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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섬, 망실도

a lost island

by 이우석 더 프리맨
망실도(忘失島). 원래 섬 이름은 망연자실도이나 간단히 줄여 망실도라 부른다.

실존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모여있을 ‘환상의 섬’이다.

이우석의 삼십 평생 분실물이 이 섬에 죄다 모여있다. 아니, 있을 것이다.

망실도에 대해 알아보자.

하늘에서 본 섬의 지형은 ‘손상된 뇌’처럼 생겼다.

강수량은 많은 편이지만 그동안 잃어버린 우산 8000여 개 덕에 모두가 젖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주민은 모두 미아로 구성됐으며, ‘잃어버린 첫 사랑’도 인구 속에 '몇명' 포함돼 있다.

섬의 경제와 통화는 수 백만원의 지폐와 동전, 신용카드, 회수권 등으로 충분히 돌아간다.

섬의 전력공급은 그동안 잃어버린 가스라이터 1만여 개의 화력발전.

그리고 안경 렌즈의 태양광 발전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수력발전을 위해 ‘액땜’을 세워 전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중고 지갑 가죽을 재가공한 피혁 제품 공급과 노키아, 모토롤라, 갤럭시노트2 등을 비롯한 다양한 폐휴대폰 재생산업이 이 섬의 주요산업이다.

외양간을 고치는 일 역시 발달했다.

주민들은 재난에 대비해 각종 멤버십 카드와 가방, 신발주머니 등으로 제방을 쌓고, 휴대폰 충전기 줄로 연결해 지붕을 결박하고 산다.

금은 순도높은 ‘분실금’이 난다.

철광석은 나지 않지만 열쇠를 녹여 고철로 사용하면 충분하다.

그 고철로 섬의 특산물인 재봉틀Missing을 만들어 판다. 물론 판 돈도 잃어버린다.

섬에서 키우는 소는 ‘분실물보관소’이며, 그 소를 잡아 로스트비프lost beef를 만든다.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복불복’으로 복국을 끓여먹는다.

종교는 제정신을 신봉한다. 제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원은 ‘분실물’이 흐르는 절벽 위 지은 누각인 망각(忘閣), 그곳에 기거하는 사제를 '정신머리'라고 부른다.

섬의 정확한 위치는 행정구역상 '찾아도 클났군 귀찮2리'에 속하지만, 어디 있는지 그마저도 잊어버렸다.

망실도는 지금도 내 곁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하다. 아... 내 지갑 ㅠㅠㅠ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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