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향하는 감각

by 김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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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요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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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만의 시간, 새벽 4시부터 7시

새벽 4시, 나만의 리추얼이 시작된다.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간, 몸은 나를 깨운다. 3시 20분쯤, 소변이 마려워 눈을 뜬다. “4시에 일어날 거야” 하고 다시 눕지만, 곧 화장실로 향하게 된다. 작은 몸의 신호가 하루의 문을 두드린다.


<4시> 몸을 깨우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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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마치면, 네띠를 한다. 거실에 나와 명상 음악을 켜고, 요가 매트를 깔고, 조명을 밝히고, 디퓨저 우드를 꺼낸다. 창문을 활짝 열고, 70도의 따뜻한 물을 천천히 한 잔 마신다. 물이 몸속 구석구석을 적시며 흐른다. 마치 작은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다 마실 즈음, 방귀나 트림으로 몸은 대답한다. “고마워.”


<5시> 명상, 진공(眞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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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드마 좌법으로 앉아 눈을 감는다. 몸은 따뜻해지고, 호흡은 부드럽다. 시간과 의식이 풀려나며 진공 같은 순간을 스친다.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그 흐름을 따라간다. 잠시 몸이 왼쪽으로 기운 것을 느끼고, 반대쪽으로 자세를 바꿔 다시 앉는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새벽바람, 은은하게 퍼지는 디퓨저 향이 호흡과 섞인다. 다리의 저림은 잠깐 머물다, 이내 사라진다.


호흡, 내 몸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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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후, 발바닥 아치에 마사지 볼을 굴린다. 똑똑 소리가 나며 시원하다. 발가락으로 ‘묵찌빠’를 하듯 움직인다. 딸과 종종 하던 작은 놀이가 떠오른다.

다시 매트에 누워 송장자세로 몸과 호흡을 바라본다. 코끝으로 들어온 차갑고 신선한 공기는 몸속을 정화하고, 따뜻한 호흡은 오래 머문 무거움을 내보낸다. 동시에 프라나(Prana)의 에너지가 구석구석을 순환한다.

매트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나만의 작은 우주다.

아기가 눕고, 뒤집고, 기어 다니고, 앉고, 걷다가 다시 눕듯.

사람이 밤에는 눕고, 아침에 일어나, 낮에는 걷고, 다시 눕듯.

우주적 리듬이 하루 안에 스며 있다. 요가의 흐름 속에서 나는 오늘을 맞는다.


<6시> 책, 생각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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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따라 창밖 소리도 달라진다. 새소리, 또 다른 새소리, 귀뚜라미 울음, 그리고 해가 뜨면 공사장의 소음까지.

책 옆에는 연필과 포스트잇 플래그. 마음을 붙드는 구절엔 밑줄을 긋고, 몇 자 적어두고, 플래그를 붙인다. 언젠가 쓰일지도 모를 인용문은 타이핑해 둔다.

다이앤 애커만의 『감각의 박물학』을 읽다 이런 구절을 만난다.

“나무들은 사람의 눈을 땅에서 하늘로 이끌고, 삶의 덧없음과 머리 위에서 팽창하는 푸른 추상성을 이어준다.”

요가를 만나며 나는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무는 숨을 나눈다. 내가 들이쉬는 숨과, 나무가 내쉬는 숨. 서로 다르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호흡이다.


짝꿍, 따로 또 같이

6시, 짝꿍이 일어나는 시간.

각자 자신만의 리추얼을 시작한다. “잘 잤어?” 짧게 인사하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따로 있으면서도 함께 있는 시간. 따로 또 같이, 이 시간이 소중하다.


<7시> 아침 식사,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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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하다. 단순히 끼니가 아니라, 하루의 문을 여는 의식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BREAKFAST’라는 단어가 좋다. ‘BREAK’는 깨뜨리다, ‘FAST’는 공복. 즉, 공복을 깨뜨리는 시간. 밤새 몸은 회복을 위해 에너지를 쓰지만, 아침이 되면 비워진다. 그래서 이 시간은 몸에 맞는 영양을 채우는 중요한 때다.

직장인의 점심은 대체로 외식, 저녁은 일정에 따라 달라진다. 아침만큼은 온전히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챙길 수 있다. 우리 가족도 각자의 체질을 고려해 아침을 준비한다.

나는 ‘아침’이라는 단어가 좋다. 밤의 별과 낮의 해가 동시에 숨 쉬는 시간. 그래서 아침은 언제나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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