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기적
"살아 있다는 건, 단순히 숨 쉬는 것이 아니었다."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아내를 바라보던 그날,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삶이란 단순히 태어나고 죽는 사건의 나열이 아니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순간 속에서 아파하고, 견디고, 다시 일어서며 '나'라는 존재를
조금씩 완성해 간다.
그 여정 속에서 나는 물었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진짜로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감각인지. 그 절박한 물음 앞에 나는 선명하게 마주 서게 되었다.
현대 사회는 눈부신 기술과 편리함으로 가득하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사람들과는 화면 너머로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점점 더 고립되고, 서로의 온기를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 해답을 아내의 병상 곁에서 배웠다.
그녀는 오랜 세월 병을 앓으면서도 한 번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기보다는 주변을 먼저 걱정했고, 남은 기운을 짜내어 누군가를 위해
미소 지으려 애썼다.
그 모습이야말로 내게는 인간다움의 가장 순전한 형태였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태생부터 사회적 존재이기에,
이웃과 함께 웃고 울며 더불어 살아가는 곳에서 삶의 의미가 태어난다.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건강'이다.
나는 이제, 그녀가 떠난 자리를 돌아보며 그때의 시간들을 천천히 되새겨 본다.
아내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던 날부터, 나는 단 한순간도 온전히 편히 숨 쉴 수 없었다.
심각한 저혈압과 의식 저하로 중환자실에 실려 갔던 그녀.
의료사고의 가능성, 패혈증, 그리고 뒤늦게 발견된 뇌종양까지,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지옥 같았다.
그러나 그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가 먼저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주치의에게 '불사조'라 불렸다.
13년이라는 긴 투병의 세월 동안 수없이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면서도
언제나 다시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의사조차 그녀의 생명력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말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한 번도 삶을 원망하지 않았다.
힘든 와중에도 늘 주변을 걱정하고,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썼던 사람.
그녀의 모든 바람은 단 하나였다.
"내 곁에 있어줘요."
그 조용한 말 한마디가, 내 삶을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었다.
그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일을 견딜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말조차 들을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그 목소리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되뇐다.
그녀는 비록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 존재는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다.
그날의 마지막 인사도, 오랜 시간 함께했던 싸움도,
모두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조용한 기둥이 되어주고 있다.
건강은 삶의 뿌리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암,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의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질병은 우리 일상을 앗아가고, 관계를 단절시키며,
때로는 삶의 의미마저 흐리게 만든다.
그렇기에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건강보다 더 근원적인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함께'라는 말에 담긴 무게다.
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삶은 견딜 수 있는 것이 된다.
아내의 고통을 지켜보면서도 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함께였기 때문이다.
삶은 끊임없이 우리를 시험한다.
뜻하지 않은 고난과 상실, 예고 없는 이별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나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일이 아니다.
눈물 흘릴 줄 아는 감정, 서로를 걱정하고 보듬는 마음,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살아 있는 지금,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사랑할 수 있고, 손을 잡을 수 있으며, 작은 기쁨에 감사할 수 있다.
그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인간다움의 시작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하루를, 묵묵히 살아간다.
비록 아내는 더 이상 곁에 없지만,
그녀가 남긴 따뜻한 흔적은 내 삶의 모든 순간에 머물러 있다.
그리움도 삶이다.
그 마음으로, 나는 다시 오늘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