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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Jan 07. 2019

Book 04. <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중앙 books

네 번째 책.

어쩌다 한국인 *추천

허태균 / 중앙북스 / 2015.12.07


짧은 시간 동안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루어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동시에 OECD 국가 대비 국민행복지수 역시 최하위, 사회적 갈등 지수는 2위, 자살률은 11째 부동의 1위다.

(중략)

과거에 대한 평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채워지지 않는 현재 욕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짓눌린 모습은 사춘기 청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1p-



심리발달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해석해 본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혼란과 갈등은 어찌 보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다. 발달 과정에서 당연히 경험해야 하는 것이며, 주어진 과제에 도전하지 않고 아무런 고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오히려 발달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춘기를 충분히 경험하지 않은 청소년은 성인이 된 후에 정체감 위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은사이신 고려대 한성력 교수는 이것을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하셨다. 인생에서 해야 하는 지랄의 총략은 정해져 있고, 어차피 언제 가는 하게 되니까 그냥 청소년 때 하는 게 낫다고 얘기해주셨다.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옳은 말씀이다.

-12p-



한국 사회를 행복한 지옥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우리 한국 사람들 스스로다. 결코 누군가가 몰래 만들어놓은 함정에 우리가 억지로 빠져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은 바로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넘어서, 그냥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지옥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만들었다기보다는 그 한국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그들의 역동성 속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8p-



오히려 적절한 분권화와 권한 위임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즉, 리더의 권한 특히 결정권을 부하직원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결정권은 단지 일을 더 하게 하는 요인이 아닌, 궁극적으로 조직과 구성원들의 조직만족도와 정신건강, 행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60p-



게으르고 무능한 리더가 필요하다.

-63p-


  

직원들이 주체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일할 수 있도록 이제는 리더가 더 많은 것을 책임지고 세세하게 챙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명한 리더라면 좀 더 게으르고 무능한(실제로는 부지런하지만 무능한 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그게 한국인의 특성과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는 진정한 한국 리더의 자세일 수 있다.

-67p-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자라난 한국 기성세대들은 매우 불우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자부심도 있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정체감과 존재감을 확인할 충분한 기회 없이 지난 70년을 달려왔다. 그래서 사실 한국의 많은 기성세대들의 존재감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자식, 누구의 상사, 누구의 친구, 누구의 부하 등과 같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런 관계적 존재감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 상황은 너무나도 불안하고 동시에 좌절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갑질은 바로 그런 존재감의 상실에서 비롯된 분도가 원인이었다. 결국 존재감이 약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감이 위협받을 때, 대개 갑질을 통해 그 관계를 갑을 관계로 규정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매우 불쌍한 방어적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79p-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 중의 하나가 바로 복합유연성인데, 이로 인해 한국인들은 서로 상충하는 가치들이 상존할 수 있고 실제로 그 가치들이 본질적으로는 상충하지 않는다는 변증법적 사고를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92p-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본질이 완전한 합리성을 추구하는 '순진한 과학자(naive scientist)'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원하는 만큼만 정보를 처리하는 '편향된 전략가(biased tactician)' 더 가깝다고 밝혀왔다.

-111p-



물론 한국 사람들도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외칠 때는, 절대 돌려서 얘기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위급하고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더 먹고 싶은데도 괜찮다고 얘기하듯이 체면을 차리며 상대가 알아서 배려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지 않고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왠지 가벼워 보인다. 그래서 간신히 체면 차리고 있는 건데도 상대가 내 진심을 몰라주면 섭섭하다. "당신이 그렇게 얘기했잖아."라고 우기면 눈치 없는 사람인 것이다.

-203p-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고의 착각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 사람들은 불안하니까 그냥 아무거나 한번 해보려고 한다. 아니, 남들이 하는 걸 그냥 따라 한다. 매도 같이 맞으면 덜 아프니까. 아마 지금 자녀 사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많은 한국의 부모들은 사실 그것 외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불안하기에 그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략)

제발 이제부터라도 고통을 즐기지 말자. 필요 없는 고통은 무조건 피하고 봐야 한다. 그게 현명한 진심이다.

-220p-


      

[포기를 권장하자]

세속적인 성공을 포기한 청년의 비율로만 보자면 위에서 말한 선진국들도 한국 사회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단지 차이는, 그들은 스스로 세속적인 성공을 포기할 기회를 어려서부터 아주 체계적으로 제공받아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삶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이 포기한 세속적인 성공을 대체할 만한 수많은 다른 가치를 사회로부터 제공받기 때문이다. 그것이 종교, 문화, 예술, 봉사 등의 무엇이든 간에, 어려서부터 세속적인 성공을 이룰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느끼고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 래서 그들은 스스로 포기한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느낀다. 아니, 실제로 선택한 거다. 자신은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해서 그렇게 사는 것이다. 왜? 그게 재미있고, 의미 있으니까. 누가 칭찬을 해주지 않아도, 누구로부터 처벌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선택해서 산다.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행복한 소시민의 삶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청년에게 똑같은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삶을 권하고, 강요하고, 칭찬한다. 한국의 교육체계에서는 세속적인 것 외에 다른 가치를 모른다. 그들의 포기는 진짜 포기다. 가진 것도 없이, 아무 의미도 없이 그냥 실패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에서는 여전히 포기하면 안 된다고, 그러면 영원히 실패하는 거라고 강요한다. 마치 그들 때문에 한국 사회가 어려운 것처럼 얘기한다. 어찌 보면 그들은 실패자이자 피해자다. 취업을 못해서, 성공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평가할 다른 가치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재미와 의미를 읽은 실패자이자 피해자다.

-328p-



[추구하는 삶과 예방하는 삶]

예방적 동기 성향 (Prevention)

한국인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항상 더 명확하고 확인이 가능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성향은 막연하고 모호한 꿈을 좇는 것보다는, 바로 눈앞에서 일어날 나쁜 일을 막는 데 초점을 두게 만든다. 장기적이기보다는 단기적이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위주로 사고하는 특성을 가지게 한다. 바로 이것이 인간 동기의 예방적 특성이다.

-3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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