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숲이 그린 집'을 산책하다 ⑤ 캐나다 미포드

도시반 시골반 이중생활기

by 킨스데이

단풍국으로 유명한 캐나다는 전체 면적의 40%가 숲이라고 하는데요. 온타리오주의 미포드 숲은 1년에 절반이 겨울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토론토에서 차로 2시간 30분 걸리는 미포드 숲 속에 살고 있는 주인공 가족을 만나볼 텐데요. 조경디자이너인 남편과 가구디자이너였던 아내, 17살, 14살 두 아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숲 속에 집을 지은 지는 8년이 넘었지만 남편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평일에는 토론토 사무실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숲에서 가족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와 시골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죠. 곧 대학생이 될 큰 아들에게 아무것도 물려줄 게 없으니 알아서 살라고 아버지가 농담을 하자 “Seriously?”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장면을 보면서 한국 가족이나 캐나다 가족이나 현실형 대화 내용은 큰 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숲이 그린 집” 사례를 보면서 뉴질랜드 리버튼 노부부를 제외하고 다들 자급자족을 하긴 하는데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는데요. 이 가족은 뜬구름 잡는 고립된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보다 현실적인 전원생활을 하는 도시 가족의 생활상을 보여줘 개인적으로 공감이 더 가더라고요.


미포드 숲 속에 자리하고 있는 집 정경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건축가에게 의뢰해 자작나무 합판으로 지은 집은 천장이 높지만 마감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잠자는 공간과 생활하는 공간을 분리했고 보유한 가구도 심플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창문을 달아 숲 뷰를 각각 다른 시각으로 보여줍니다. 한 마디로 큰돈 들여 지은 집이 아닌 검소하고 소박한 집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그게 바로 이 부부가 추구하는 방향이었습니다. 결코 완벽한 집도, 큰 비용도 들이고 싶지 않았고 그 빈틈을 가족 스토리로 채워가는 한마디로 "진화하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다네요.


집 내부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아침이면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깨고 창 밖 너머로 나무와 온갖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부부는 새들을 위해 넉넉하게 먹이를 제공하고 있고 눈이 오면 개 두 마리와 산책을 합니다. 개들이 신나게 눈 위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면서 반려동물 역시 자연 속에서 삶의 질이 높아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눈 위를 뒹구는 반려 개들을 바라보는 아내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집 앞의 죽은 느릅나무로 난로를 때고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모아 여덟 시간 동안 팔팔 끓여서 1년 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데요. 이들은 캐나다인 답게 설탕이나 꿀 대신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와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며 자급자족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이플 시럽을 뜨겁게 끓이는 장면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부부는 조만간 성인이 돼 독립할 두 아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큰 아들은 운전면허증을 따서 차로 10분 거리의 마을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대학에 가게 되거나 토론토로 갈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숲 집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큰 아들의 목소리에서 숲 집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자녀의 독립이 가져올 변화를 차분하게 준비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미포드 숲집의 성장 스토리 챕터가 어떻게 추가될지 궁금해집니다.


미포드의 깊어지는 밤 풍경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이웃 주민들과 스몰 파티를 즐기고 계절의 변화와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일상에 만족하고 감사가 넘친다는 가족을 보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가끔씩 뉴질랜드와 한국을 오가며 전원생활에 대한 간접 경험을 쌓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우리가 지배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고 "공존"의 관점과 태도로 겸손과 감사로 자연을 대해야 한다는 점을 배우는 중입니다.


<3줄 요약>

- 생계를 위해 도시 생활과 숲 생활을 병행하는 4인 가족

- 메이플 시럽 생산 등 자급자족을 배우고 야생동물을 케어하는 가족의 숲 사랑

- 조만간 독립할 두 아들의 미래를 고민하며 가족의 생애주기 변화 대비


*숲이 그린 집 캐나다 미포드 편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RcDU_ybifIQ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숲이 그린 집'을 산책하다 ④ 뉴질랜드 리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