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signer MYO Sep 27. 2018

day 22.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Denise

생각이 통하는 그녀와의 맛있는 대화와 멋진 저녁 식사           

맥주 파티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니스(Denise)와 전화번호를 주고받았았는데, 어찌하다 보니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내가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고도 먼저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문자를 보냈는데, 바로 답변을 준 그녀!(고마워요, 데니스!)


나처럼 맛집 탐방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추천으로 트리몬트(Tremont)에 있는 Fat Cats이라는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Creative Fusion 2018 : Data Arts Edition' 프로젝트 관계자가 아닌 사람과 단둘이 만나는 날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남자도 아닌 여자를 만나러 가는데 이렇게 설레다니)


어제부터 날씨가 흐리고 비가 주룩주룩,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어 구글에서 말해준 시간보다 일찍 출발했음에도 길이 어마어마하게 막혔다. 고속도로를 들어서기 위해 서있는 차들을 본 순간 든 생각. 이런 망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고속도로 위에 서 있는 차들을 미세한 움직임도 없었다. 그때 친절한 우버 기사님이 묻는다.


몇 시까지 가야 해?

하하.. 5시 반. (그때가 5시 15분이었다.)

그래? 그럼 나만 믿어. 


그러더니 차를 돌려 시내로 돌진. 요리조리 골목길과 뒷길을 내달리며 계속 길을 설명한다. 난 이미 그녀와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아마도 내가 불안해할까 봐 계속 설명을 해준 듯하다. 센스와 실력을 모두 겸비한 멋진 우버 기사님 덕분에 정시 도착!


레스토랑 앞에 도착하니 이름만큼이나 귀여운 간판이 나를 맞아 준다.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 물을 마시면서 내부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데니스가 환한 얼굴로 들어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녀가 추천해준 해피 아우어 메뉴를 살펴보는데 먹어 보고 싶은 메뉴가 많았다. 우선,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까바(Cava)로 목을 축이고, 두부 반미(Tofu Banhmi)를 주문했다.


*반미란 베트남식 바게트(Baguette)를 반으로 가른 후 버터나 소스를 바르고 고기와 채소 등의재료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총칭함. 반미(bánh mì는 베트남어로 “바게트 빵, 식빵”을 뜻하는데,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프랑스 식민 시대(1883~1945)를 거치면서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식 바게트에 고유의 식재료로 속을 채워 먹기 시작하면서 발전한 것으로 보이는 일종의 퓨전(Fusion) 요리이자 베트남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 하나로, 노점이나 가판대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서 선정한 <세계 길거리 음식 베스트 10>에 꼽힐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부를 튀겨서 바게트 사이에 끼워 넣고 야채를 올린 것뿐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두부 튀김의 조화와 새콤달콤한 야채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면서 멋진 향연을 펼쳤다. 미국은 1인분의 양이 너무 많아서 매번 음식을 남기던 내가 처음으로 1인분을 다 먹은 날. (여긴 가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와야겠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대화가 끊기면 어떡하지?'라는 나의 우려와 달리 우리의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현재, 일주일에 3번씩 머신 러닝, 파이썬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데니스는 이전 직장인 정부 산하 연구소를 그만 두고 IBM과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널리즘 쪽으로 커리어를 쌓기 위해 새 직장을 찾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몇 가지 콘퍼런스를 추천해주었고, 그중 하나의 콘퍼런스는 내년에 시카고에서 열릴 예정이니 관심이 있으면 가보라고 링크를 알려 주었다.


그녀는 여기서 진행할 프로젝트의 주제는 정했냐고 물었고, 난 주제를 정하기 전에 데이터를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지만 원하는 데이터를 찾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녀는 그런 나에게 현재 IBM과 헬스케어 관련한(바로 왓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왓슨이란 인간의 자연어 형식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미국 IBM 사(社)의 초고성능 인공지능 컴퓨터.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으며, 자연어를 이해하고 근거자료에 기반한 가설을 제안 학습이 가능하다. 왓슨은 2011년 2월 미국 ABC 텔레비전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우승하면서 크게 주목받았고 그 영역은 의료, 은행, 보험, 질병의 진단과 치료, 유통 및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2000만 장 분량의 암 정보와 임상결과 등 최신 논문을 기반으로 진료기록을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의사들에게 제안하고 있는데, 왓슨을 이용한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 중인 미국 앤더슨 암센터에 따르면 왓슨의 평균 암 진단율은 약 96%로, 전문의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한다. 최근 IBM 왓슨은 세계적인 요리 잡지인 본 아페티와 공동으로 ‘왓슨 요리사’ 앱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사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입력하면 조리법을 제안하기도 하며 가정 음식 조리법만 최대 1만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백과)


이후 우리의 이야기는 데이터를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며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일부 정부 기관이나 (어쩌면 대부분)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 놓고 데이터를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 (그래서 저널리즘 쪽으로 이직을 하고 싶었단다) 그리고 데이터 알고리즘 또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만든 사람을 닮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 등을 신나게 떠들어 댔다. 


난 순간 작년에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량살상 수학무기(Weapons of Nath Destuction)'라는 책이 생각나서 구글에서 찾아서 보여줬다. 혹시 읽어 봤느냐고. 그녀 왈.


그럼! 내가 이 분야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와우!


이때부터 우리의 대화는 더 활발해졌고, 그녀는 나에게 몇 가지 책을 추천해주었다. 이후 우리의 대화는 그녀의 두 아들(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아서 아들이 둘이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대해, 앞으로 클리블랜드에서 열릴 행사들에 대해, K-pop과 음악(알고 보니 그녀는 그녀의 친구와 80, 90년대 음악 관련 팟캐스트를 하고 있었다!)에 대해, K 뷰티에 대해, 의료 분야에서 블록체인 적용과 머신 러닝에 대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 및 I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해커톤이나 공모전이 많이 개최되고 있다고 함) 이야기로 이어졌고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며칠 동안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고 있었는데, 그녀 덕분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서 벗어나 그저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 나누다 보니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역시 사람이란.. 

아침엔 어두워 보이기만 하던 창밖이 지금은 아름다워 보인다. 

아름다운 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