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이어가는 하루
2024.12.6 (금) 맑음
정숙 씨,
오늘도 당신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늦은 아침이었지만,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어제저녁, 일찍 잠들며 다짐했지요.
"내일은 조금 더 힘을 내보자."
그런데 막상 눈을 뜨자마자
태블릿 속 당신의 모습을 보다 한참을 울고 말았습니다.
더는 울지 않겠다고,
당신이 바라던 대로 꿋꿋하게 살아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그 결심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이 없는 이 공간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에 자꾸만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제야 더욱 분명하게 느낍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있었는지를요.
비록 말로는 자주 표현하지 못했지만,
당신은 제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당신을 떠올릴 때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며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슬픔을
조금씩 추억으로 바꿔가 보려 합니다.
하늘에서도 당신께서 그것을 바라겠지요.
오늘은 마음을 다잡고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설거지통에 쌓인 그릇을 닦고,
주방 발코니에 놓인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정리했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따뜻한 햇살이 온몸을 감싸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쿠키와 함께 덕계공원까지 산책도 다녀왔습니다.
생전에 당신과 함께 자주 걷던 그 길이었지요.
오늘은 혼자 걸으며,
그때 나눴던 소소한 대화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재택근무 중인 딸과 함께 아침 겸 점심을 먹었습니다.
딸이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해서
세 개를 만들어 나누어 먹었지요.
당신께서 있었다면 당연히 하나는 당신 몫이었을 텐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참 낯설고 허전하게 다가옵니다.
점심 후에는 서랍을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마쳤습니다.
집안일은 미루면 더 하기 싫어지니
마음먹었을 때 해두는 게 좋겠지요.
당신이 있을 땐
참 부지런히 청소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자꾸만 손이 느려지고
게으름이 습관처럼 밀려오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손길이 닿았던 곳들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쩌릿하면서도
조금은 미소를 짓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당신께서 제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은
‘일상’이라는 이름의 보석이라는 것을요.
함께 나눈 대화, 산책, 식사, 청소…
그 모든 평범했던 순간들이
당신과 함께였기에 특별했고,
행복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일상을 혼자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두렵고 서툴기만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남겨준 사랑을 힘 삼아
살아갈 이유를 하나씩 찾아가 보겠습니다.
정숙 씨,
당신은 제 눈앞에 있지 않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 곁으로 갈 날이 오겠지만
그날까지는
당신께서 바라던 삶을
꾸준히, 꿋꿋하게 살아가겠습니다.
혼자가 되었지만,
당신께서 남기고 간 따뜻한 사랑과
반짝이던 기억을 품고
오늘도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당신과 함께한 모든 날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당신을 그리워하는
당신의 반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