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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는 민들레 Nov 03. 2024

초등학교 보건교사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보호자들

따뜻한 위로를 해주고 싶다.

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의 의료행위나 학생지도 의문을 제기하는 보호자들이 종종 있다. 나는 그들이  전문가인 나를 믿지 못 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이 짠하다.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고 싶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아프다고 학교에서 연락 왔을 때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부모는 없으리라. 이성적인 사람도 자식 일에는 쉽게 이성의 끈을 놓는다. 



119  불러주세요.


학생은 피구부였다. 8시 20분경 피구공을 피하려고 뒷걸음치다 넘어져 강당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학생은 1교시가 끝나고 어지러움증과 눈의 압통을 호소하며  담임교사와 함께 보건실에 왔다. 담임교사가 나에게 그 학생부터 봐주라고 했다. 나는 치료하던 학생을 뒤로하고 그 학생에게 달려갔다.


신체사정을 했다.  특이점이 없었다. 두부외상으로 인한 어지러움 정도였다.  눈의 압통은 있었으나 복시나 시야의 흐림, 시야 좁아짐, 시력 변화, 눈부심 다른 이상증상 없었다. 병원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응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보호자가 학교로 와서 학생을 데리고 병원에 가도 될 상황이었다. 내가 학생을  보고 있는 동안 담임교사가  전화로 보호자에게 상황을 알렸다.


담임교사가

-선생님, 어머니께서 좀 바꿔주시랍니다.

학생을 좀 더 살펴보고 담임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보호자에게 학생상태를  설명하려고 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네. 어머니. 학생은 지금

여기까지 말했는데 어머니께서

-선생님, 담임선생님께 상황 다 들었습니다. 지금 119 불러주세요.

-어머니 제가 봤을 때는

-선생님, 제 직장이 시외에 있습니다. 지금 직장에서 나갈 수 없어요.

-어머니, 학생은 지금

-부탁드려요. 119 불러주세요.

-네. 어머니

간절했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이미 어머니를 삼켰.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보호자는 119를 불러달라고 하고 내가 봤을 때는 좀 상황을 지켜봐도 될 것 같은데 난감했다. 담임선생님께 보호자가 119를 불러달라는데  나는 좀 지켜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담임선생님은

-선생님, 실은 어머니께서 1-2주 전에 친정아버지가 두부외상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많이 흥분하신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보호자가 짠했다. 나이 먹어도 어미 잃은 자식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19를 불러달라는 어머니가 이해되었다. 119를 불렀다. 학생을 처치대에 눕혔다. 담임교사에게 학생을 좀 보고 있으라고 말하고 전화기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어머니를 좀 진정시키고 싶었다.

-어머니, 땡땡초등학교 보건교사입니다. 통화가능하신가요?

-네

-걱정 많이 되시죠?  담임선생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보건교사 하면서  학교에서 두부외상인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119도 여러 번 불렀고요. 그런데 땡땡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혈압도, 맥박도, 산소포화도도, 동공반사도 모두 정상입니다. 피구 하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는데 그 당시 기억을 잃거나 하지 않았다고 하고 지금 의식도 명료합니다. 눈의 압통이 특이증상이긴 한데 별일 없을 것입니다. 두부외상으로 119를 타고 갔던 학생들은 대부분 사고 당시 의식을 잃었거나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또 심한 어지러움증과 구토를 동반했었습니다. 땡땡이는 괜찮을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119에 동승할 테니 시간에 개의치 마시고 천천히 안전 운전하고 오십시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학생은 119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친정아버지 일이 생각나 두려운 마음이 생겼었다며 죄송하다고 하셨다. 나는 내가 어머니여도 어머니처럼 반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이 강당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학교에서 연락 오는데 걱정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냐고 덧붙였다.



쉬는 시간에만 보건실을 이용해야 하나요?


웨이브가 진 긴 머리, 165 정도의 키, 나풀거리는 원피스, 수수하고 예쁜 얼굴의 여성이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누구신가요? 혹시 본교 선생님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땡땡이 엄마입니다.

-아, 땡땡이 어머니세요. 조금 전에 땡땡이 보건실 왔었어요. 손에 상처가 좀 나서 치료받고 같습니다. 왠지 땡땡이 어머니라고 하시니 처음 뵙는데도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러네요. 어서 오세요.

라고 말하며 어머니를 환자용 의자에 앉게 했다.

-그런데 어머니 무슨 일이신가요?

