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에게 고백받은 백설이

백설이와 피노키오의 어성교제

by 민들레

며칠 전, 사과 요리학원에 갔어.

요리학원에 들어선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 왜냐면 저번에 숲 속에서 본 불타는 나무토막 같은 아이가 거기 있었거든.

"저, 아이..."

그 아이는 피터팬의 절친 피노키오였어. 친구의 친구는 곧 나의 친구이기도 하잖아. 나랑 피노키오는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지.


요리학원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날이었어. 나는 피노키오와 사귀는 상상을 하다가 그만 파이를 까맣게 태우고 말았어. 나는 초코파이인척 하며 까맣게 태운 사과파이를 먹었어. 왜냐면 피노키오 앞에서 요리 못하는 애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 나는 피노키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왜냐면 피노키오를 좋아하거든.


그때 피노키오가 다가왔어. 나는 깜짝 놀랐어. 혹시 내가 사과파이를 까맣게 태운 걸 눈치챈 건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피노키오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어.
“초코파이랑 사과파이, 궁합 끝내줘. 한 번 먹어봐.”

그리고는 자기가 만든 사과파이를 내게 건넸어.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고마워. 피노키오."

피노키오가 만든 파이는 정말 정말 정말 맛있었어. 그렇게 환상적인 맛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나는 부스러기까지 싹싹 핥아먹었지. 피노키오가 날 흐뭇하게 바라봤어.

나는 인어에게 물었어.

"혹시, 피노키오도 날 좋아하는 건 아닐까?"

인어는 말했어.

"백설아, 정신차려. 피노키오 원래 친절하잖아. 나한테도 사과파이 줬어."

그날 이후, 내 안에 이상한 감정이 꿈틀꿈틀거렸어.

'평생 피노키오가 만든 사과파이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었지.


나는 인어에게 말했어.

"인어야, 나 피노키오에게 사귀자고 고백할까?"

인어는 살짝 눈을 굴리며 말했어.

"백설아, 그러다 피노키오가 싫다고 하면 서로 어색해지잖아. 그리고 사귀자는 말은 원래 남자가 하는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속에서 뭔가 훅 끓어올랐어.

"무슨 소리야. 사귀자는 말은 여자도 할 수 있어. 누가 먼저 고백하냐가 뭐가 중요해! 나는 피노키오에게 내 마음을 꼭 전할 거야."

피노키오에게 고백하려고 했는데 인어랑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피노키오는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어. 그래서 나는 다음에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지.


다음 날, 요리학원에서 피노키오가 나에게 쪽지를 줬어. 쪽지에는 이렇게 적어져 있었어.

'백설아, 4시에 사과나무 아래에서 보자.'

쪽지는 물에 흠벅 젖어 있었어. 왜 물어 젖은 걸까?


나는 4시가 되자마자 사과나무 아래로 헉헉거리며 달려갔어. 그런데 피노키오는 없고, 사과나무 가지마다 노란색 종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어.

'저게 뭐지?'

가까이 가보니 그것은 피노키오가 나에게 쓴 편지였어. 무려 천통이나 되는 편지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지.

편지를 모두 떼었는데 3시간이나 걸렸는데, 나는 그 시간이 3초처럼 느껴졌어.

편지를 천통이나 쓰다니...

나는 운명을 믿어. 피노키오와 나의 만남은 운명적이야. 그날 밤, 나는 천 통의 편지를 밤새 읽고 또 읽었어.

편지엔 내가 너무 예뻐서 사귀고 싶다는 말들이 가득 적어져 있었어. 피노키오도 날 좋아하고 있었나 봐. 아무래도 피노키오와 나는 천생연분인 것 같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피노키오에게 코코아톡으로 답했어.

‘피노키오, 좋아. 우리 사귀자. 오늘이 1일이야.’

라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어.


그 순간 피터팬이 저번에 한 말이 생각났어.

"백설아, 너는 평생 모태 솔로로 지낼 거야. 왜냐면 넌 여자애가 사나이 같잖아.프하하하."

나는 피터팬에게 코코아톡을 보냈어.

'피터팬, 나, 남자 친구 생겼다. 앗싸! 누구인지 초성만 알려줄 테니 알아맞혀 봐. ㅍㄴㅋㅇ

참 평생 모태 솔로는 내가 아니라 너야. 메롱 메롱."


나는 피노키오랑 사과파이처럼 달콤하고 예쁜 날을 만들어갈 거야. 사과향이 솔솔 풍기는 피노키오의 여자친구가 될 거야. 나 정말 행복해.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평생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근데 꿈은 아니겠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과 함께 이성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건강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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