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프리랜서, 인플루언서, 솔리프러너 시대다. AI와 다양한 플랫폼의 발전으로 전문성을 꾸준히 공유하고 아카이빙하며 팬덤을 만들면, 누구나 인플루언서로 점프할 수 있다. 일단 인플루언서가 되면, 미디어를 넘나들며 영향력과 몸값이 함께 오른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광고와 기업 협업을 통해 퍼스널 브랜드를 확장한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학폭, 가족 이슈, 논문 표절, 사생활 논란, 갑질 문제까지.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인플루언서는 공인에 준하는 존재로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다.
기업이 ESG로 리스크 관리를 하듯, 프리랜서 역시 인플루언서로 점프하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평판 리스크가 있다. 지금 당장 나와는 상관없겠지만,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앞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1) 인성 = 자기 관리
대중은 인성 좋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미담은 빠르게 퍼지고, 평판은 오래 남는다. 인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의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오래전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갔을 때, 미국 유학파 엄마와 안과의사 아빠,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로 구성된 대치동 가족을 만났다. 그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인상 깊었던 점은 자녀들의 인생 계획을 철저하게 다 세워놨다는 것이었다. 딸이 재미교포 사업가와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아이를 봐준다는 것까지. 근데 내 눈에 띈 것은 두 자녀가 부모에게 하는 말과 태도가 정말 쓰레기였다는 점이다. 주변에 한국 어른들이 있는데도 상관없이 온갖 성질을 부려댔다. 옆에서 정말 콕 쥐어박아 주고 싶을 만큼 버릇없는 아이들. 내 새끼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부모의 계획대로 성공하면, 길 가다 마주치기도 싫다.
와튼 스쿨의 아담 그랜트 교수는 저서 <히든 포텐셜>에서 성격을 '평상시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인성(품성)을 '어려울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라고 구분한다.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성격이 아니라 인성(품성)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브랜드의 담당자가 있었다. 평소에는 나이스하고 젠틀하지만, 압박 상황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그 사람의 민낯이 드러났고, 나는 손절했다. 인성은 위기에서 드러난다.
인성은 연습으로 나아질 수 있다. 그랜트 교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주변에 객직언할 수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둘째, 배움을 나누고, 셋째,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으라고 말했다. 뻔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세 가지 다 실행하기 쉽지 않다. 예전에 대기업 재단의 ESG 콘퍼런스를 기획한 적이 있다. 가장 비싼 강의료를 받은 유튜버가 유일하게 30분 일찍 도착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구독자도, 팬도 아니었지만 그 태도만큼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2) 인간관계 = 리더십
인플루언서가 되면 자연스럽게 팀이 생긴다. 매니저, 스타일리스트와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PD, 마케터 등 내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때, 인플루언서의 리더십이 그대로 드러난다.
리더십 코치 존 C. 맥도웰은 저서 <누가 리더가 되는가?>에서 타이틀로 얻는 리더십은 가장 낮은 단계라고 말한다. '인플루언서라니까 따른다'는 진짜 리더십이 아니다.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고, 존중과 배려를 실천할 때 비로소 성과가 나온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단계는 나와 팀이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물론 어렵다.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이런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각종 교육과 코칭 서비스에 투자를 한다. 인성과 긍정적 인간관계를 유지했을 때 평판 리스크를 컨트롤할 수 있다.
관계 관리에는 기본도 중요하다. 선을 지키고, 낄낄 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말 한마디, 메시지 하나에도 조심해야 한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순간, 나락은 생각보다 가깝다. 송길영 작가는 『시대예보』에서, 앞으로는 어떤 업이든 우주환승정거장처럼 스쳐 가게 되므로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진심을 본능적으로 안다. 스스로 미담을 말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이 자발적으로 칭찬할 때 그것이 진짜 평판이 된다.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
3) 돈 관계 (세금 포함)
수입이 급격히 늘면 초심을 잃기 쉽다. 어쩔 수 없다. 우린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납세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돈거래는 최대한 단순하게, 관계는 명확하게 해야 한다.
빌려달라는 돈은 줄 수 있을 정도만, 보증은 서지 않는다. 출처가 불분명한 선물은 받지 않는다. 가족이라 해도 돈 관리는 분리한다. 큰돈 앞에선 누구나 흔들리 수 있다. 유혹도 많아진다. 그래서 더 단호해야 한다. 보증도 서지 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선물도 받지 말아야 한다. 틈틈이 기부 연습도 한다. 투명하게 관리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리스크는 예방할 수 있다.
이 모든 리스크가 당장 나에게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작은 그릇의 프리랜서가 갑자기 인플루언서가 된다고 해서 그릇이 저절로 커지지는 않는다. 팀장으로 승진했다고 리더십이 저절로 발휘되는 게 아닌 것처럼. 천천히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인성, 관계, 돈. 이 세 가지를 꾸준히 관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성장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