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밥때가 아니라지만 손님이 너무 없었다. 오가는 포장 손님도 없고, 매장 안의 테이블 여섯 개도 모조리 비어있었다. 있는 사람이라곤 사장 한 명과 그의 가족들뿐이다. 셋이 옹기종기 모여 좁은 가게를 채우고 있는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말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딱히 이러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었는데.
“지금이 원래 좀 한가한 시간이야. 친구는 주방 보는 애랑 잠깐 뭐 좀 사러 나갔어. 금방 올 텐데 보고 가, 누나. 아 그리고 엄마, 내가 아까 청소 다 했는데. 그만 해요, 깨끗하니까.”
사장 둘에 ‘주방 보는 애’까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또 알았다. 재희고 친구고 똑같은 녀석들이다. 예상 매출과 가게 유지비에 대해 어설픈 계산이라도 해 보고 시작한 건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대단한 분식집이다. 엄마는 그동안 이 대단한 가게에 몇 번이나 와서 무료 봉사를 했던 걸까. 안 그래도 손목이 시리고 어깨가 아프고 허리랑 무릎도 멀쩡하지 않은 양반인데. 아들의 자식들을 무리하게 돌보다가 쓰러진 청소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그것마저도 자기 잘못인 듯 고개 숙이고 민망해하던 아주머니의 딸도 생각났다. 화가 나기 전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나는 엄마의 안색부터 살폈다.
“엄마는 좀 있다가 아르바이트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응, 가야지. 그냥 잠깐 와 본 거라니까.”
“쉬다 가셔야지. 여기서 이러면 엄마 알바 가서 힘들어요. 바로 근처도 아니고, 버스 타고 몇 정거장 가야 하잖아.”
“아냐, 힘들긴. 그래도 얘가 가게 잘 꾸며놓고 있어. 가게가 예뻐서 내가 놀러 오는 거야.”
엄마는 재희가 기특하고도 안쓰럽다는 표정이었다. 내 눈에는 조잡스러운 장식만 잔뜩 해 놓은, 손님도 없는 가게에 앉아서 잠들어 있는 한가한 백수 같은 남자가 보일 뿐인데 엄마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얼마나 피곤하면 저렇게 잠깐 졸겠냐고, 일해서 먹고사는 게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엄마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엄마에게 내 회사에서의 하루 일과를 말해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했다. 그동안 나의 밥벌이는, 내 인생은, 그저 쉬워 보였을까. 재희보다 훨씬 어렸을 때부터 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는 나에 대해,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다른 사장과 주방 보는 애는 아직도 돌아오고 있지 않다. 셋이 둘러앉은 모양새가 여전히 편하지 않다. 좁은 매장은 오래 둘러보고 할 것도 없었다. 안 그래도 못마땅한 가게의 한쪽 벽에는 얍삽한 느낌을 주는 네온사인 LED 조명 판이 붙어 있다. 멋들어진 흘림체를 흉내 내어 쓴 듯한 자음과 모음들이 일제히 빛을 쏘고 있다. 형광 분홍색의 가느다란 불빛이 자꾸만 눈을 찌르는 것 같아서, 이제 그만 가 보겠다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과 두둑한 용돈의 힘인지 재희가 꽤 멀리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었다. 얼마 만에 보는 공손한 모습인가. 돈의 힘을 새삼 느낀다. 마지못해 덕담을 남기고 돌아서긴 했지만, 앞으로 저 공기 청정기를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될지 당근마켓에서 보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엄마는 아직도 자기 일터로 출발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손님이 한 명 오기 전까지는 가게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은가 보았다. 반백수 아들, 아픈 손가락을 향한 지극한 사랑에 닭살이 돋는다. <떡볶이집 오빠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으면서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저 분식집이 망해야 좋은 건지 잘 돼야 좋은 건지, 나는 정말 도무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