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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Aug 28. 2022

차돌아, 이제 정말 안녕.


7월 22일.

우리 가족과 16년을 함께 했던 차돌이가 떠났다.


혹시나 싶어 아침부터 자신을 지켜보던 엄마와 내가 저녁을 먹고 치우고 샤워까지  하고 나왔을 , 먹은  없어 기운이 하나도 없었을 몸을 이끌고 화장실까지 가서 몸을 비운 돌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조용히 잠들었다.


차돌이가 떠나고  일주일은  어딘가가 엉킨 것처럼 과거와 현재가 랜덤으로 이어지는 꿈을 꾸느라 1, 2시간에  번씩 잠이 깼고, 차돌이가 나오는 꿈에서 깨어나면 어김없이 눈물이 흘렀다.


본가에서 독립하기  어느 휴일, 나는 여느 때처럼 티브이를 보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옆에서 자다 일어난 차돌이는    밑에 코를 디밀고 굳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무릎에 앉겠다며 용을 쓰고 있던 찰나, 차돌이 촉감온몸에 느껴졌던 순간, 꿈에서 깼던 날엔 해가  때까지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자다 일어나서도, 화장을 하다 가도,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정말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눈물이 차올랐다.


작년 말부터 여기저기 아팠고, 2번의 수술 이후  이상의 수술도 힘들었고, 마지막인  알고 놀라서 뛰어간 것도 여러 번이라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가슴이 미어진다'라는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새기는 느낌이었다.


허나 살다 보면 인생에 나쁜 일이기만  일은 많지 않다는 .


슬프기만 했던 현재에서 한발 떨어져 과거를 돌아보니, 차돌이가 주었던 수많은 추억들이 다시 나를 위로한다.


돌이와 함께 했던 나날을 떠올리며 일상과 사람들 속에서 한 발짝 멀어진 덕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 모습을 꽤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런저런 글도 끄적이게 되었고, 한동안 고민만 하고 있던 삶의 방향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지금도 본가에 가면 나도 모르게 차돌이가 엎드려 있던 곳을 보게 된다.

식탁 밑도 쳐다보게 되고, 화장실에 갔다 오면 화장실  매트에서 차돌이가 기다리고 있을  같아 조심스럽게  열게 된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코를 넣고 들어올 것 같고, 간식을 달라고 앉아서 손을 들 것 같고, 내가 현관 밖으로 나가려 하면 예의 그랬던 것처럼 짖으면서 뛰어올 것 같다.


옆에 있던 날들 보다, 돌이를 보내고 나서 그 아이의 소중함을, 그 존재감을 더 많이 느낀다.

작은 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랑과 위로를 주었는지, 덕분에 얼마나 든든했.

조카들이 태어나고 집에서 독립하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녀석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고 있다.


잠시 멈추고 나를 더 깊이 돌아보게 해 준 것.

그렇게 정리한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해 준 것.

어쩌면 차돌이의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차돌아,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우린 꼭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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