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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Jul 11. 2017

행복하게 일하고 즐겁게 살기

5. 실패, 그리고 반성. - 1부 END


입사 후 7개월, 평온하게 보이는 날들이었지만

마음속에 그리고 머릿속에 예상치도 못했던 아주 다양한 모습의 폭풍들이 몰아쳤다.

그동안 몇번이나 브런치 글을 쓰고 또 지웠다. 

어느 정도 실마리가 생기고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기미가 보일 때,

편안한 마음으로 브런치를 하나씩 하나씩 기록하고 싶었지만 생각되로 잘 되지 않았을 뿐더러 '행복하게 일하고 즐겁게 살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가고 있는지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최종 결론은 아래와 같이 귀결되었다. 


 내가 설 자리가 아닌 곳이라면, 빨리 떠나는 것이 낫겠다.


나는 자만했고, 너무 순수했고, 너무 믿었고, 이성적이지 못했다. 

떠날 때를 아는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직장을 바꾼것이 아니라, 대행사가 아닌 인하우스/ 새로운 업종/ 실무자에서 관리자로의 변화/ 그리고 스타트업으로의 입성이라는 4가지 포지션이 한 번에 변화한 것이었기에 이직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했고,

이직 이후에는 좀 더 단단한 기준과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연함이 필요했는데, 

이런 저런 핑계, 그리고 실제로 맞닥트리게 된 여러 다양한 상황들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실패담'은 이후의 멋진 '성공담'을 빛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게 성공이 올 지는 아직 미지수...

 나를 알아야 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후에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하나 실패원인을 찾아보았다. 




실패 원인 1. 스타트업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나


3년차 스타트업

똑똑한 젊은 임원진/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경험은 적지만 패기있는 직원들

업계를 선도하고 제대로된 시장을 만들겠다는 올바른 철학을 가진 곳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회사


이것이 입사를 결정한 이유였지만, 실제 회사에서 생활을 하고나니 내가 정확한 지식 없이 스타트업에 합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스타트업 분야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은 '개인의 관심사'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스타트업에 관리자 레벨로 합류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내 책임이 가장 크다.


흠결이 없는 회사는 없겠지만, 스타트업 분야는 그 분야에 몸담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독특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몸담은 곳은 스타트업치고는 꽤나 괜찮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단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직접 겪은 회사의 실상은 이랬다. 


3년차 스타트업 

*똑똑한 젊은 임원진/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경험은 적지만 패기있는 직원들

--> 경험치가 적어 모든 상황을  고려하기에 다소 미흡한 임원진/ 일견 자유로워 보이지만 일부 인원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닫힌 커뮤니케이션 / 조직 기준, 규범, 문화가 없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직원들 


*업계를 선도하고 제대로된 시장을 만들겠다는 올바른 철학을 가진 곳

--> 철학은 있지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철학은 성립되지 않은 상태. 어쨌든 효율적 퍼포먼스와 이윤추구가 목적. 여기에 투자자들의 의견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공이 많은 곳.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아주 큰 잠재력을 가진회사

--> 직원 2-3명의 스타트업에서 몇십 단위로 직원이 늘어남에 따라 그간 신경쓰지 못했던 내부 커뮤니케이션, 올바르게 정립되지 못한 조직문화에 대한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기의 회사. 특히나 창립 멤버+지인을 중심으로 사내 정치까지 만연해있다면 정말... 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현실적인 허들을 가지고 있는  3년차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 경력 C-레벨 관리자(임원진을 포함 C-로 직급이 불리우는 사람들/ 쉽게 경영진으로 지칭되기도 한다)는 아래와 같은 항목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1) 그간 잘 정비된 조직에서 몸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된 기준과 목표를 설정하고, 

2) 대표의 독단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채찍과 회유로 막아내며

3)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라는 명분하에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하면서 고집아닌 고집을 부려대는 부하직원들을 이성과 팩트 그리고 감성적으로 감싸안아야 하며, 

4) 기존의 인원이 할 수 없는, 누구도 해칠 수 없는 조직규범과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

.

.

.

