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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Nov 08. 2018

day 55. 드디어 찾았다, 인쇄소!

인쇄 한 장 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는 Creative Fusion 2018 서포트 팀. 

주말에 클리블랜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과 경험담을 듣기 위한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는데, 그때 벽에 붙여 놓을 커다란 이미지가 필요해서 인쇄할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사실 인쇄소는 처음부터 요청했던 사항 중 하나이다.)


드디어 링크를 두어 군데 보내주어 들어가 봤더니, 이런.. 작은 팸플릿이나 배지, 티셔츠 같은 것을 인쇄하는 곳이다.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링크를 받았지만 역시나 가로 406.4cm * 세로 111.76cm 사이즈를 인쇄하기엔 적합한 곳이 아니다. (우리가 설명을 하는 동안 그들은 대체 무엇을 들었단 말인가..?) 다음 주에 시간을 내어 같이 다녀 보자는데, 나는 물론이고 안젤리카도 당장 인쇄를 해야 했다. (사실 우린 처음에 보내준 인쇄소 웹을 보면서 이제 기대가 없기에 실망도 없다며, 셋이 웃었더랬다. 다들 엄청 열심히 일을 하는 듯 보이는데, 신기하게 무엇을 요청하던 상상 그 이하의 결과가 나온다.)


그냥 사진 한 장 인쇄하고 싶다는데 이게 왜 이렇게 힘이 드나며, 결국 직접 인쇄소 수색에 나선 나와 안젤리카, 알시노. 우선 온라인으로 몇 군데 알아본 곳 중에 괜찮아 보이는 순서대로 모두 가보기로 했다. 가장 괜찮았던 곳을 가려고 우버에 주소를 입력하다 보니, 며칠 전에 갔던 클리블랜드 예술 대학(The Cleveland Institute of Art) 안에 있는 듯하다. 

기쁜 마음으로 우버를 타고 갔더니 12시 10분 도착. 분명 온라인에서는 12시부터 문을 연다고 했는데, 문 앞에 붙어 있는 안내판을 보니 1시부터 문을 연단다. 그래도 간판을 보니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며 우리 셋은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하며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1시. 

가벼운 발거음으로 디지털 출력 센터(The digital output center)라고 불리는 곳에 들어갔다.

크지 않지만 플로터와 충분한 샘플이 있었고, 무엇보다 책임자인 조슈아(Joshua)가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것을 보고 우린 다른 곳은 가볼 필요도 없다며, 여기서 인쇄를 하기로 했다. 2주가 넘도록 해결이 안 되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순간이다. 


웹하드에 파일 올리고, 전화만 한 통화하면, 반나절이면 샘플 인쇄본이 사무실로 오거늘... 

남의 나라에선 출력 하나도 쉽지가 않다.

다행히 샘플 삼아 몇 가지를 출력해보니, 인쇄 상태는 아주 좋다.(물론 샘플은 다음 날 받을 수 있었다. 이것도 엄청 빨리해준 거란다.. 조슈아의 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샘플로 출력을 해보는 것이라고 했더니, 센스 있는 조슈아가 자투리 종이를 사용해준 덕분에 인쇄비도 거의 들지 않았다.(역시.. 일을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모두가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직접 해결해야 하다 보니,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항상 바쁘다. 

바쁜 일과를 끝내고 누군가의 집에 모여 오늘 있었던 일과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셋의 유일한 낙인데, 오늘 우리의 주제는 왜 하는 일 없이 바쁜가였다.


"우린 매일 왜 이렇게 바쁘지?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말이야."

"왜긴 왜야, 인쇄소가 필요하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결국 우리가 찾았잖아?

자료를 받을래도 같은 메일을 몇 번을 보내야 겨우 받을 수 있고, 진행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제대로 되는 법이 없으니... 별것도 아닌 일인데, 같은 일을 수십 번씩 확인하고 반복하느라 시간이 없는 거지."

"아하.. 그러니 결국 한 게 없는 건 맞네."

"음... 그렇지..."

"......"

"자, 우리 맥주나 마시자."


그래 맥주나 마시자. 그래도 인쇄소는 찾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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