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오늘도 나를 걷게 한다.
"하루의 끝에서 마주 앉고 싶은 이름이 있다.
지금은 곁에 없지만, 여전히 내 삶의 중심에 머무는 이름.
그 이름 하나로 오늘도 나는 하루를 살아낸다."
봄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던 어느 아침, 함께 걷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조경이 잘 된 아파트 단지 산책길에서 나란히 걸으며 들이마셨던 맑은 공기, 병원 복도를 조용히 걸을 때 주고받았던 눈빛,
돌아오는 길에 단골 국밥집에 들러 따끈한 한 그릇을 나눠 먹던 풍경까지.
그 모든 장면이 여전히 어제처럼 생생하다.
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어김없이 혼자의 밤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노트북을 열고 조용히 당신에게 말을 건다.
마치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처럼.
그래서 이 시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하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다.
무언가 하려고 하면 자꾸 당신의 빈자리가 떠올랐다.
스치는 노래 한 곡,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에도 눈시울이 붉어졌으니까.
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다잡으며 살아가고 있다.
슬픔에 잠기기보다는 당신과 함께 웃었던 장면들을 떠올리려 애쓰고 있다.
요즘 나는 새로운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부동산 경매.
이제는 사이트에 접속해 물건을 검색하고, 등기부등본과 감정평가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이 집이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천천히 살펴본다.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직접 발품을 판다.
현장을 찾아가 골목 분위기를 느끼고, 주변 환경을 살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문득 말을 건다.
"이 동네, 괜찮지요?"
당신이라면 분명히 옆에 앉아 경매지를 함께 보며
"이 집은 오래돼 보이네요."
"여긴 교통이 조금 불편하겠어요."
하며 조심스레 이야기했겠지.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낮에는 그렇게 물건을 분석하고, 밤이 되면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글 속에는 당신과 나눈 기억들이 한 줄 한 줄 스며 있다.
가끔은 묻는다.
"이 집, 당신이 봐도 괜찮은가요?"
마트에서 장을 보던 날,
만두가게 앞에서 도넛과 꽈배기를 나눠 먹던 시간,
가을 단풍 물든 도봉산을 손잡고 걸었던 오후.
그 따뜻한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리움은 여전하지만, 추억 덕분에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혼자라는 사실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방 안에 남아 있는 당신의 사진과 손때 묻은 물건들,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는 쿠키 덕분에 포근함을 잃지 않는다.
나는 이제,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함께한 시간이 내 삶을 버티는 기둥이 되었고,
그 기둥 덕분에 오늘도 나는 하루를 살아낸다.
당신이 없는 저녁은 여전히 조용하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당신의 숨결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도,
조용히 당신에게 하루를 고백한다.
내 마음속 가장 깊은 자리에서.
이 밤도, 그 이름과 마주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