-학교에 온 김에 겸사겸사 선생님께 궁금한 점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궁금한 점이 무엇인가요? 좀 떨리네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보호자가 날 찾아왔다면 보통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저희 땡땡이가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끝나고 집에 왔는데 티에 피가 묻었더라고요.  제가 땡땡이에게 왜 옷에 피가 묻었는지 물었습니다.  땡땡이 말이 보건 선생님께서 쉬는 시간에만 보건실을 이용하라고 해서 공부시간에 피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보건실에 못 갔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 학생들이 피가 날 경우에도 쉬는 시간에만 보건실을 이용해야 하는 건가요?


- 땡땡이가 2학년입니다. 땡땡이는 1학년 때부터 좀 참고 쉬는 시간에 치료받아도 되는 것들로 수회 수업시간에 보건실에 왔습니다. 저는 그런 행동이 땡땡이에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려움증이 엄청 심해서 도저히 공부할 수 없다면 공부시간에도 와야겠지만요. 땡땡이는 어머니께도 아시겠지만 공부를 중단하고 수업시간에 보건실에 올 정도는 아닙니다. 저번에도 반 친구들이 다 체험활동하는 날도 가렵다는 이유로 시간 반이나 보건실에 있었습니다. 그날 땡땡이는 충분히  참고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2학년은  40분 수업하고 10분씩 쉬는 시간입니다. 중간놀이 시간은 30분이고요. 점심시간도 1시간가량 됩니다. 땡땡이 교실은 보건실과도 가깝습니다. 어제도 보건실에 오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다면 보건실에 왔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어제는 교실에서 보건실에 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신나는 활동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땡땡이가  보건실에 갈 시간을 놓쳐버렸을 것입니다. 어쩌면 옷에 빨간색 피가 묻어서 엄마에게 혼날까 봐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닐까요?


땡땡이는  제가 쉬는 시간에 보건실을 이용하라고 해도 자기주장이 강하고 똑똑해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주변사람 눈치 보지 않고 보건실에 오는 학생입니다. 땡땡이는 사회성도 좋습니다. 그래서 저랑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친한 편입니다. 땡땡이는 사리판단을 잘해서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제가 쉬는 시간에 오라고 해도 공부시간에 올 학생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교실에 계십니다. 어제 옷에 얼마나 피가 묻었는지 모르겠지만 상태가 심각했다면 담임선생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땡땡이를 보건실에 보냈겠죠.


3일 전에도 땡땡이가 보건실에 왔었습니다. 땡땡이가 원래 책 좋아하잖아요. 땡땡이가 대기하면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땡땡이 차례가 돼서 제가 땡땡이를 여러 번 불렀습니다. 그런데 책에 집중해서 그때서야 저를 보더라고요. 팔이 가렵다고 해서 거즈에 차가운 물을 묻혀서 팔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책 보면서 이제 로션 바르고 교실로 가자고 해도 제 말이 들리지 않은지 계속 책만 보고 있었습니다.  땡땡이가 책을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교실에서 공부하고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땡땡이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정말 응급한 경우가 아니면 쉬는 시간에 보건실을 이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얀 옷에 묻은 피를  봤을 때 어머니께서 얼마나 속상했을지는 이해합니다. 저도 어머니 입장이었다면 속상했을 것입니다. 어떤 부모가 아이 옷에 묻은 피를 보고도 속상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제가 따지려고 온 게 아니라 궁금해서 온 것입니다.

라고 말하시며 웃으셨다.

-잘 압니다. 어머니. 땡땡이가 2학년 돼서는 1학년때와 다르게 피부도 더 좋아지고 알레르기 결막염도 좀 없어졌더라고요. 저는 땡땡이 참 멋진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이 참 예쁜 학생입니다. 인사도 엄청 잘합니다. 제가 땡땡이 만나면 어제처럼 옷에 피가 묻을 정도면 수업 중에도 보건실 와도 된다고 지도하겠습니다. 정말 이번 일로 속상했겠습니다.

-아니에요. 선생님.

-어머니, 다음에는 제가 차라도 대접하겠습니다. 다음에도 오세요.

-네. 선생님, 바쁜데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어머니가 가시고 나는 대기 중인 학생을 다시 치료했다. 어머니께서 정말 궁금해서 온 것을 알고 있다. 나의 보건실 운영방법이 싫었다면 이야기하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했을 것이다. 인상을 팍팍 쓰고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동안 미소를 지 않으셨고 말투도 부드러웠다.  만약 막무가내 보호자였다면 나에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교장실에 가거나 교육청에 가거나 국민신문고에 신고했겠지.

