 일관하고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의 논리로 사회의 윤리 도덕 기준을 떨어뜨리는 기업은 한국 사회에서만큼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실제적인 경험 말이다.

  일례를 들자면 이런 서비스 페이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기업의 부정 이슈와 긍정 이슈를 전부 모니터링해서 매주 매일 살아 움직이는 스코어를 내는 거다. 쉽게 예를 들면 영화 비평 사이트의 로튼 토마토 지수나 뷰티 어플 ‘화해’의 화장품 성분 분석표처럼? 얼마나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를 써서 식품과 제품을 만드는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얼마나 보장하는지, 기후 위기 타개에 얼마나 힘쓰는지, 그린 워싱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내의 각종 차별적 정책은 없는지, 육아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지 등등. 사내의 수직적 문화로 인한 사원들의 고통을 수치화하는 항목을 포함하는 것도 좋겠다. 기업 규모별, 업종별, 특정 경쟁사별, 소수자와 약자 친화형 기업별, 준비된 항목별(가장 우선하는 가치에서의 스코어가 높은 기업을 소비하고 싶을 수 있으니) 등 이런저런 테마 별로 스코어와 순위를 찾아볼 수 있으면 훌륭할 것 같다. 소비자학을 전공한 전문인력들, 위기관리학 전공자들이 먼저 생각나지만 그들과 더불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기를 바란다. 자체적으로 조사도 하고 언론보도를 참고도 하겠지만 시민들의 제보와 참여가 가장 주효한 소식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은 우리 모두 어딘가의 노동자이자 소비자이니 합심한다면 빅데이터를 구성하고 쌓아가는 일이 크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촘촘하고 세밀하게 짜임새 있는 판을 키워나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흥미로운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기에 앞서 이 서비스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런 세상에 사는 맛은 어떨까. 기업의 홍보팀이 화려하고 멋들어진 광고를 만드는 일보다 소비자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한 소명 자료를 가지고 이 서비스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때가 온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살리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일하는 건강한 연대 사회를 그제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서비스만큼은 거대 권력, 자본을 가진 집단이 아닌 주체가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과 관계없는 자본으로 서비스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언제나 끝에는 자본의 문제가 남아 어렵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자본과 손잡을 수 있을까?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이들도 분명 저 밖 어딘가 있을 텐데. 역시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 기다린다. 이왕이면 자체 탐사 팀도 꾸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집요하고 꾸준할수록 낭만에 가까워질 것이다. 삶에는 언제나 모순이 가득해 냉정한 현실에 뛰어들어 행동할수록 (행동하는 이는 비록 절망과 좌절에 가까워지더라도) 그 이로 인해 희망과 낭만이 목숨을 부지한다. 세상이 그렇게 연명해왔음을 믿는다.

  글은 여기까지 적는다. 쿠팡은 노동자들에게 일단은 휴대폰 사용부터 허하길, 인력도 충원해 과로사하는 이가 더 이상은 없게 해주길, ‘빠른 배송’보다는 ‘안전과 정의’가 전제된 서비스를 구현하길 바란다. 창의와 혁신을 위시한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창의와 혁신은 돈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새겨져야 하는 단어다. 월 2900원만 내지만 나를 좀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 소비자는 누굴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새벽배송만 받을 수 있으면 만족하고 행복한 멍청이가 아니다. 차라리 돈을 더 내라고 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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