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민원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

자유로운 성주에게

by 민들레

수두로 시작된 인연.

엄마의 민원은 날 흔들었고,

너의 웃음은 날 다시 일으켜 세웠지.


성주야, 잘 지내니?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겠구나.

우리 성주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 번쯤 보고 싶구나.


너랑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지.

그날은 수영체험학습이 있는 날이었어.

버스가 출발하기 전, 담임선생님이 널 데리고

급하게 보건실에 왔었지.


너는 등에 수포와 발진이 있었어.

수두가 의심됐지.


담임선생님은 널 남겨두고

수영체험학습에 가면서

나에게 어머니 연락을 부탁하셨어.


나는 너희 어머니에게

조심스레 수두가 의심된다고 했지.


너의 어머니께서는

'수두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어.


나는 친절하게 말했지.

"혹시 모르니 병원에 가셔야 하고,

수두는 감염병이어서 등교를 중지해야 합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목소리를 높이셨어.

"선생님, 저는 출근해야하는데 그럼 애는 누가 봐요?

혼자 집에 수도 없잖아요!"


어머니가 널 보건실로 데리러 오는 동안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지.

너는 참 말을 재미있게 했어.

너는 유쾌하고 엉뚱했지.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즘,

어머니가 보건실 문을 '벌컥'열고 들어오셨어.

인사도 없이 날 매섭게 째려보며,

아무 말 없이 널 데리고 나가셨지.


결국 너는 수두 진단을 받았고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어.


그리고 며칠 뒤,

너희 어머니는 관리자에게 민원을 넣었어.

'보건 선생님이 경찰처럼 따져 물었어요.

아이 앞에서 나를 나쁜 엄마 취급했어요.'

그 일로 아이가 위축됐어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관리자는 날 불러 이렇게 말했지.

"보호자에게 사과하고

학생에게 '엄마 잘못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세요."


나는 무엇이 잘못인 줄 모른 채

너희 어머니에게 사과했어.


그리고 널 불렀지.

너는 방긋 웃는 모습으로 보건실에 들왔어.

"학교에 못 오는 동안 어떻게 지냈어?"

내가 묻자, 너는 해맑게 말했어.

"게임하고 놀았어요.

또 수두 걸리고 싶어요."

너는 위축되기는커녕 천진난만한 모습이었어.


"선생님, 제가 베란다에서 새장 문을 열었어요.

그래서 새가 날아가버렸어요.

엄마한테 엄청 혼났어요.

새가 다시 집을 되돌아올 수 있을까요?"


나는 웃으며 말했지.

"새와의 이별은 안타깝지만

새는 아마 자유를 얻어서 행복할 거야.

새가 행복하면, 네가 행복한 거잖아.

다시 되돌아오지 않아도 슬퍼하지 마."


너는 반짝 웃으며 대답했지.

"네. 실은 새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새장 문을 열어준 거예요."

나는 다시 말했지.

"넌 참 착하구나.

새는 너랑 살 때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할 거야."


그날 이후 너는 방과 후에 항상 보건실에 왔어.

너는 사고가 자유로웠어.

그래서 너의 이야기는 기발했고, 재미있고, 신났어.


처음엔 널 볼 때마다 너의 어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네가 주는 기쁨으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희미해지다 못해

색을 바랬지.


5학년 말,

너는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어.

네가 없어서 한동안 허전했어.


돌아온 다음 학기

너는 필리핀에서 있었던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쏟아놓았지.

배꼽이 빠질 정도로 재미있어.


우리 멋진 성주야,

지금도 자유를 추구하며

어디선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겠지.


성주 보고 싶다.

늘 웃음 잃지 않고 잘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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