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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 Oct 24. 2021

시작글. 나에 대해 말할 때 내가 하지 않는 이야기

떡볶이와 납작만두를 맛있게 먹고 집으로 가다가 나란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어제도 나는 떡볶이와 납작만두를 먹었다. 분명 8000원어치 먹고 10000원을 냈는데 내 주머니에 있는 거스름돈은 3000원이었다. 아. 몰랐으면 좋았을 걸 거스름돈을 왜 확인했을까. 지금 갖다 드려야 할까. 다음에 갈때 드려도 될까. 내가 까먹지는 않겠지.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더 받은 거스름돈 1000원이 신경쓰여서 오늘 일부러 또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사장님께서는 아이고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그걸 또 이렇게 갖고 오냐며 세개에 이천원짜리 오징어튀김 두 개를 가위로 잘라 내어주셨다. 나란 사람은 왜 잘못 받은 거스름돈을 모른척 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이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런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 나란 사람은 MBTI 분석에서 말하는 알파벳 네개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 속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촘촘히 들어 있다. 부모님과 마주 앉은 식탁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눈길에 미끄러진 아이엄마를 보면서 모른척하는지 얼른 손을 내미는지, 택배를 갖다주는 아저씨에게는 어떤 말을 건네는지. 자잘한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일상의 수북한 더미 속에 잠겨 있던 내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취업을 위한 이력서나 동호회 첫만남에서 이야기 하는 자기소개는 아니지만, 소중하게 다뤄야 할 내 모습들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답을 찾기보다는 물음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밟히고 치이다 보니 놓쳤던 질문들을 문장 사이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글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자신의 인생을 겹쳐 잠깐이라도 생각해 보면 된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하루, 무엇을 할까?'라는 제목을 받아 들었다면 마음껏 보냈던 하루를 떠올려 보는 거다. 얼른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질문을 품고 사는 것만으로도 답을 얻을 확률은 높아진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삶의 방식이 있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삶을 사랑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나처럼 사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누가 궁금해하거나 묻지 않아도 내 안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소중하게 보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흘러가는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자신을 지금보다 아껴주게 되리라 믿는다. 그 믿음을 독자들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 길 위에서 / 잭 케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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