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향하는 감각
/
-
특별한 시간들을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세이를 등원시키고 난 인왕산을 등산했다. 도심의 빽빽한 건물 사이에서 고개를 들면 늘 묵묵히 서 있는 산. 그 자태는 마치 늘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려주듯, 변치 않는 안정감과 설레임을 전해준다.
-
바위 위에서 잠시 멈춰 호흡했다. 손바닥 아래 작은 돌멩이가 눌러오는 감각, 바위의 단단함과 서늘함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 나는 바위에 붙은 이끼가 된 듯했다. 나는 바위를 오래 좋아해왔다. 바위를 좋아하다 보니, 그 위에 깃든 이끼에도 마음이 갔다. 언젠가부터는 바위와 이끼를 하나의 존재처럼 바라본다. 바위가 자리를 내어주고, 이끼가 그 위에서 삶을 펼친다. 나는 그것을 ‘돌끼’라 부른다. 돌 위의 이끼이자, 사람 속에 흐르는 ‘끼’. 바위와 이끼처럼 나 또한 자연 속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다.
-
바위에서 내려와 다시 길을 걸었다. 숲속 쉼터로 향하는 길, 바람에 실린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 퍼졌다. 향은 달콤했고,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었다. 순간 문득, 그 꽃을 따서 튀김을 해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바삭한 꽃튀김을 앞에 두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떠올라, 길 위의 상상이 더욱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 주 내린 비에 꽃잎들이 다 떨어져버려 결국 맛보지는 못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꽃이 남긴 향기와 기억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채워졌다.
숲의 나무들이 내쉬는 숨결 속에서 나는 하루의 긴장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산은 오르는 길에서 몸을 깨우고, 머무는 동안 마음을 쉬게 하며, 내려오는 길에서는 불필요한 짐을 놓아준다. 그 단순한 순환 속에서, 나는 삶의 진리가 숨어 있음을 배운다.
-
일상 속에서 산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을 만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곧 내 안의 무게를 확인하고, 그 무게를 내려놓는 연습이기도 하다.
바위 위에서 균형을 잡던 순간, 나는 내 안의 흔들림을 보았다. 그리고 산속 향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나는 내 안의 평온을 만났다. 산은 그렇게 나를 오르게 하고, 또 내려놓게 한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배운다.
“무게를 싣자, 바위는 묵묵히 나를 받아주었다.
떨리는 팔, 흔들리는 시선,
그 속에서 단단한 나의 중심이 깨어난다.”
_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