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 Sep 02. 2020

생애 첫 인터뷰

인터뷰라니, 인터뷰라니!!!


오늘도 역시, 메일로 시작하는 이야기. 얼마 전 인터뷰를 했다. 좀 더 정확히는, 인터뷰지를 작성했다. 이리저리 잡고 있는 몇몇 개의 일들을 마치 저글링 하듯 겨우겨우 해내고 있던 어느 날, 모 매거진에서 인터뷰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80년생 이후의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수록하기 위한 인터뷰라고 했다. 엥, 인터뷰라니? 나한테 온 게 맞나? 잘못 보낸 건 아니겠지? 이게 무슨 일이지?

의아함과 당혹감 사이 묘하게 기분 좋은 감정이 올라왔다. 그 이유는,
1. 디자이너라면 다 알만한 매거진이었고,
2. ‘오.. 수많은 디자이너들 중에 나도 속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착각 오브 착각)

인터뷰가 뭐 별건가 싶을 수도 있지만..

아니야, 나에겐 그냥 별게 아닌 게 아니었다. 인터뷰라니, 인터뷰라니!!!

나는 메일을 받자마자 동료 디자이너 친구에게 혹시 너도 인터뷰 요청을 받지 않았냐며 카톡을 보내보았다.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그녀는 수년 전 유학길에 오르더니 지금은 베를린에서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능력자.

‘나도 받았지.’
시차가 무색하게 곧바로 카톡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바로,
‘내가 너 추천했어.’

에이, 그럼 그렇지. 나에게 그냥 연락이 닿을 리가 없지. 살짝 김이 빠졌다. 아무래도 인터뷰 경험도 많고, 국내외 유명 잡지에도 많이 실리고, 심지어 해외 콘퍼런스에서 발표도 하는 능력자의 ‘추천’ 덕분이었을까. 정말 그랬으려나, 아니었으려나. 모르겠다. 아무렴. 어쨌든 나는 그 인터뷰지 작성을 하기로 했다. 아무리 추천이었어도 영 아니었으면 나한테 메일 안 보냈겠지, 하면서.


아니 근데.. 내가 해도 될까? 했다가 괜히 쪽팔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다시 불현듯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인터뷰지에 응하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난 뒤였다. 하.. 망했다. 되돌릴 수도 없다 이젠. 메일을 처음 받았을 때 잠깐 느꼈던 기분 좋은 감정은 금세 걱정과 두려움으로 휩싸였다.

내 친구처럼, 유명하고 소위 잘 나가는, 활동 영역이 넓은 디자이너들이 실릴 텐데, 내가 그들 사이에 끼어도 될까? 이번에 만난 클라이언트가 다음에 연락이 없어도 이상한 일이 아닌, 생계형 프리랜서인 내가... 갑자기 그 사이에 있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찔했다. 분명 나는 나름대로 내 영역 안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발가벗겨지는 기분이랄까. 마음이 콩닥콩닥했다. 인터뷰 질문은 또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이게 벌써 몇 달 전에 일어났던 일. 어느새 그 잡지는 나왔다고 하고, 나는 그 잡지를 기다리는 중이다. 차마 서점에 가서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받으면 이불 킥 할지도 모르겠다. 하아.. 혹시라도 너무 주눅 들지 않았으면, 다른 디자이너와 너무 많이 비교하지 않았으면. 부디 잘 넘어갔으면. (제발)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어쨌든 인터뷰는 인터뷰고, 나는 오늘의 일을 해야 하니깐!





 

스튜디오 전경을 같이 보내야 한다길래, 급하게 찍어본 나의 작업실.






그렇게 나의 생애 첫 인터뷰가 잡지에 실렸다!


이전 07화 적게 먹는다고 돈 덜 내지 않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