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칸막이에 애먹는 민원인들

by 방구석 지식in


부처 간 불통 '사일로 문화'에 국민들 피해


부처가 서로의 업무만 집중한 대가는 컸습니다. 미국 9.11 테러가 그렇습니다. 미국에는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굵직굵직한 정보기관들이 많은데, 서로 협업이 이뤄지지 않아 알카에다의 테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이 짊어졌습니다. 9.11 테러로 3천 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들의 국적만 77개국에 달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 세계인들은 그때를 기억하며 충격과 공포에 빠졌습니다.


각국 정상들의 전화 통화를 입수하는 등 첩보 기능이 탁월했음에도 미국 정보기관들은 테러 집단의 정보를 놓친 겁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은 '사일로 문화'인데, 서로가 성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것을 가리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또한 사일로 문화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일본의 소니 기업을 예로 들었습니다. 소니가 애플로 발돋움할 수 있었지만, 부서별 불통의 벽에 막혀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겁니다. 사일로 문화는 비단 글로벌 정부나 거대 기업에만 적용되지 않고 풀뿌리 행정자치를 하는 시청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나서서 책임을 지지 않는 부처별 보신주의 때문에 공동업무가 하루 이틀 미뤄지게 되고, 이에 따라 피해는 고스란히 민원인들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 혼자 처리하기 힘든 상황에 민원인들 '불편' 가중


종부세의 부과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재산세입니다. 전국 지자체의 재산세 정비 대장을 기반으로 종부세가 부과됩니다. 여기서부터 종부세와 재산세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나누어 부과되는데, 여기서 주택 부분만 따로 묶어 전국단위로 부과하는 것이 종부세입니다. 종부세는 국세청이 매년 12월에 부과합니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종부세와 재산세 때문에 민원인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민원인이 갖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민원과 법적인 절차를 각각 분리해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무사의 도움이 없이 혼자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지자체와 국세청의 칸막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시청 내에서도 부서별 칸막이는 층층이 존재합니다. 종부세 관련해 출장을 나갔는데, 주택으로 부과됐던 집이 폐가로 입증됐습니다. 그리고 민원인은 그 폐가를 완전히 허물고 싶어 했는데,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폐가를 허물기 위해서는 환경오염에 치명적인 슬레이트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지붕의 슬레이트 성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데, 이를 점검하는 건축과와 그밖에 주택과, 토지과 등을 거쳐야 합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시청을 왔다는 민원인은 몇 달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냐는 겁니다.



■ 한정된 권한만 있는 공무원...컨트롤타워 필요


담당 공무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만 있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권한을 확장할 수 없습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과별로 업무 권한이 넘어가면 공문 요청을 합니다. 때문에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한 세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A부서 공무원이 내부 결재를 맡아 B부서로 결재 서류를 보내면 담당 부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또 결재 서류를 보내는 과정입니다. 특정 부서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무원은 결재된 서류로 증명한다는 업계 이야기처럼 층층이 쌓인 칸막이에 숨이 막힙니다. 풀뿌리 주민자치를 넘어 열린 정부와 행정을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이 집중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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