스타트업에 대해 제대로된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그간의 직장에서의 경험과 현재 나의 이상을 기준삼아,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어정쩡한 목표를 가지고 입사한 나는,

대표의 독단에 한번 놀라고, 담당부서 실무진의 모든 의견에 대한 기본 옵션인 'No' 대답에 다시 한 번 놀라고, 까마득히 아래인 다른 부서 직원의 예의 없음에 또한 번 놀라고, 마지막으로는 직급과 책임은 있지만 권한은 참 적은- 내 위치와 존재가치의 하찮음에  놀라면서 그렇게 7개월을 보냈다.


놀라고, 방황하고, 나를 자책하면서, 기준이 없이 흔들릴 것이 아니라,

중간에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방향을 재설정하고, 다시 기준을 잡고, 조금은 독해지고, 더 당당해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실패원인 2. 자신의 역량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나


내게 주어진 직책은, 3개의 부서를 매니징하는 업무 총괄 책임자이자 부장. 

이전 회사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하면서, 실무책임자로 부하직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더 나은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동시에 대표/ 임원진들이 바라는 점을 나름 잘 이해했고, 그만큼의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의 관리자 레벨도 잘 수행할 수있으리라고 믿었었지만, 이전회사- 조직문화가 잘 갖추어진 곳의 '중간관리자' vs 스타트업- 자유로인 영혼이 가득 모인 곳의 리더급인 '관리자'는 위, 아래에서 바라는 업무의 역할 자체가 아예 달랐다. 


이전까지는 실무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부하직원들을 비롯 타 부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서 업무에 보탬이 되었다면 이곳에서의 역할은 '실무'가 아닌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특히나 예고치 않았던 조직개편에서 알게 된 (나는 그걸 3월 사태라고 명명했다. - 대표님이 야심차게 발표한 조직개편 선언- 그만큼 충격이 컸었고, 처음으로 '퇴사'를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임원진이 생각하는 부서장은 실무에서 손을 완전히 뗀 채, 실무의 책임과 권한은 아래로 내리고, 구성원들이 자율성과 잠재력을 무궁무진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열린 사고를 일깨워주고, 이를 펼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며, 실무진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사람이었다.


첫번째 실패 원인이 스타트업의 '필수불가결한 생태계'를 알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었다면, 두번째는 임원진과 내가 '부장'이라는 직급/역할에 대해 다른 바람을 가지고 있었고, 그 기대치의 간격이 '조직개편'이라는 사태 하에 뛰어넘을 수 없을만큼 넓어진 까닭일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승진을 한다고 치면, 회사에서 보장하는 '직급'에 대한 권한이 보장되며 그를 바탕으로 기존 실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포지션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잡고, 조직을 이끌어가게 되는데 사전 논의 없는 조직개편 그리고 이를 위한 실행방안으로 갑자기 '실무에서 손을 떼라'고 하니 그 다음 스텝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져 버렸던 것이다. 

융통성을 발휘하고 사람들을 구워삶아서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봐야 했었는데 한 번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나니 그 후유증이 계속 이어졌다. 


관리자는 실제적으로 일을하지 않고 일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서원 개개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납득시킬만한 태도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나는 아직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고, 이를 옆에서 보완, 지지해줄 만한 조력자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책임과 권한을 갖춘 리더의 자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라면 그 자리를 효율적으로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장악하든, 혹은 관계를 장악하든 한가지는 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너무 신중하면서도 어중간했다.  정말 이걸 쓰면서도 안타깝다...



실패 원인 3. 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업을 선도할만한 관심&자질을 갖추고 있었나


그동안 대행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거치면서, 누구보다도 빨리 습득하고 세상에 대해서 열린 눈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었다. 특히나 온라인 PR과 BTL 부분은 그간의 다양한 업무 '경험치'를 밑바탕으로 특정 분야에 국한된 업무만을 진행하는 것이 었기에 수박 겉핥기처럼 넓고 얕게, 단발적으로 진행되었고 그게 내 적성에는 참 맞았다. 그러나 오로지 한 업종, 한 회사를 위해 하나의 업무만을 진행하는 인하우스는 그 업무의 깊이감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방대했다.


