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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02.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01. 입학식

요 며칠 "엄마 걱정돼"라고 말하면서도 기다렸던 바로 그 날 '초등학교 입학식'

꼭 오신다던 시댁 어르신들도 오시지 못했고

나도 참석이 불투명해져버린 오늘-


일어나자마자, 한달 전 아이가 고른 핑크파스텔 반짝반짝 책가방과 실내화를 꺼내 1학년 10반 2번 이름을 써놓고 준비물에도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두었다.

오전이라면 좋았을텐데, 입학식은 오후 2시- 그나마 온라인이었던 것이 오프라인으로 결정되어서 조금더 '입학식'다운 행사- 아이와 손을잡고 간 부모는 운동장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아이는 선생님과 교실로 들어가 간단히 행사를 치룬다고 했다.


빠질수 없는, 책임져야 할 업무가 왜 하필 오늘인가.... 휴가를 내도 일을 해야하는 것을 알기에, 점심시간 짬을 내 잠깐이라도 다녀오자 싶어 아이의 입학식 시간에 맞춰서 점심을 스킵하고 일을 했지만, 원래 일은 바쁠때 더 많이 오는 법- 등교도 하교도 보지 못한 채 근무시간은 흘렀다.


등굣길 남편에게 '사진 좀 많이 찍어줘' 신신당부를 했던덕에 아이보다 카톡 사진이 먼저 당도했고 선생님 손을 꼭 붙잡고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에 감정이 올라와서 일하다 말고 조금 눈물이났다.


그렇게 한시간 뒤 아이가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아이 등원그대로의 자세로 아이를 맞이했다.


내일 가져가야 할 준비물을 아빠와 사고, 킨더조이를 3개, 좋아하는 감자과자를 한 봉지 들고 밝은 모습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아이


미안함과 반가룸에 아이를 세게 안아주고 나는 다시 업무를 시작했고, 그 업무는 밤10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끝났다. 그 사이 아이는 혼자 놀고, 아빠와 저녁을 먹고, 내일 가져갈 준비물들에 스티커 이름을 붙이고 아빠와 잠이 들었다.


밤 10시 반, 업무를 대충 마무리하고,

내일까지 보내야 하는 아이의 학교제출 서류에 표기를 하고, 이름을 쓰고, 오늘 학부형이 된 지인들에게 '축하한다' 카톡 메시지를 보낸 후

이 글을 쓴다.


아이가 한명이라 돌봄은 추첨으로 대기 7번, 그 뒤로63명의 대기자가 있지만 어쨌든 대기는 대기이니, 돌봄은물건너 간 듯 하고, 방과후학교와 학원, 친정엄마의 도움 그리고 남편과 내가 아이의 오후와 저녁시간을 책임져야 한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긍정적이면서도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닥치고 보니 고민은 가득- 거기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입학식 참석도 못한 내가 뭘 더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별개로 퇴사생각이 있기는 했는데, 아직은 마무리할 게 많아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남편과 아이가 미처 네임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사인펜, 색연필 각각에 하나씩 하나씩 스티커를, 그 위에 스카치테이프를 한번 더 감싸면서 다짐을 한다.


아이도 씩씩하게 왔으니,

나도 더 씩씩해져야지.


내일은 아이와 같이 등교를 해 볼 생각이다.

하교는 같이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겠다.

오늘 참석 못한 입학식의 몫까지 더 많이 이야기해주고 들어주고 힘이되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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