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다은 Sep 15. 2020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기쁨과 슬픔

통장 잔고에 담긴 희로애락



코로나 19는 정말 싫지만 딱 하나 고마운 점이 있다면, 스스로 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것. 도무지 어디 나갈 수가 없으니 답답해 죽겠다. 반년 이상 지속되는 집콕 생활에 지쳐 드디어 지난주에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다. 7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고민하지 않고 3개월 할부가 아닌 일시불로 결제! 이런 플렉스는 언제나 짜릿하다.

유독 올해는 일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뜻하지 않게(?) 굉장히 일을 많이 했다. 올 한 해 목표로 삼았던 금액은 이미 달성했고... 그야말로 프리랜서 생활 이후 기록을 경신 중이다. 아, 나도 이제 5년 차가 되어 제법 돈을 좀 버는 건가 싶은 잘난 생각이 들다가도, 언제 한순간에 없어질지도 모를 일감에 불안한 마음과 늘 줄타기 중이다. 내년엔 올해의 절반만 일이 들어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프리랜서니까.

올해를 제외하고 지난 4년간의 프리랜서 생활을 돌이켜보면, 정말 매일같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수입도 마찬가지. 게다가 비수기도 존재했는데, 대부분 산뜻하게 시작해야 해도 모자랄 판인 1월, 그리고 여름휴가 기간인 7월이 그랬다. 그때는 정말 정말 수입이 제로. 바보처럼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데, 매일같이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앉아있다. 특히나 1월엔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지난 4년 내내, 새해 첫 날을 불안으로 시작했다.


수입이 0원인 채로 지내는 한 달의 고통은.. 정말 말도 못 한다. 지난달, 지지난 달에 정산받은 수익으로 비수기에 이어 그다음 정산이 이루어질 때까지 야금야금 아껴가며 생활한다. 통장 잔고를 몇 등분 해서 최소 몇 달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계산해본다. 사고 싶은 것들은 언제나 위시리스트에만 담아둔다. 직장인이었다면, ‘다음 달에 월급이 나오니까’라며 할부로라도 사고야 말았을 것들.. 하지만 나에겐 그런 건 없다. 

프리랜서에게 마음의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통장 잔고는 얼마 정도일까? 아니, 질문을 바꿔서.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통장 잔고는 얼마 정도일까? 다른 프리랜서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400만 원 정도인 것 같다. 당장 이번 달에 일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사고 싶었던 것 하나쯤 고민하지 않고 사도 괜찮은 정도. 이번 달 까지만.

그래 봤자 다음 달로 넘어가면 다시 걱정은 시작이다. 일이 계속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 그래서 다음 달 휴대폰 요금을 못 내면 어쩌나 걱정. 실제로 휴대폰 요금을 못 낸 적은 아직까지 없지만, 고정수익이 없는 프리랜서에겐 걱정과 불안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거기에 매일매일 통장 잔고 확인. 안 보면 좀 덜 할 텐데, 그게 참 안 된다. 

결제일을 제외하고는 오늘 당장 돈을 쓰지 않는 이상 어제 봤던 통장 잔고는 오늘도 그대로인데, 뭘 그리 매일같이 확인하는 건지. 혹시 내가 모르는 돈이 빠지진 않았나, 아니면 혹시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오진 않았나.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매일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불안해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안도감이 들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정산이 된 후에는 조금 쌓인 금액에 기뻐하기도 한다. 일 때문에 심신이 힘들 때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나에게 위로를 할 때도 있는가 하면, 힘들어도 조금 참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올해는 통장 잔고를 하며 불안해하고 슬퍼하기보단, 안도감과 기쁨을 많이 느낀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지만, 돈 있을 때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 더 공감한다. 빚도 청산해버리고 여유 있게 살면 좋겠다. 올 하반기도, 그리고 내년에도 제발 올해만 같아라. 제발...!


매거진의 이전글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