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촉사 석조 미륵보살 입상을 아주 좋아한다.
석굴암 본존불처럼 신성한 느낌은 없지만 위트가 있는 불상. 가끔은 잘 닦여진 은은한 미소보다 투박한 웃음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실물을 보기 전에도 '다음 중 고려 시대의 불상은?'으로 수없이 봐왔기에 마치 내 집 앞 불상처럼 익숙했던 은진미륵은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했다. 돌하르방 같은 석상이 아니라 나를, 아니 관촉사 전체를 내려다보는 위엄 있는 불상이었다.
실물을 본 이후로 이 불상이 더 좋아졌다. 좋아하는 절은 꽤 있지만 좋아하게 된 불상은 처음이다.
잘 짜인 세상에서 혼자 막 던져진 돌멩이 같은 기분이 들 때, 막 던져진 것 같은 거대한 돌덩이가 불상임에, 그리고 그것이 나와 절과 온 마을을 굽어살피고 있음에 거짓말 같은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