신입사원이라면 천천히 하나씩 배워가면서 체득하겠지만, 처음부터 목표와 방향을 제시해야하는 매니저급이라면 이야기가 달리진다. 그간의 경험치를 재빨리 압축해서 하나의 업종에 집중시켜야 하고 실무진들의 업무를 빨리 파악하면서도 그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제대로 적용시키는 인사이트와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내가 약 8개월동안 몸담았던 '뷰티'업계는 (IT기반이긴 하지만) 나의 인생 및 관심사에서 단 5%도 포함되지 않는 'No관심 No재미'의 영역이었다. 처음 면접을 볼 때부터 '뷰티쪽에 관심이 없었다'라고 이야기했었고 임원진의 '그래서 더욱 좋은 인사이트를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을거다'라는 대답에 나도 그럴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나름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기본만을 겨우  따라가는데  마케팅적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쉬울리가 없었다. 뷰티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마케팅을 총 관리하는 매니저가 뷰티의 기본만 겨우 이해하는  사람이라니...열심히 해서 늘 수 있는 공부같은거라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처음부터 '감'과 그에 수반한 '관심'이 없었으니 추월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한 분야에서 일정수준의 경력이 되면 그 일이 단순히 일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감이 결여되어 있는 상황에서 '생활' 곳곳에 업이 스며들기란 쉽지 않았고, 관심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일을 하는 이유에서 '경제적 윤택함'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노력에 따른 성취감, 그로 인해 생기는 자존감, 그리고 재미 등 다양한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점점 첫번째 이유 외에 다른 것들이 사라져갔다. 업에 대한 재미가 떨어지고 이에 대한 자괴감이 드는 사람이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만큼의 고민들은, 굳이 말에 담기지 않아도 스멀스멀 조직 구성원들의 머릿속에 스며드는듯 했다. 


나는 좀 더 내가 관심이 있고, 잘 이해할 수 있는 업을 택해야 했다. 거기에 하나를 깊게 파야하는 곳이라면, 다양한 중간 관리자를 이끄는 높은 자리가 아니라, 우선은 하나에 집중하면서 좀 더 실무와 관계의 경험을 쌓는 자리에 있었어야 했다.



실패원인 4. 개인적인 성향과 주어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였나


사회적으로 비춰지는 나는, 밝고 명랑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눈치가 빠르고 온건한 사람이다. 여기에 부장이라는 직위가 더해지니, 조금 더 온건해졌고 조심스러워 졌었다.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문화에서 자유로운 조직문화로 넘어왔으므로 이 곳의 분위기를 잘 받아들여 적응해보자고 생각했던 내 선택이었고, 그간 겪어온 나쁜상사들 - 닮지 말자라고 생각했던 무책임하고, 직급 무기삼아 휘두르는 상사- 같이는 되고싶지 않았다. 여기에 더하여, 이미 관리자로  경영진쪽에 좀 더 가까운 위치였기 때문에 내가 담당하는 한 부서뿐 아니라 전체적인 입장을 고려하려고 애썼다. 


좋게 말하면 두루두루 고려한 거였지만 나쁘게 말하면 역시나 이도저도 아니었다. 우선은 나름의 위치, 힘을 확보하려면 대표와의 신뢰를 먼저 쌓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기존과는 다른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하게되면서 정작 가장 잘 귀기울여야 할 기존의 부서원들의 의견에는 제대로 호응하지 못했다. 아니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기에 우선은 그 기준을 먼저 넘어선 다음, 의견을 수렴려고 했다. 그렇게해서 힘을 확보했느냐.... (그렇다며 이 글이 성공담이 되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도 아니었다. 


