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 Sep 14. 2020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

10년 뒤에도 꾸준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아침에 요가 소년님의 ‘초보 요가 20분’ 편을 따라 했더니, 온몸이 아프다. 이미 딱딱할 대로 딱딱한 나의 몸뚱이는 언제쯤 유연해지려나. 분명 초보라고 쓰여있었는데. 난 왜 아프고 힘든 걸까? 기초 요가 동작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따라 하는 내가 부끄럽다. 아휴.

언젠가 입술 주위에 작은 물집이 하나둘씩 생겼다. 이게 뭐지? 하는 순간, 이내 곧 커다란 물집이 입술 위에 동그랗게 앉아버렸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톡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이 탱글탱글하게 영글어버린 물집의 후폭풍이 두려워 병원에 갔더니 ‘입술 헤르페스’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면역력이 약하면 나타나는 흔한 질병 중에 하나라며 약 처방과 함께 평소에 영양제도 좀 챙겨 먹고, 가벼운 운동도 하면 좋다는 권유를 해주었다.

운동하라는 권유는 어쩌다 한번 아파서 병원에 가거나 건강검진을 받을 때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인데, 이 날따라 유독 운동하라는 말이 강하게 와 닿았다. 최근 들어서는 미팅이라도 한번 나갔다 오는 날엔, 그렇게 진이 쏙 빠졌더랬다. 조금만 무리하는 날이면 여지없이 다음날 골골대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위험한 상태 같았다. 그야말로 살기 위해서라도 ‘운동’은 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니 세상에, 내 인생에 ‘운동’이란 단어는 아예 없었는데 운동이라니. 운동이 뭐지? 대체 뭐부터 해야 하지? 무지에 가까운 상태인 내게 친구는 ‘요가’를 추천해주었다. 어차피 요즘 헬스장도 가기 힘든데, 집에서 따라 하기 쉬운 요가부터 시작해보라며. 분명 따라 하기 쉽다고 했는데, 어렵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매진하는 일에도, 결국 체력이 부족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프로젝트 마감을 위해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다음날 아침엔 어김없이 병자 신세다. 아 이러려고 일하는 건 아닌데...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니 확실히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살려면, 10년 뒤에도 꾸준히 디자인을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컨셉진>이라는 매거진에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신청한 건, 꾸준함을 지켜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글쓰기’였다. 물론 디자이너라면, 매일 개인 그래픽 이미지를 만든다던가 매일 레터링 연습을 한다거나 하는 걸 목표 삼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 실천하기엔 내겐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매일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에 비하면, 글쓰기는 그래도 제법 가볍게, 꾸준히 실천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유명하고 대단한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비록 현실과 타협해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마다 힘들고 괴롭긴 하지만, 분명 나는 디자이너다. 게다가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혼자 일하는 게 수월하고 편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 멘탈을 붙잡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 치이고, 때로는 클라이언트의 말 한마디에 혼자 상처 받아 주눅이라도 드는 날엔, 좋아서 시작한 일에 대한 회의감에 자꾸만 빠져든다.

그래서 꾸준하게 써보는 글쓰기를 통해 회의감에서 벗어나려고, 자꾸만 주눅 드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해주려고 글을 써본다. 이제 고작 2주 차지만, 이 꾸준함이 모이면 이것 또한 나에게 든든한 무언가가 되겠지? 아무도 시킨 적 없지만, 책을 만들기 위해 2년간 틈틈이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해서 결국 책으로 완성해냈던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도, 운동도 마찬가지.
고작 운동 몇 번 하고 이런 말 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10년 뒤에도 꾸준히 컴퓨터 앞에 앉아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기 위해서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