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인력이 있으면 좋겠다.
똥을 못 싸서 배가 아픈 초등학생이 생각보다 많다. 보건교사는 배 아픈 학생을 사정하고 복통의 원인이 배변문제라고 판단되면 학생에게
- 똥 싸면 괜찮아질 거예요. 보건실 앞 화장실에 가서 똥 놓고 다시 와요. 그러면 배가 안 아플 있어요. 선생님이 기다릴 거예요. 꼭 보건실로 다시와요.
라고 말하고 화장실에 보낸다.
보건교사는 학생을 따라 화장실에 갈 수 없다. 보건실에서는 늘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 학생과 처치를 기다리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 학생만 화장실에 보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수업시간 화장실엔 사람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복통을 호소한 학생 혼자만 화장실에 있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학교 안전 점검을 온 교육청 주무관이 화장실에 응급벨을 설치하라고 권해서 조만간 응급벨이 설치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보건교사는 화장실에 보낸 학생이 10분 이내에 보건실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화장실에 가봐야 한다. 보건교사가 학생에게 보건실 앞 화장실이라고 배변장소를 지정해 주는 이유는 똥 싸러 간 학생이 사라졌을 때 학생을 쉽게 찾기 위해서다.
6학년 땡땡이가 배가 아파서 보건실에 왔었다. 나는 땡땡이를 보건실 앞 화장실에 보냈다. 10분 정도 지났는데 땡땡이가 보건실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땡땡이가 남학생이었기에 남자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 " 보건 선생님, 학생 찾으러 들어간다."라고 말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는 땡땡이를 불렀다.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화장실 칸칸이 다 열었다. 땡땡이가 사라졌다.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덜덜덜거렸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미치고 환장할 것 같았다.
보건실로 되돌아와 땡땡이 반에 전화했다. 내 심장소리와 신호음이 섞여서 요동쳤다.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보건교사입니다. 제가 땡땡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보건실 앞 화장실에 보냈는데 안 와서요. 화장실에 가봤는데 없더라고요. 혹시 교실에 있나요? "
담임 선생님께서 "지금 그림 그리고 있어요."라고 했다. "저는 없어져서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라고 말했다. 담임교사가 웃는다. 나도 헛웃음이 나왔다. 땡땡이는 화장실에 가서 똥 싸고 복통이 사라져서 교실로 간 것이다. 내가 누누이 똥 싸고 배 안 아파도 보건실에 와야 한다고 말했는데 말이다.
초등학교에는 땡땡이 같은 학생이 꽤 많다. 그럴 때마다 보건교사는 심장과 다리를 덜덜덜 떨면서 여기저기 학생을 찾아다닌다. 보건교사는 학생의 소재를 확인한 후에야 제대로 숨 쉬게 된다. 주로 심장이 떨어지기 직전에 학생의 소재가 파악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간혹 보건실 앞 화장실이라고 지정해 주었는데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 교장실 앞 화장실로 가는 학생도 있다. 저번에 한 땡땡이는 비데를 찾아 교장실 앞 화장실까지 가서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교장실 근처 화장실과 보건실과의 거리가 무려 초등학생 걸음으로 4분은 걸린다. 사라진 학생을 찾는 동안 내 심장은 심장이 쪼그라들 수 있는 만큼 쪼그라들었었다. 다행히 학생을 찾고 제 크기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혹시 깨끗한 화장실에서만 똥 싸니?", 또는 "비데가 있어야만 똥 싸니?", "학교에서 똥 쌀 수 있니?"라는 질문이 추가되었다. 1학년은 여기에 "똥 혼자 닦을 수 있니?"도 물어봐야 한다.
화장실에 간 학생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건실 보조인력 투입이다. 코로나 시기 보건실마다 2~3명의 보조 인원이 있었다. 그때는 잠깐씩 보조인력에게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학생을 보건실에 데리고 오라고 하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아픈 학생 치료하고 학생을 교실로 보내는 경우도 학생이 사라질 수 있다. 담임교사에게 학생을 교실로 보낸다고 메시지를 보내지만 초등학생이라 공부하기 싫어 옆으로 세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런 경우도 보조인력이 있다면 보조인력에게 학생을 교실까지 데려다주라고 하면 될 텐데......
보호자들이 아픈 학생을 데리러 와서 학생만 학교 앞으로 보내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학생이 사라질까 봐 늘 걱정된다.
직장에서 일하는 보호자는 학생만 집에 보내라고도 한다.
모든 상황에서 충분히 학생이 사라질 수 있다. 왜냐면 초등학생이니까. 왜냐면 세상이 예전과 다르니까.
이번 하늘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제대로 된 학생 안전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