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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탈서울 Oct 28. 2020

타이타닉 여고괴담이 왜 여기서 나와

다음 주면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수요일이다. 회사를 관두지 않고 3주 동안 정읍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또 올까 생각하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제대로 한 달 살기를 하지 못한 채 다음주 월요일이면 회사에 나가있을 나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쫄깃한 느낌이다. 이번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사이동 시즌이라 새로 옮길 팀을 알아보고 서울에 있는 관리자와 조율해야 했다. 전화와 이메일, 문자 등 이미 신경은 서울 쪽에 곤두서있었다. 나의 휴가로 인한 동료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이곳에서 처리한 일들까지 하면 이미 나는 몸만 정읍인 것이었다.


다음 주부터 내게 닥칠 회사 라이프와 새 팀에서 주어질 임무들에 대한 부담감을 잊기 위해 오늘 저녁엔 영화관에 갈 생각이다. 시내 CGV에 방문해 요새 유행한다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보건교사 안은영>을 볼 것이다.


 영화관에 가서 최신 개봉작을 보는 게 지금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중1 때 친구들과 정읍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면 무지 심장 뛰는 일이다. 당시 1998년 봄 정읍에 드디어 <타이타닉>이 왔고 동시에 한국영화 <여고괴담>도 타이타닉을 바짝 뒤쫓으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었다. 중간고사를 끝낸 5월 초 중딩들 여럿이서 처음 극장에 가보기로 작당 모의 하고 하루 두 편이나 영화를 보았다. 당시 정읍에 극장이 두 곳 있었는데(중앙극장, 정읍극장? 이름도 가물가물), 한 곳에서 여고괴담을 보고 다시 다른 극장으로 이동해 타이타닉을 연달아 또 보았다. ㅎ 극장에 처음 가본 나는 두 영화 너무도 재밌었던 기억. 여고괴담 보고 너무 무서워서 떨고... 타이타닉 보고 엉엉 울고. 중3 때는 학교에서 다같이 선생님들과 함께  <공동경비구역 JSA>를 봤다. 지금은 추억의 옛날 영화들이 되었지만:)

정읍 시내.  이제는 극장 대신 CGV가 생겼다. 뒤에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생겼다. 

정읍 시내 '지정환 피자'. 임실치즈를 사용하는 피자 프랜차이즈로 주로 전북에 가맹점이 있다.

시내 핫플레이스 '명동의류 사거리'. 지금은 '명동의류'란 간판이 없지만 정읍 사람들은 명동의류 사거리라고 하면 다 안다.

 

정읍에 더 머무를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아빠차를 빌리거나 렌터카를 타고 시내 외곽으로 드라이브 다니고 싶다. 옥정호 구절초 공원, 아시아 최대규모라고 하는 라벤더 농장, 동학농민혁명 공원, 산외한우마을을 돌아다니고 싶다. 마음 먹고 내장산 까치봉도 등산하고, 정읍사 오솔길 1,2,3코스를 자전거 타고 하루 종일 구경하고 싶다. 엄마호텔과 정읍 시내만 도보로 오간 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정읍 관광이 아닌 정읍 한 달 살기이니 주민처럼 머물며 관광지가 아닌 생활권을 구경 다니는 것도 괜찮겠지.


영화 한 편 보고 하루의 마무리는 보안식당 비빔쫄면이다. 정읍 CGV에서 몇 분만 걸으면 된다. 정읍에 맛집이 없다고 하나 이 집만큼은 최고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비빔쫄면. 면이 무척 얇은데 면발 구석구석 매콤한 양념장이 배여있는게 특징이다. 일반 분식집 쫄면과 달리 생야채가 풍성하고, 맵기는 신라면의 두 배 정도다. 1979년부터 영업했다고 한다. 내가 어릴 적과 지금 30년 간 간판이 똑같다. 어릴 땐 허름한 간판을 보고 맛집이라고 상상해보지 못했는데 몇 년 전엔 티비에 소개 되면서 정읍의 유명 맛집임을 알게 됐다. 시장이 부여한 정읍맛집 상장도 있네 ㅎ 들어가 코로나 방문자 명단을 작성하는데, 이미 온 손님들이 적은 거주지가 서울, 대전, 광주, 전주 막 이래서 깜놀. 전국 각지에서 오는 맛집이구나. 허름한 간판과 분위기가 오히려 맛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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