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클럽

왕따클럽의 유쾌한 경수에게

by 민들레

'왕따클럽' 경수야!

오늘 급식 먹고 4학년 아이와 산책하다가

문득 네가 떠올랐어.


잘 지내지?

이제 대학생이 됐겠다.

경수는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하다.


너는 5학년에서 최고의 말썽꾸러기였지.

보통 말썽꾸러기들은 애들에게는

은근히 인기 있곤 했는데,

넌 좀 달랐어.

너는 성격이 급하고 자기주장이 센 편이었어.

그러다 네 뜻대로 안 되면, 말다툼에서 시작해 몸싸움까지 가곤 했지.


어느 날, 너는 교실에서 화가

주먹으로 책상을 '꽝!'하고 내려치고 발로도 찼지.

그 결과 발은 괜찮았는데 손에 통증이 심했어.


그날, 선생님은 너에게 이렇게 물었어.

"경수야, 너 왕따지?"

너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지.

"네.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

선생님은 말했지.

"천재가 천재를 알아보는 것처럼,

왕따가 왕따를 알아보는 법이지.

경수야, 선생님도 선생님들 사이에서 왕따야. 너만 알고 있어. 비밀이다."

너는 놀라워하며 눈을 크게 뜨고 물었지.

"선생님, 정말 왕따예요?

왜요? 선생님은 착하잖아요."

선생님은 대답했어.

"너도 착해. 착해도 왕따 시키면 당할 수밖에 없단다.

너와 나처럼 자기주장이 좀 세면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 있어.

의견이 맞지 않으면 맞춰가면 되는데,

그게 어렵고 귀찮아서 사람들은 그냥 따돌리는 것 같아."

선생님이 왕따라고 고백했더니 너는

마치 독립운동을 함께 하던 동지를 만난 것처럼

이상하게 기뻐했어.


그때 선생님이 너에게 '마법의 해결책'이라는 책을 건넸어.

"경수야, 이 책에 화날 때마다 펼쳐라.

도움이 될 수 있는 해결법이 다 나와있어.

선생님도 화날 때 이 책을 펼친다."

너는 책장을 넘기며 신기한 듯 말했지.

"선생님, 정말 마법 같은 해결책이 가득하네요."

그날 이후 너는 교실에서 화가 날 때면

언제나 보건실에 와 마법의 해결책을 펼쳐서 감정을 조절하려 애썼지.

기특한 녀석. 정말 기특했어.


어느 날 선생님이 물었어.

"경수야! 너도 왕따, 나도 왕따. 우리 급식 먹고 같이 산책하자."

너는 흔쾌히 "좋아요."라고 말했어.

나중에 네가 태환이랑 윤주, 성호를 데리고 보건실에 왔어.

그리고 말했지.

"선생님 태환이는 1반, 윤주는 3반, 성호는 4반 왕따예요. 제가 다른 반 애들한테 누가 왕딴지 물어서 데리고 왔어요. "

그리고 애들에게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어.

" 얘들아, 이건 비밀인데 너희들만 알고 있어. 보건샘도 선생님들한테 왕따래. 우리처럼 왕따. 비밀 꼭 지켜."

그 애들도 이상하게 내가 왕따라는 사실을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어.

선생님은 좀 황당했지만 그 애들을 도와주고 싶은

너의 따뜻한 마음을 알았기에 한 가지 제안을 했지.

"우리 왕따들 '왕따클럽' 만들자."

그렇게 왕따클럽이 결성됐어.


왕따클럽은 중간놀이 시간에는 보건실에서 보드게임을 했어.

점심시간에는 교정을 걸으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엑스엑스'라 지칭하고 욕해댔지. 그 상황에서도 친구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실명은 밝히지 않았어. 그리고 이야기는 언제나 이렇게 끝났어.

"그 엑스엑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어요.

제가 좀 심하긴 했어요.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우리는 서로 위로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갔어.


남들이 보기엔 우리 모두 '왕따'였지만

우린 전혀 상처받지 않는 아주 즐겁고 유쾌한 왕따였지.


경수야, 그 시절 선생님도 참 힘들었어.

교감 선생님이 선생님을 왕따 시킨 주범이었거든.

그래도 선생님은 한 번도 교감선생님께 굴하지 않았어.

지금생각해 보면, 너희들이 있어 오히려 더더더 당당할 수 있었어.

힘든 시기 도움 줘서 고맙다.


우린 정의로운 왕따, 유쾌한 왕따, 개성 있는 왕따, 멋진 왕따야.


혹시 지금 네 주변에

왕따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때처럼 다시 '왕따클럽'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재내라. 왕따동지.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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