동시에 간과했던 사실 하나는,  내가 스스로  '직급, 권한을 휘두르기만 하는 관리자가 되지 않겠다' 라고 생각했다면, 다른 면에서 믿음직한 사람이 되어야 했는데 그 점을 등한시 했던 것이다. 부서원들이 호응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설명해주고 설득을 했어야 하는건데, '도대체 어느 정도 까지 설명해줘야되나..' 라는 생각에 앞, 뒤 맥락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논리적이었든 팩트폭격을 하든 조금 더 흔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사님과 면담을 하면서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잘 키워나가고 싶었다. 우리 아이는 내가 단호하든 잘해주든 나를 믿고 따르는데, 부서 아이들은 내 호의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라는 말을 털어놓았었다. 그런데 그 말을 잘 곱씹어보니, 그간 내가 나 편할대로 '나만을 좋게' 생각했던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달랑 삼년 경력의 육아초보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육아의 기본 방침은 "애정과 관심을 두되 올바른 기준을 가지고 아이를 공정하게 대하자"였다. 퇴근 후, 주말에는 충분히 안아주고 애정을 보여주면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그것이 아이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단호하게 하지 못하게 했고, 나쁜 버릇이 들것 같으면 혼을 냈고, 혼을 낸 후에는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엄마의 애정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도록 충분히 안아주었었다.


그렇지만, 정말 내가 '회사' 부하직원들에게 그렇게 했느냐... 정답은 "NO"였다.


애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선은 남편(대표)의 마음에 들어야 아이들에게 맛난 간식이라도 더 잘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남편 마음에 들려고 애썼다. 이것저것 다 고려하면서 애보기를 등한시 하다가  결국, 목적을 이루지도 못한 채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멀어진 꼴이랄까? 남편은 아이를 못돌본다고 더욱 신뢰하지 않고... 그렇게 불신의 악순환이 된 것일 수도...


임원진과의 합이 제대로 맞지 못한 상태로, 부서원들의 저항을 제대로 다잡지 못한 상태로, 뜻하지 않은 조직개편이 되면서 운신의 폭은 더 좁아졌고, 그만큼의 힘도 사라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내 안에 있던 기준이 사라지고 실무를 관장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하나, 회사가 나에게 바라는 건 도대체 뭘까? 고민하는 시간만이 증가했다.

여기에, 내가 한없이 복잡한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실무자의 권리를 누리면서도 정작 책임지는 일에 있어서는 나를 찾고 원망하는 부서원들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과연 그들이 진짜 내 아이였어도 그런 식으로 감정이 흘러갔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부서원들은 강한 상사를 원했다. 과연 그들이 진짜 원한 것이  단순히 '강한 상사'는 아니었을것이다.  부서의 대표로 회사의 부당한 것에 맞서면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참 잘 들어주는 '부서원들에게는 약하지만 외부로는 강한 상사' 모순적이지만 이상적인 상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나는 그 반대의 사람으로 보였을 수 있을것이다. 정보력을 갖추지 못하고, 제대로 권한을 배분받지 못한 상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어차피 임직원과 베스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상사가 되어보자!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올바른 답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부하직원들에게 관심을 구걸하면서 그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거나 혹은 직급을 무기로 삼아 어떤 식으로든 휘둘러보는 것인데 ...   믿었던 것들이 마음 속에서 사라지고, 부하직원들의 '저항'에 당황하면서 나는 작아질대로 작아져있어 자신의 결정에 어느것도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최소한의 자존심, 내 마음속 기준을 넘어서면서까지 구차해지고 싶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제대로 자리매김을 못한 상사가 과연 외부에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그 생각과 함께, 발걸음이 멈춰치고 잠 못 드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부터 '나'란 사람에 대한 세팅이 잘못되어있던 자리였다.

나는 이 회사에서 '자상한 엄마'가 아니라, '여장부 엄마'같은 사람이었어야 했다. '평화주의자'로 임원진이 흔드는 방향에 따라 흔들릴게 아니라 다양한 대표, 과정를 거치고 밑바닥부터 올라온 사람의 경험치를 가지고' 아닌건 아니다/ 맞는건 맞다' 라는 내안의 큰 기준을 굳건히 지켜 보여주었어야 했다. 부하직원에게도 얄팍한 배려보다 강력한 채찍과 깊은 신뢰를 보여줘야 했다




8개월 회사와의 인연을 끝냈다. 

비록 멋진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신중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를 가슴 깊이 체험했고

내 부족함에 대해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이팅도, 미련도 모두 다 내려놓고

이 글을 끝으로 더 이상 자책하거나 후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조금 뒤쳐진 만큼 노력하면서 조금 더 살면 되겠지. 


삶이 계속되는 한,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있다.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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