어머니가 직접 오셔서 궁금한 것을 물어봐줘서 고마웠다. 땡땡이는 정말 내가 아끼고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학생이다. 땡땡이를 바라보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진다. 타인을 기본 좋게 하는 매력이 있는 학생이다.  땡땡이는 이제 쉬는 시간에 보건실을 이용하는 학생이 되었다.




보호자 동의없이 혈액검사를 해도 되나요?


 그 학교에 근무할 때 학교 뒤에 산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특색교육의 일환으로 각 반마다 학생들을 데리고 그 산을 오르락내리락거렸다. 학생들은 정말 즐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산행이 있는 날마다 산행 후  피나고, 찢어지고, 삐끗하고, 여기저기 가시박히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학생들로 바빴다.


어느 날 한 선생님이 산행 후 자기 반 비만 학생을 데리고 왔다.

-선생님 어떻게 해요?  이 애가 산에 가는 내내 식은땀이 나고 힘들어했었어요. 왜 그러죠?

-일단 선생님, 제가 땡땡이를 좀 보겠습니다.

나는 땡땡이 문진하고 활력징후를 측정했다. 그리고 저혈당 증상이 있는 것 같아서 혈당검사를 했다. 혈당검사는 손가락 끝을 혈당침으로 찌른 후, 혈당스틱에 피를 묻혀 스틱을 혈당 측정기에 넣으면 혈당수치가 나온다. 다행히 학생의 혈당은 정상이었다. 나는 학생을 침대에 눕게 하여 30분가량 경과를 관찰했다. 학생은 30분 후 괜찮아져서 교실로 갔다.


담임교사는 산행 후 학생에게 있었던 일들을 보호자에게 알렸다. 보호자는 피를 뽑았다는 말에 깜짝 놀라 학교에서 보호자 동의 없이 혈액검사를 해도 되냐고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청이라는 곳이 보건담당 장학사 밑에 주무관들이 보건 행정 업무를 대부분 맡고 있다. 주무관들은 어떤 상황에서 혈액검사를 했는지 몰랐기에 보호자 동의 없는 혈액검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주무관은 혈당검사를 병원에서 하는 혈액검사로 생각했을 수도 있으리라.


다음날 담임교사가 어머니가 어제 혈액검사 했다고 노발대발 했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는 어머니께서 오늘 학생 등굣길에 학교에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8시 50분 정도에 보호자는 보건실에 왔다. 땡땡이랑 닮아서 땡땡이 보호자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땡땡이 어머니시죠?땡땡이랑 닮았네요. 담임선생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네. 선생님. 제가 교육청에 문의하니 보호자 허락 없이 혈액검사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던데요. 선생님께서는 왜 보호자 허락 없이 혈액검사를 하신 건가요?

라고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척하려고 화장도 진하게 하시고 선글라스도 끼셨지만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어머니, 일단 좀 의자에 앉으세요.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어머니를 상담용 의자에 앉혔다.

-어머니, 어제 땡땡이가 산행 후 어지러움, 두통, 오심, 식은땀등의 증상을 호소하였습니다. 학생에게 문진 하니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혈압, 맥박, 체온을 측정하고 저혈당일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혈당검사를 한 것입니다. 혈당검사는 혈당침으로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조금 짜내서 하는 검사입니다. 우리 손에  상처가 조금나서 상처는 안보이는데 짜면 피가 나는 경우처럼 아주 적은 양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피검사 할 때처럼 주사기로 뽑은게 아닙니다. 

-아, 그런가요. 선생님.

어머니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땡땡이처럼 눈이 아래로 축 처져 순한 인상이었다. 어쩌면 순해 보이는 눈을 가리려고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았나 싶었다.

-어머니, 그런데 어머니께서 혈액검사라고 하니까 많이 놀랐을 것 같아요. 제가 어머니여도 애가 학교에서 혈액검사 했다고 하면 놀랄 것 같습니다. 어제는 응급한 상황이 아니었는데요. 다음부터는 응급한 상황이 아닌데 땡땡이 혈당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제가 어머니에게 먼저 연락하고 하겠습니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는 혈액검사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땡땡이를 힘들게 임신했다고 하셨다. 땡땡이가  어렸을 때 보육시설에서 학대를 받았다고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흘렀다. 내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된 점은 누구에게나 자식은 소중한 존재이지만 땡땡이는 특히나 땡땡이 어머니에게는 소중한 존재라는 을 알게 되었다.  땡땡이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보육시설에서 학대받았다는 말에 내 가슴도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 학교를 옮길 때 즈음에는 땡땡이 어머니와 땡땡이랑은 친한 사이가 되었다. 땡땡이가 4학년 때 땡땡이 어머니가 땡땡이 동생을 낳았다. 만약 그 어머니가 그렇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땡땡이를 자세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땡땡이는 자세히 보니 매우 귀여운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땡땡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흐뭇했다.



