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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Jan 13. 2019

Book 05. <너라는 계절> 김지훈 이야기 산문집

니들북

다섯 번째 책.

너라는 계절

김지훈 / 니들북 / 하루 / 2017.11.23


세상에 우연은 없고,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고, 정말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우연처럼 다가왔던 일들이 언젠가는 그때, 그런 이유로 나를 찾아왔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과의 만남 또한 마찬가지라고. 그러니까 어쨌든.


나는 이 항공사의 하늘색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구경하며 영국을 향해 날아오른다. 그리고 너를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너를, 나를 사랑'했'던 너를.

-10p-



하필이면, 하필이면, 하필이면.

이 '하필이면'이라는 네 글자의 우연이

우리의 만남 앞에 쌓이고 쌓여

'당연히'라는 세 글자의 필연으로 변해간다.

하필이면 그곳에서 너를 만나

당연히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

-11p-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이어서 늘 이런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무엇보다 잘 아니까. 누구를 만나면 이런 내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저런 내가 되기도 하니까. 결국 이 관계 안의 우리는 세상에 단 하나의 우리로서 존재하는 거라 믿으니까.

-15p-



너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갈까.

-17p-



다른 거 없이,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궁금해 하는데, 그리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데 하루가 모자란 사람.

그래서 내일을 약속하게 되는 사람.

그게 제 낭만이고, 간절히 기다리는 운명이에요.

-19p-



모든 사람의 지금은 힘들다고 믿어서

괜찮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힘들다고 해봐야,

돌아올 성의 없는 위로가 차가워서 아팠거나,

힘낼 수 있을 정도의 아픔으로 정의되는 것에 슬펐거나,

그랬던 기억에 괜찮다는 말이 습관이 되어버린 거라고.

그래서 힘내라는 말은 잘 하지 않아요.

-33p-



감정이 식고 나면

결국은 사람만이 남는 게 연애예요.

그래서 사랑은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 하는 거예요.

-35p-



나는 오늘 하루,

얼마나 내 마음에 귀를 기울였으며

그 소리와 끌림에 따라 움직였을까.

하고 싶은 일들을 미루며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강박 아래에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애써 해내며

'나'라는 의지가 없는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하는 거 아닐까.

-54p-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의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63p-



이별을 완성하지 않은 채 도망간다면, 그건 아픔을 미루는 게 될 뿐이고, 아파야만 하는 시간을 연장시키는 일이 될 뿐이니까. 그러니 오롯이 마주해요.

-89p-



사는 게 서툴러서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어요.

우리 모두, 이 삶이 처음이잖아요.

-99p-



만날 사람은 많은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것.

이야기할 사람은 많은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것.

할 수는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는 건

그래서 참 외롭고 슬픈 일.

-107p-



사소하게, 반듯하고 예쁘게, 오래도록 다정하게.

-148p-



그러한 노력이 세상이 말하는 성공에 닿을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성공은 때때로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빛나고 있는 저에게 멋있다, 존경한다, 라는 말을 해주었지만 저는 저와 같이 빛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꿈에 닿아가는 과정은, 그리고 제게 주어진 성공이라는 것은 아주 무겁고 외로운 것이었으니까요. 또래보다 일찍 성공했고, 그리하여 저의 주변에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늘 무거운 고민을 홀로 마주해야만 했고, 그러한 고민을 딛고 일어서며 저는 강해져야만 했습니다. 더욱이 자라나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마주하는 세상의 무게 또한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그러한 모든 것이 꿈에 닿는 것과 성공하는 것이 그리 찬란하기만 한 것은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233p-



편안한 사람이 좋다.

침묵이 어색해서 애써 무언가를 물어보거나

어떤 말을 해야 하는 사람보다

침묵은 침묵대로 편안한 사람.

-291p-



세월의 나이테를 더해가며, 순간의 판단을 아끼는 법을 배워간다. 좋은 일이 있다면 바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고, 올라감이 있으면 내려감 또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를 찾아오는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는 것이고, 끝내 나는 그 의미를 찾게 되리라는 것을. 이제는, 순간의 소중함을 조금 더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나는, 이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4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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