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델타호텔 Nov 23. 2023

바다와 맞닿은 절, 해동용궁사

마음이 지옥에 있지 않도록

해동용궁사를 알게 된 건 <마이네임>의 장례식장이었다.

잠깐 나왔지만 절이라는 공간과 조폭들의 장례식이 주는 어색한 뒤틀림이 시선을 끌었다.

해동용궁사는 부산 여행을 가서도 더 끝으로 가야 하는 곳에 있다.

웬만한 관광을 와서는 해운대나 광안리에 가기도 바빠서 들르기 어려운 곳이었기에 부산에 여러 번 가봤지만 해동용궁사에 들른 건 처음이었다.

보통 말하는 3대나 4대 관음성지에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곳도 엄연히 관음성지다.

해수관음상이 있는 곳에 올라서야 바다가 보이는 양양 낙산사나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면 바다가 보이는 강화 보문사와 달리,

해동용궁사는 그야말로 바다를 보면서 걸어갈 수 있어 아름답다.

만약 절듀스 101이 있다면 이곳이 1위 자리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없거나 혹은 다른 종교를 가진 많은 이들도 절을 찾는 걸 보면 절은 확실히 마음을 편하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마음이 힘들 때나 무언가를 소망할 때 찾는 것이 바다나 산의 그것과 비슷하여

바다와 맞닿은 절은 늘 옳다.

절에 올 때마다 소원을 빈다.

내가 무슨 부처라도 된 것처럼 세상을 위한 소원을 빌어댔지만, 처음으로 나만을 위한 소원을 빌었던 곳이 해동용궁사다.

그때의 내 소원은,
"마음이 지옥에 있지 않게 해 주세요."였다.

돌이켜보니 그때의 마음은 정말 지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아직도 때로 자책이나 후회, 괴로움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이 종종 지옥문을 열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어쩌면 그 소원은 이미 이뤄졌는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마음이 평안하여 소원이 이뤄진 것이라 믿을 때, 지치지 않고 세상을 위한 소원을 더 열심히 빌어두겠다.

마음에 부처님이 오시는 순간순간들을 모아 언젠가 이기적일 나를 위해, 그런 날 용서해 줄 세상을 위해.

매거진의 이전글 미륵불을 바라보며, 관촉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