해열제를 먹이는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보건교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중에 하나가 상병의 악화방지를 위한 의약품 투여다. 그런데 이런 의약품 투여에 민감한 보호자들이 있다. 이 일은 나만 겪는 일은 아니다. 요즘 많은 초등학교의 보건교사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1학년 땡땡이가 왔다.

-어서 와요. 어디 아파요?

-선생님, 열나요

-언제부터 열나요?

-4교시부터 열나요

-어제 집에서 열났어요?

-네

-어제 집에서 약 먹었어요?

-네

-오늘 아침에는 약 먹었나요?

-아니요.

여기까지의 문진에서 나는 학생이 어제 열이 났고 아침에는 열나지 않았으며 지금은 열이 나나 보다고 생각했다. 학생의 활력징후인 혈압, 맥박, 체온, 호흡을 측정했다.  한쪽 귀는 37.9도, 한쪽 귀는 38.3도였다.

-지금 많이 힘들어요?

-조금요

-보호자분들은 어디에 계신가요?

-엄마, 아빠 모두 회사에 갔어요.

-엄마는 몇 시에 집에 오나요?

-6시요.

-아빠는 몇 시에 집에 오나요?

-5시요.

-학교 끝나고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방과 후 갔다가 학원 갔다가 하면 6시 정도 돼요.

나는 여기에서 많은 고민에 쌓였다. 학생은 컨디션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안색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열이 38도이고, 보호자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단은 열을 떨어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은 1학년 수업이 거의 끝나는 시간이었다. 학생 건강기록지를 살펴봤다. 특이사항이 없었다. 나는 학생의 체중을 측정하고 정해진 용량의 해열제를 먹였다. 학생을 10분 정도 침상에 눕혀 경과를 관찰하고 교실로 보냈다. 담임교사에게는 학생의 보호자에게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였고 방과 후에도 세심히 관찰할 수 있게  안내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학생이 교실로 가고 15분 정도 후에 보호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1학년  땡땡이 엄만데요. 우리 땡땡이 열이 얼마나 났나요?

-37.9도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왜 해열제 먹이셨나요? 집에서 보면 38도여도 잘 돌아다니던데요. 해열제를 그렇게 먹여도 되는 건가요? 저는 아이가 체중도 적게 나가고 작기도 해서 가능한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있습니다. 39도 정도 되었을 때 아이가 컨디션이 떨어지면 해열제 먹였습니다. 해열제를 37.9도 밖에 되지 않고 컨디션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데 먹여도 되는 건가요? 해열제를 먹이는 기준이 뭔가요?

-어머니, 해열제는 체온측정 결과로만 투여하지 않습니다. 학생의 건강상태를 보고 투약합니다.  한쪽 귀는 37.9도였고, 한쪽 귀는 38.3도였습니다. 제가 봤을 때 학생은 컨디션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안색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또한 지금 당장 보호자에게 전화하여 학생을 귀가조치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학기 초에 의약품 사용에 동의하셨기에 해열제를 투여한 것입니다. 방과 후 2개를 한다고 하기에 경과를 살펴보려고 방과 후 하다가 힘들면 보건실에 오라고 일러두었습니다. 그리고 담임교사에게 학부모에게 안내전화를 부탁한 이유는  방과 후에 가정이나 학원에서 학생을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저는 그런 상황인 줄은 모르고 37.9도 밖에 안되는데 왜 해열제를 투여했는지 궁금해서 전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쪽 귀가 38.3도였다면 열이 나긴 나네요.

-어머니. 직장에서 일하시는데 학생이 해열제 먹었다고 하니 많이 놀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학생이 다니는 학원에서도 잘 지켜볼 수 있게 학원에 안내전화 해주세요.

-할머니께 연락 드려놓았습니다. 방과 후 끝나면 할머니께서 돌봐줄 겁니다.

-어머니, 고생이 많으시네요. 땡땡이가 빨리 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어머니도 이해한다. 학교에서 아이가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었다면 얼마나 걱정되겠는가? 고작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말이다. 직장 때문에 아픈 아이 곁으로 갈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이 어머니께서 땡땡이 할머니에게 아픈 아이를 부탁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지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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