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겨울 저녁

누군가를 기다리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by 이공



작년 겨울에 나는 베를린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일의 겨울밤은 어둡고 추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는 한 번도 그런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어둠이 그곳에 있지만 빛도 우리도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독일의 겨울은 왜 그들이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고대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는 계절이었다. 해가 제대로 뜨지 않는 낮마저도 네 시만 되면 캄캄해지고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아버리니 크리스마스 없이는 그토록 길고 어두운 겨울을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겨우내 모든 빛을 끌어모아 트리를 빚고, 우리는 조금씩 나눠 쓴다. 그래서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그리 대단한 축제가 아니다. 조금 더 화려하고 반짝이며 캐럴이 들리는 날일 뿐. 먹색으로 가득 찬 전지 같은 세상에서 사람이란 최하단의 끄트머리를 차지하는 작은 존재들에 불과했다. 어둠과 추위가 우리를 무겁고 두툼한 이불처럼 덮었다. 도시 남쪽의 어느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고 메신저로 대화했기 때문에 얼굴을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이름, 우리가 7시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 뿐.


가게 앞에 서서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면서 그 속에서 누군가 나타날지 궁금해했다. 누군가가 나를 만나러 오리란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세상이 너무 춥고 어두워 누군가 이곳에 올지 궁금했다.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 저녁이었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일부러 오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손을 흔들 수도 없고,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으면 어색하니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 당도할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도 모르면서 어떻게 알아볼 생각이었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뭔가를 찾는 사람은 티가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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