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를 수식할 말들을 떠올려본다.
바다가 보이는 절,
해수관음상이 있는 절,
수리부엉이가 다녀가는 절,
일출이 아름다운 절,
속초 여행 코스로 좋은 절...
낙산사를 대표할 수 있는 수많은 말들을 뒤로하고 '소원이 이뤄지는 절'이라고 적었다. 절을 찾는 많은 이들의 소원은 각자 다르겠지만 아마도 부귀영화가 아니라면 건강과 행복이 아닐까.
그렇다면 드넓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잠시나마 번뇌를 잊을 수 있는 이곳에서는 모두의 소원이 잠시 이뤄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절이 산에 있기에 바다가 보이는 절은 유독 특별하고 아름답다. 덕분에 관광지로 더 유명해졌지만 절이 주는 장점 중 하나는 아무리 많은 인파가 모여도 복작거리는 느낌이 덜하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지겹고 싫지만 절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다지 밉지가 않다. 도시에서처럼 사진을 찍고 몰려다니고 시끌벅쩍해도 그저 정겨울 뿐이다. 모두가 바쁨을 내려놓고 잠시 쉬러 온 곳에서는 다들 너그러운 보살이 된다.
어릴 때 정동진에 일출을 보러 간 이후로 해가 뜨는 걸 정말 오랜만에 봤다. 매일 뜨는 해지만 뜨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의미가 깊다.
착공식을 할 때 첫 삽을 뜨고 리본을 끊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듯, 아침의 시작을 굳이 바라보는 우리는 꽤나 중요한 사람이 된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비는지도 모른다. 한 해의 시작을 함께하는 중요한 사람의 소원은 마치 이뤄질 것 같아서.
새벽 4시부터 시작된 스님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저마다 어색하게 절을 하거나 인사를 올리고 소원을 빈다. 세상에는 마음 아픈 일들이 많지만 자신만을 위한 소원들 틈에 간혹 있는 타인을 위한 기도가 있기에 그만큼은 아름다운 일들도 종종 있는 거라고 믿는다.
사람이 힘들 땐 자기밖에 볼 수 없는 걸 알아서 마음이 평안할때 잊지 않고 타인을 위한 기도를 적립해둔다. 언젠가 내가 힘든 순간 날 위한 타인의 간절한 기도를 빌려쓸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